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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계 "게임 질병코드, 국내서만 삭제는 불가"


"ICD-11은 도입 전제로 만들어져…적용 시점은 나라별로 달라"

[아이뉴스24 김나리 기자] "통계청이 ICD-11을 우리나라에 맞게 고쳐 사용한다고 할 때 '고친다'의 의미는 세분류, 즉 이를 더 자세하게 본다는 의미이지 '게이밍 디스오더(게임이용장애)'는 우리나라 현실과 안 맞으니 삭제하자는 게 아닙니다. 이는 될 수가 없는 일입니다."

김석일 가톨릭대학교 예방의학과 교수는 21일 가톨릭대학교 성의교정에서 열린 '건강한 게임/디지털미디어 이용 환경을 위한 긴급 심포지엄'에 참석해 이같이 강조했다.

김 교수는 지난 2006년부터 세계보건기구(WHO)에서 질병코드분류체계를 만드는 데 참여해 온 인물이다. 이날 현장에는 그동안의 경험을 바탕으로 '국제질병분류 제1차개정판(ICD-11) 개요 및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KCD) 적용 절차'에 대해 발표하기 위해 자리했다.

김석일 가톨릭대학교 예방의학과 교수
김석일 가톨릭대학교 예방의학과 교수

김 교수는 우선 WHO 회원국인 각 나라가 모두 도입을 전제로 ICD-11을 만들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WHO는 기본적으로 만장일치 시스템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애초에 반대가 있을 경우 이를 통과시키지 않는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김 교수는 "WHO에서의 의사결정은 기본적으로 만장일치로 이뤄진다"며 "WHO의 각 위원회에서는 누구라도 반대하면 설득을 하든, 다음 회기로 넘기든 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만장일치가 아니면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세계보건총회(WHA) 의결 당시, 어떤 나라의 장관도 ICD-11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는데, 그것은 모두 다 ICD-11을 받아들이겠다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이를 언제 도입할지 여부는 각 나라 별로 차이를 보인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도입 시기는 각 나라의 사정에 맞게 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ICD-11을 가져다 쓰겠다고 했을지라도 이를 언제 쓸지는 각 나라 사정에 따라 다르다"며 "우리나라가 ICD-11을 언제 채택할지는 모르겠지만, 우리나라는 보통 빨리 채택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KCD에서 게임이용장애만 제외 못해…복지부가 KCD 담당해야"

국내 KCD에 ICD-11을 받아들일 때 '게임이용장애' 항목만 제외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통계청이 ICD-11을 받아들일 때 국내 실정에 맞게 KCD를 수정하지만, 이는 내용을 확장하는 것일 뿐 특정 질병코드 항목만을 제외하는 것은 아니라는 게 그의 얘기다.

김 교수는 "통계청이 ICD-11을 우리나라에 맞게 고쳐 사용하기는 하지만, 이때 '고친다'의 의미는 '세분류', 즉 더 자세하게 본다는 의미이지 게이밍 디스오더는 우리나라 현실하고 안맞으니까 삭제하자는 게 아니다"라며 "이런 건 될 수가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ICD를 반영해 개정되는 KCD를 통계청이 아닌 보건복지부가 담당해야 한다는 주장도 펼쳤다. 현재 KCD는 통계청이 개정을 맡고 있다.

그는 "KCD를 통계청에서 담당하고 있는데, 의료시스템에서 사용할 KCD를 왜 통계청에서 담당하는지 의문"이라며 "WHA에도 보건복지부가 참가하지 통계청에서 오는게 아니지 않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통계청에서도 이를 어떻게 활용할 지에 대해 결국 의학 관련 학회들에 물어본다"며 "따라서 통계청에서 이를 정하면 되는 게 이상하다는 점을 이야기하고 싶다"고 말했다.

◆"게임업계 주장 반박 연구 나설 것…정부 후속 대책 촉구"

이날 심포지엄을 주관한 대학보건협회, 한국정신사회재활협회, 중독 포럼 등 참여단체들은 게임업계 측의 주장을 반박할 수 있는 과학적 연구 등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해당 단체들은 성명서를 통해 "그간 게임업계 주장에 동원되고 있는 논리의 근거가 되는 관련 연구(10조 비용 손실, 게임 관련 연구의 편향성, 게임과몰입의 원인이 게임이 아니라는 논리) 등에 대해 이를 과학적 입장에서 검토,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관련 정부 부처와 전문가들도 후속대책을 마련해가기를 촉구하며, 정부가 나서지 않으면 이 자리에 모인 각 분야 최고의 전문가들이 각자의 전문성에 근거해 필요한 일을 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오늘 이후로 더 이상 WHO의 결정 자체에 대한 기계적 찬반논의가 중단돼야 한다"며 "이후 필요한 논의와 조치가 관련 부처의 역할에 맞춰 차분하게 진행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날 현장에서는 국무조정실에서 진행하기로 한 민·관협의체 관련 이야기도 나왔다.

이해국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중독특임이사는 "협의체 이슈로 모인다는 말은 들었지만 현재 별다르게 모이지는 않는 것 같다"며 "문체부와 복지부의 동수 논의는 생산적이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을 내놨다.

김나리 기자 lor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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