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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①] ‘데뷔 16년’ 뮤지컬배우 이주광의 선언 “겹치기는 NO·작업은 많이”


[아이뉴스24 박은희 기자] 가정형편이 어려워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아르바이트를 한 생활력 강한 아이. 떼를 써도 갖고 싶은 걸 가질 수 없다는 것을 진즉 깨달은 아이는 돈을 벌고 싶어 빨리 어른이 되길 희망했다. 엄한 아버지에 기가 죽어 내성적이었지만 사람을 관찰하거나 흉내내길 잘했고 노래에도 재능이 있었다. TV에서 얼마 전 의사로 나온 사람이 왕의 모습을 한 것을 보고 의아해 하던 그는 배우라는 직업을 알게 됐고 매력을 느꼈다. 결국 20대에 자신이 제일 잘 할 수 있는 뮤지컬배우가 됐다.

올해 데뷔 16주년을 맞은 이주광을 이해하기 위해선 그의 성장과정과 인생 최악의 사고를 알아야 했다. 인터뷰 내내 그가 가장 많이 언급한 내용으로 어떤 질문의 답변에도 연결이 될 수밖에 없는, 지금의 성숙한 이주광을 만든 배경이기 때문이다.

힘든 환경에서도 희망을 품고 살아온 그에게 희망마저 놓게 한 시기가 있었다. 이주광은 30대 초반 택시기사의 졸음운전으로 교통사고를 당했고 제대로 걷지 못할 위기에 처해 절망의 끝을 경험했다. 참담했던 사고 당시를 덤덤하게 설명하는 그의 표정과 말투는 초연했다.

“발목이 부러져 철심 6개로 고정하면서 수술은 잘 됐으나 잘 못 걸을 수 있다는 얘기를 의사에게 들었다. 배우로서 모든 걸 앗아간 느낌이었다. 약속된 작품들을 전부 할 수 없었고 거의 1년을 재활에 매진하면서 일을 쉬었다. 다리가 뜯어질 듯 아파도 발목교정기를 끼고 매일 걸었다. 넘어지기도 많이 넘어졌지만 절지 않기 위해 걷고 또 걸었다. 그렇게 하다 보니 멀쩡히 걷고 뛸 수 있게 됐고 새로운 희망이 찾아왔다.”

“사고 직후엔 다시 돌아갈 수 없을 거라는 생각에 한없이 우울해져 아무렇지 않게 세상을 저버릴 마음까지 먹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 갑자기 평온해졌다. 내 생각엔 깊은 절망으로 떨어지다 떨어지다 발이 닿은 것 같다. ‘차가 다 찌그러질 정도로 큰 사고였는데 날 살린 이유가 뭘까’ 이런 생각을 했다. 가진 것과 소유하려고 한 것들을 모두 잃어도 감정의 동요가 없겠더라. 지금도 그렇다. 새로 생기는 거면 감사하고 그걸 다시 가져간다고 해도 아무렇지 않다. 또 어려운 일이 자잘하게 찾아와도 놀랍지 않다. 마음가짐이 그때 이후로 달라졌다. 베토벤이 완전 밑바닥까지 간 다음에 들리지 않는 나를 받아들이고 새로운 삶을 산 것과 어쩌면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 원래 성격은 어땠나.

“20대 후반까지 세상을 좀 꼬아서 봤다. 작품적으로는 굉장히 심취해 있을 때였는데 뭘 해도 곧이곧대로 보지 않고 좋은 얘기도 ‘진심이 아닐 거야’라고 의심을 했다. 예민해서 어느 순간 가족이나 주변 사람들이 내 눈치를 보고 있는 게 느껴지더라. 그래서 독립을 하기도 했다.”

- ‘루드윅’이 아버지를 이해하는 계기가 됐다고 들었다.

“아버지와 사이가 안 좋았다. 카를이 베토벤에게서 억지로 벗어나려고 한 것처럼 나도 그랬다. 그땐 인정을 못했지만 아버지에겐 그게 사랑이었다는 것을 내가 베토벤을 연기하면서 알게 됐다. 지휘를 하셨던 아버지, 나를 주눅들게 한 아버지가 극중 중년의 베토벤과 닮아 있다. 싫어하던 아버지를 연기하는데 울컥하면서 서러운 게 있더라. 그가 나를 얼마만큼 사랑했는지 알 수 있었다. 아버지가 살아계실 때 나는 떼를 안 썼다. 어느날 ‘너희가 나한테 떼를 썼으면 좋겠다’고 하시더라. 원하시는 걸 알고 나서도 그렇게 하지 못했다. 아버지에게 못해드린 게 많다. 가끔씩 생각나거나 보고 싶을 때 납골당에 찾아가 잘 살게 해달라고 떼를 쓴다.”

- 뮤지컬배우를 하면 잘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은 언제부터 했나.

“학창시절 교회에서 성가대와 찬양단을 했다. 가스펠·CCM 등이 감정을 동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구성이고 메시지가 있다. 하루는 아프신 어머니를 주물러드리면서 내가 배운 찬양을 불러드렸다. 퇴근 후 생계를 위해 또 일을 하시면서 고단하시고 마음고생까지 하셔서 병이 왔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노래로 어머니를 위로하는 것이었다. 어머니가 알아들으실 수 있게 무반주로 가사들을 씹어서 노래를 했다. 한참 지나서 어머니가 ‘그때 위로를 많이 받았고 가사가 마음에 와 닿아 다시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하시더라. 그게 나에게 첫 번째 뮤지컬이었던 것 같다.”

“계획을 세워놓고 성공을 목표로 달려온 게 아니라 길게 보고 ‘하다 보면 뭐가 되겠지’ 하며 지금까지 왔다. 다양한 인물을 표현하며 내가 하는 인물 하나하나를 잘 만들고자 했는데 커리어를 봤을 때 그렇게 해온 것 같다. 내게 오는 작품마다 운명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 운명 안에서 최선을 다하려고 했다. 내가 좀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고 내 재능이 사람들에게 좋은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로 받아들인다.”

- 지난해 연말 개최한 15주년 기념 단독콘서트는 어땠나.

“오래 있어준 팬들은 기념적으로 생각해주시고 주변의 많은 축하를 받아 그냥 넘어가면 안될 것 같았다. 감사함을 어떻게 표현할까 고민하다 콘서트를 준비했다. 크리스마스이브고 그날 출근하시는 분들도 계셨는데 티켓 오픈을 하자마자 매진이 됐다. 그 정도까지 기대도 안했는데 감사하게도 의미있게 생각해주셔서 ‘더 큰데서 했어야 됐나’ 싶더라. 노래 몇곡 들려드리고 대화를 하려고 했는데 일이 커지면서 멘트를 거의 안하고 2시간 동안 26곡을 부르게 됐다. 15년 동안 한 작품 중에서 내가 리스트를 다 짰다. 나를 늦게 아신 분들은 내가 이전에 어떤 공연을 했는지 확인할 수 있고, 그전부터 봐왔던 분들은 오랜만에 노래를 통해 그 공연들을 함께 추억할 수 있게 구성했다.”

- 콘서트로 종종 팬들을 만날 계획이 있는지 궁금하다.

“올해도 단독콘서트를 하겠다고 이미 작년에 팬들과 약속을 했다. 잘 준비를 해서 시간과 돈이 아깝지 않은 공연을 만들고 싶다. 단독콘서트 장점이 오롯이 나를 응원해주는 분들의 파티가 되는 것이다. 시기는 미정이지만 제대로 해보고 싶다. 알게 모르게 다양한 방향으로 팬들과 소통할 수 있는 것들을 찾고 준비하고 기획하고 있다. 정기적인 콘서트도 하고 싶고 앨범도 내고 싶어서 조금씩 조금씩 준비 중이다.”

- 배우로서 지향점이 있다면 귀띔해 달라.

“항상 무대 위에서 독보적인 이주광으로 믿고 볼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 지금 ‘루드윅’에서 연기하는 베토벤은 나보다 훨씬 나이가 많은 역할인데 도전을 한 것이다. 향후 나이가 든 역할을 해도 자연스럽게 넘어갈 수 있는 브릿지가 될 수 있는 작품이라고 본다. 이렇게 연기 스펙트럼을 넓혀갈 계획이다. 예술가로서 오래 기억에 남을 수 있도록 더 열정적으로 작품에 임하려고 한다.”

- 올해 이루고 싶은 목표는 무엇인가.

“나는 올해부터 작업을 덜 쉬고 다양하게 하겠다고 선언을 했다. 겹치지 않는 선에서 최대한 열심히 작품을 하겠다고 팬들에게 말씀드렸다. 무대뿐만 아니라 가능하다면 다양하게 보여드리고 싶은 게 내 욕심이다. 감사함을 전하고 싶어서 더 욕심을 부리게 됐다. 끊임없이 작업을 해 성공적으로 마치는 게 목표다. 팬들이 원하는 건 관객과 만날 수 있는 횟수를 늘리고 다양한 연기로 더 많이 알려지는 것이더라. 나를 높게 평가해주는 것에 감사해 좀 더 부지런을 떨어서 무대 위에서 연기로 많은 분들을 찾아뵙는 해로 만들 것이다.”

박은희 기자 ehpark@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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