"학생연구원도 노동자, 근로계약 체결해야"

대학원생 연구환경 처우개선 방안 모색 세미나 개최


[아이뉴스24 최상국 기자] '학생연구원'이라는 직업이 있다. 학생이면서 연구원인 사람들. 국내 이공계 대학원생의 절대다수가 학생연구원이라는 신분을 갖는다. 이들은 국가나 기업에서 지원하는 연구개발과제에 참여해 인건비를 지급받으며 교수의 지시에 따라 연구개발업무를 수행한다. 기업으로 치면 연구개발서비스업에 종사하는 근로자인 셈이다. 하지만 법적으로 학생 신분이기에 근로자로서의 지위를 보장받지 못하고 4대 보험 등 사회보장제도의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

학생이라는 이름으로 불리지만 이미 현실적으로는 노동자로서의 지위를 동시에 갖게 된 '학생연구원'의 처우개선 문제는 국가 연구개발 예산이 갈수록 늘어나고 대학이 이에 의존하는 상황이 심화되면서 이공계 대학원의 보편적인 문제가 됐다. 하지만 '학생이 무슨 노동자냐', '돈도 받으면서 공부도 하고 학위도 취득하니 좋지 않느냐'는 사회의 시각, 연구개발서비스업의 '사용자'로서의 지위를 가지면서도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육자'의 지위를 함께 갖는 교수와의 관계, 취약한 대학재정 등으로 인해 학생연구원이 노동자로 인정받기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10일 국회의원회관에서는 노웅래·김성수·조승래 의원 공동 주최로 '대학원생 연구환경 처우개선 방안 모색 정책 세미나'가 열렸다. 이 세미나는 노웅래 의원이 지난해 12월 대표발의한 '이공계 지원 특별법 개정안'에 대해 국회와 관계부처, 관련 연구자, 학생연구원들이 함께 토론하는 자리로 진행됐다.

노웅래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의 핵심은 국가연구개발사업에 참여하는 학생연구원들이 근로계약을 체결할 수 있도록 한 내용이다. 2년 전 한 실험실에서 발생한 안전사고로 다친 학생연구원이 산재로 인정받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하면서 '근로기준법' 사각지대에 있는 학생연구원들의 권익을 개선하자는 취지로 발의된 법안이다.

10일 국회의원회관에서 '대학원생 연구환경 처우개선 방안 모색 정책 세미나'가 열렸다. [최상국]

우선 이필우 변호사(입법발전소)는 토론에서 "노동부의 행정해석과 대법원 판례 등을 종합할 때 학생연구원의 근로자성 인정여부는 상당히 높다"고 해석했다. 그는 "근로계약서의 유무가 근로자성을 판단하는 절대기준은 아니며 대법원 판례가 특수형태근로종사자에 대한 근로자성 인정이 확대되는 경향과 학생연구원이 실질적으로 근로자로 근무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근로자로 보고 관련 법령을 적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또한 "근로계약서 작성이 근로자성 인정과 직결되는 것은 아니지만 처우개선을 위해서는 필수적인 요소"라면서 "다만 근로자성을 인정하는 경우 연구기관의 추가 비용 부담 문제, 실질적 급여 하락 문제, 근로기준법 준수 문제, 남녀고용평등법 준수 문제"등은 함께 해결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위대현 이화여대 부교수(전국교수노조 정책실장)는 "학생연구원은 노동자"라고 잘라 말했다. 위 교수는 "이공계 학생연구원이 노동자임은 분명하며, 학생연구원 제도와 관련된 정책을 고민할 때 노동자냐 아니냐는 논란을 벌이기보다는 학생연구원이 노동자로서의 정체성을 확보하면서도 학생 신분의 이익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제도적 보완책을 고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토론에 참여한 학생들은 학생연구원 처우개선을 위한 정부의 다양한 시책에도 불구하고 현장에서는 정책이 오히려 악용되는 사례가 빈번하다면서 근로계약의 필요성을 강하게 요구했다.

한영훈 KAIST 총학생회장은 "대학원생이 노동자인지 명확하게 이야기하기는 힘든 부분이 있으나 근로계약이라는 법적 제도 안으로의 편입을 주장하는 것은 근로계약이 대학원생의 최소한의 권리를 보장해주리라 기대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4대 과학기술원이 근로계약 대신 학연장려금 제도를 추진하고 있으나 오히려 학생인건비를 하향평준화시킬 우려가 높아지고 있으며 대학원생의 특수성을 반영하지 않은 UST의 근로계약이 학생들의 처우를 더 악화시킨 사례"를 들면서 "기존의 근로 계약 형태보다는 대학원생의 환경을 반영할 수 있는 특수한 형태의 근로계약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강태경 전국대학원생노동조합 수석 부지부장은 학생연구원 제도의 구조적인 문제를 지적했다. "국가연구과제 수행에서 대학원생은 필수불가결한 존재로 부상했으나 처우는 수 년 째 제자리"라며 "대학원생들의 대가없는 그림자 노동으로 유지돼 온 국가연구과제 수행체계를 개선해야 하며 이를 위해 대학원생들을 4대 보험 등 사회보장 체계 내에 편입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특별법 개정과 근로계약 체결이 학생들에게 반드시 좋은 일만은 아니라는 지적도 있었다.

이필우 변호사는 "근로기준법 준수는 사용자와 근로자 모두에게 요구되는 것이며 근로자의 권리와 함께 의무도 따른다"고 말했고 홍성민 STEPI박사는 "근로계약을 체결하는 것이 모든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며 졸업후 진로 문제까지 포함해 무엇이 대학원생을 위하는 일인지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논의 자체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도 있었다. 토론자로 참여한 윤소영 교육부 학술진흥과장은 "학생연구원이라는 이름이 굳이 있어야 하는지 의문"이라면서 "국가 연구개발사업에 참여하는 이공계 대학원생만이 아니라 전체 대학원생의 권익신장과 처우개선에 관한 문제로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토론회의 사회를 맡은 윤태웅 고려대 교수는 "학생연구원의 노동자성에 대해서는 대부분 동의하는 것 같다"고 정리하고 "앞으로 구체적인 사안별로 대학원생의 인권과 처우를 개선하기 위한 토론회를 지속적으로 만들기를 희망한다"고 토론회를 마무리했다.

최상국기자 skchoi@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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