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망원시장 상인들, 상암롯데몰 반대 안해"

김진철 망원시장 상인회장 "상권 분쟁 아닌 제도 문제…개선 필요"


[아이뉴스24 이현석 기자] "망원시장 상인들이 상암롯데몰 입점을 마냥 반대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롯데가 조금 더 양보해 상인들을 설득할 '명분'을 줬으면 좋겠습니다."

지난 13일 서울 망원시장 상인회 사무실에서 만난 김진철 망원시장 상인회장은 상암 롯데 복합쇼핑몰을 둘러싼 일련의 상황을 설명하며 이 같이 말했다.

김 회장은 "롯데 측에서 1개 필지를 주민들을 위해 사용하는 등 사회적 환원 조치를 취한다면 시장 상인들도 지역에 공헌하겠다는 롯데의 취지에 공감할 것"이라며 "상생 의지를 보여준다면 상인회가 적극적으로 상인들을 설득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어 "비록 상암롯데몰 문제에서 롯데가 양보하면 금전적 이득이 줄겠지만 상생에 적극적이라는 이미지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며 "노브랜드 경동시장점과 같은 좋은 상생 사례로 남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진철 망원시장 상인회장은 상암롯데몰을 둘러싼 현안에 대해 설명하며 "무턱대고 반대하는 것이 아닌 양보를 요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이현석기자]

상암롯데몰은 2013년 롯데쇼핑이 서울시로부터 지하철 6호선 DMC역 인근 부지(2만644㎡)를 1천972억 원에 매입한 후 6년째 개발되지 못하고 있다.

롯데쇼핑은 3개 필지 중 가장 큰 필지(8천162㎡)를 오피스텔로 개발하고, 나머지 2개 필지를 주상복합쇼핑몰로 개발하는 '합필' 방식으로 건설하는 타협안을 제시했다. 하지만 서울시 측에서 상생 지원책이 더 필요하다며 허가를 내주지 않았다.

이에 롯데쇼핑은 지난 4월 땅을 환매해 달라는 의견을 서울시에 전달했으나 묵살당했다. 이후 사실을 전해들은 일부 주민들이 지난 9일 서울시청을 방문해 도시계획과와 공정경제과 실무자를 만나 상암 롯데몰이 첫 삽을 뜰 수 있도록 협조해달라고 직접 요구하고 나선 상태다.

◆"부지 서둘러 판매한 서울시청, 1차적 책임있어"

김 회장은 지금의 상황을 만든 1차적 책임은 서울시청에 있다고 지적했다. 높은 가격의 넓은 부지를 한 번에 판매해 결국 대기업이 아니면 접근조차 하지 못 하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김 회장은 "서울시가 지난 2013년 3개 부지 전체를 한 번에 판 것이 문제의 가장 큰 원인"이라며 "초거대기업이 아니면 애당초 개발 시도조차 하지 못 할 상황을 만들어 유통대기업 롯데를 불러들인 꼴"이라고 비판했다.

또 롯데가 제시한 타협안은 롯데 실익을 챙기는데 치중해 있어 서울시가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라는 입장도 함께 밝혔다.

김 회장은 "시에서 요구한 상생안은 1개 필지에 상생을 위한 시설을 건설하고, 2개 필지에 쇼핑몰을 건설해 달라는 것이었다"며 "롯데는 1개 필지에 비상업용도 오피스텔을 건설하는 대신 쇼핑몰을 건설하는 2개 필지에도 쇼핑몰 상층부에 오피스텔을 같이 올리려는 계획을 하고 있다 하니 타협이 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양보를 요구했더니 쇼핑몰이 아닌 아파트단지 건설을 허가해 달라고 하는 꼴"이라며 "'상암 롯데몰'에 이어 수색역-DMC역 사이 개발도 롯데가 맡게 된다면 상암동은 '롯데동'이 되고 말 것"이라고 덧붙였다.

◆"망원시장 롯데몰 반대, 금전적 요구 전혀 없어"

김 회장은 망원시장 상인들이 홈플러스 합정점 개업 시 금전적 보상을 받았고, 롯데에게도 보상금을 요구하며 반대하고 있는 것이라는 세간의 소문은 사실이 아니라고 말했다.

김 회장은 "홈플러스 합정점에서 금전적 보상을 받은 것은 13억 원의 상생기금 출연 외 없었다"며 "상생기금으로 시장 인근 3층 건물을 매입해 상인회가 사용 중이고, 1층과 3층은 상인들과 인근 주민들이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는 공간으로 운영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당시 시장 상인에게 개별적으로 지급된 보상금은 전혀 없었고, 이번에도 보상금을 노리고 롯데몰을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관련 논란이 커질 경우 허위사실에 대해 강경 대응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김 회장은 망원시장이 상암롯데몰에 바라는 것은 금전적 보상이 아니라, 상권 보장과 관련된 양보라고 다시 한 번 강조했다.

김 회장은 망원시장 상인들이 홈플러스 합정점에게 금전적 보상을 받은 일이 없다고 밝혔다. [사진=이현석기자]

김 회장은 "홈플러스 합정점 개점도 망원시장 초입에 위치한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를 폐업하고 15개 품목을 취급하지 않는 등의 조건을 홈플러스가 받아들여 성사된 것"이라며 "상암롯데몰 역시 금전적 보상이 아닌 상권 보장에 대한 양보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대형 유통업체-전통시장 충돌, 제도가 근본적 원인"

김 회장은 이런 상황을 만든 것은 일부 대형 마트 입점과 관련된 단발적 문제가 아닌 제도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또 상품 카테고리 분리 등 제도 개선이 없다면 제2, 제3의 상암롯데몰이 연이어 나타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회장은 "대기업과 소상공인이 같은 상품을 취급할 수 있도록 법을 만들어 놓고 일시적 지원책만 내놓는 것은 결국 소상공인의 몰락을 막지 못할 것"이라며 "각자의 전문성을 살릴 수 있는 제도적 환경이 조성된다면 대형 쇼핑몰이 인근에 들어설 때 반대하는 소상공인은 없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김 회장은 홈플러스 합정점 개점 후 망원시장에 일어난 변화를 통해 대형 유통업체 진출이 골목 상권에 미치는 영향을 설명하며, 소비자들의 선택권을 위해서라도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회장은 "망원시장 인근에 대형 유통업체들이 진출하면서 의류·신발·그릇·이불 등 공산품 경쟁력이 급속도로 약화됐고, 그 자리를 맛집들이 채워 시장 전체가 시장의 구색을 잃은 먹거리 시장으로 변해가는 상황"이라며 "먹거리 하나 남은 상황에 식품계열사를 가진 롯데의 쇼핑몰이 들어선다면 망원시장은 일부 유명 맛집을 제외하고 고사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상품의 질 측면에서 전통시장이 대기업 제품의 경쟁력을 이길 수 없는 것은 맞지만 소비자의 수요는 분명 있다"며 "전통시장에 대한 배려가 소비자에게도 긍정적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회장은 롯데의 상생을 위한 양보와 제도 개선을 촉구했다. [사진=이현석기자]
이현석기자 tryo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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