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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여행]<29> 피해야 할 극단논리…


타인에 대한 이해와 공감이 문명사회를 이루는 토대이지만, 사람은 자신의 일에 대해서 더 깊이 느끼는 존재이다. 나 역시 그러해서, 평소 건강체질이라 가족이 아프다고 해도 '엄살부리지 마'라고 쌀쌀맞게 대한다. 그런데 한번 호되게 아파보니, 아픈 사람들의 고통스러운 호소가 가슴으로 와 닿게 됐다.

아픈 사람에게는 상대방이 내 아픔을 함께 느끼는지에 대한 묘한 촉이 있어, 정성어린 위로와 보살핌을 받으면 통증을 덜 느끼게 된다. 이러다 보니, 환자의 고통에 공감하지 못하는 의사, 의료진이 불신을 받게 된다.

"나는 요양원이라면 정말 나쁜 사람들이라고 생각해요. 어머니를 요양원에 모셨는데 세상에… 침대에서 떨어뜨려서 크게 다쳤다니까요."

"요양병원에 가면 이제 죽을 날만 기다려야 하는 거예요. 맨날 주사를 놔서, 멀쩡하던 사람도 시들시들해 진다니까요."

위의 이야기를 하는 사람에게 물어보았다. "언제 그런 일이 있었어요?"

"한 10년 됐지요. 아버지가 요양병원에 계시다가 돌아가신 것이…"

묶어놓고, 약 먹이고, 때리는 요양시설에 대한 보도 하나만으로 가족들의 불안감은 전체 요양시설에 대한 불신으로 불붙게 된다.

사람들의 인식을 형성하는 데 경험만큼 중요한 것이 없다. 내가 경험한 공포, 좌절이 개별적 사례일지 모르지만 그 것이 모이면 전체의 그림이 되고, 평균을 이룬다. 그리고 공포는 전염이 된다.

그래서 개별 사례를 보여 줄 때에는 이런 것들이 얼마나 일반적인지도 함께 알려주어야 할 것이다. 환자를 묶어두는 요양원, 간병인이 환자에게 욕을 하고 때리는 장면이 언론을 통해 보도되면, 어제까지만 해도, 우리 부모님 잘 모셔준다고 감사했는데, 혹시 내가 보지 않는 데서 우리 부모님이 학대를 당하는 것은 아닌지, 멍 자국이 없는지 유심히 살펴보게 된다.

최근 읽은 책 'factfulness'(사실충실성)에서는 우리가 세상을 현실보다 과장되게 나쁘게 생각하는 측면이 있다고 한다. 세계적으로 저명한 보건통계학자이며 강연자인 한스 로슬링은 우리는 일반화, 부정본능, 비난본능등이 있어 '세상이 더 나빠지고 있다'고 믿는 경향이 있으며 언론에 보도되는 하나의 극단적 사례가 다른 수 많은, 눈에 보이지 않는 평범한 사례들을 압도해 버린다고 말한다. 그리고 개별 사례를 일반화하지 않으려면 통계를 잘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한다.

지난 해 한국소비자보호원이 노인장기요양서비스에 대한 소비자인식을 조사했을 때 시설서비스에 대한 만족도가 80%를 넘었다. 가장 높았던 것은 위생지원서비스로 88%였으며 가장 낮은 것이 정서지원서비스로 76.4%였다. 이러한 수치에 대한 해석도 각각 다를 수 있다.

10여 년 전 수백 만원의 입원비를 지불해야 했던 사람들의 불만과, 전 국민이 보험료를 내는 덕분에 수십 만원만 내면 되는 요즘 이용자들의 만족도는 매우 다를 것이기 때문이다. 10년 전과 비교해 현재 요양원의 분위기나 종사자들의 인권의식은 사뭇 다르다.

물론 내가 우리나라의 요양시설들에 문제가 없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아직도 낮은 비용으로 환자 숫자를 채워서 터무니 없는 짓을 하는 곳도 없지 않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선진국에서 출발한 인간중심케어를 실천하기 위해 노력하는 요양시설들도 적지 않다.

그럼에도 모두 만족하는 서비스는 나오기 힘들다. 사람마다 바라는 것이 다르고, 좋음에 대한 판단 기준도 무척 다양하다.

휴먼서비스를 이용할 때에는 늘 공감에 주목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그리고 공감은 상대적인 것이다. 우리 부모님이 편안하게 하루라도 더 살아주셨으면 하는 자녀들의 간절한 마음은 일하는 요양보호사들에게 가 닿을 것이고, 이 곳 경영은 잘 되는지 하는 가족들의 관심은 시설운영자에게도 '더 시설투자를 해야 겠다'는 선의로 연결될 것이다.

최선을 다해 상대방 입장에서 이해하고 선의를 베풀면 '호구'가 된다고 굳게 믿는 풍조가 있다. 그리고 호구가 되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동안, 부모님을 그렇게 나쁜 요양원에 맡긴 우리 자신은 불효자가 될 수 밖에 없다.

나는 부모님을 요양시설에 모실 때에는 함께 1주일 정도를 직원들과 일해 볼 것을 권해본다. 일주일이 길다면 최소한 3일 정도 요양보호사들과 함께 일하면서, 이 곳이 부모님에게 좋은 환경인지를 판단하고, 요양보호사들은 왜 이렇게 밖에 못하는지에 대한 이해를 얻을 수 있으리라고 생각된다.

문제가 있다면 '상황'이 원인일 터이니 이를 시정하는 것으로 한결 나은 요양서비스를 이룰 수 있다.

이것은 요양시설 입장에서 꽤 번거로운 일이겠지만, 치매노인들을 돌보는 일이 왜 힘든 지를 알려주고 보호자의 이해와 협조를 이끌어낸다는 점에서도 좋다.

◇김동선 조인케어(www.joincare.co.kr)대표는 서울신문, 한국일보에서 노인전문기자로 일했으며, 2001년 일한문화교류기금으로 일본에서 개호보험제도를 공부했다. '야마토마치에서 만난 노인들' '마흔살, 내가 준비하는 노후준비7' '은퇴후 희망설계333' '퇴근후 2시간'(공저) '치매와 함께 떠나는 여행'(번역)등의 책을 썼다. 고용에서의 연령차별을 주제로 사회복지학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현재 요양보호사구인구직사이트 '조인케어'를 운영하고 있다. 5년 후 고령화율 18%인 한국사회에서의 사회와 개인의 삶. 복지와 시장의 역할에 대해 생각하고, 이를 준비하는 일들을 하고 있다. 블로그(blog.naver.com/weeny38)활동에도 열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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