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인사이트]트럼프 가랑이 밑으로 긴 화웨이 CEO

런정페이, CNN 인터뷰에서 “미국의 공격과 압박이 회사 경영에 도움”


[아이뉴스24 김상도 기자]화웨이 CEO 런정페이는 5일(한국 시간) 미국 CNN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미국 정부의 공격과 압박이 화웨이 직원들에게는 기상 나팔과 같은 것으로, 화웨이로서는 매우 필요한 것이었다”며 딸이 구속된데 대한 불편한 심기는커녕 미국 정부의 조치에 대해 환영하는 뜻을 내비쳤다.

런정페이는 이날 인터뷰에서 “성공한 후 회사 직원들이 게을러졌고, 부패했으며, 또 약해졌다”며 “미국 정부의 공격과 압박이 있은 후 모든 사원들이 합심해서 더 좋은 제품 생산을 원하게 됐다”고 말했다. CNN은 이 같은 발언에 대해 매우 의아해하면서 이날 프라임 타임 뉴스에서 반복해서 런정페이의 인터뷰 방영했다.

5일 미국 CNN과 인터뷰하고 있는 런정페이 화웨이 CEO. [CNN 캡처]
런정페이의 이러한 발언은 트럼프 대통령으로 인해 화웨이가 봉착한 세계적인 난관을 풀어보려는 의지로 보인다. 딸 멍완저우는 지난 해 12월 캐나다에서 체포돼 현재 미국으로 추방될 위험에 처해 있는데, 미국으로 추방되면 은행 사기와 이란 제재 위반 혐의로 기소될 수 있다.

이와 함께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이 미국의 우방국들을 상대로 정보를 훔쳐갈 수 있는 기술을 사용할 가능성에 대해 경고하면서, 우방국들이 화웨이의 5G 네트워크 장비 사용을 금지해야한다고 촉구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런정페이의 미국 옹호 발언은 매우 이례적이지만 사태를 자신에게 유리하게 돌리려는 중국 상인의 중국식 상술로 읽힌다. 그는 인터뷰에서 미국의 적대 행위가 자신의 딸인 화웨이 CFO 멍완저우를 포함해 모든 직원을 분발하게 만든다는 주장을 폈다. 그는 “영웅은 항상 많은 시련을 겪는다. 부상을 당해보지 않는다면 어떻게 용맹해지고 단단한 피부를 가질 수 있겠는가”라고 말했다.

그는 또 “이러한 시련이 멍완저우의 의지를 강화하는 좋은 훈련이 될 것이기 때문에 반드시 나쁜 것만은 아니다”라고 말했지만, 멍완정우의 경력에는 좋지 않다는 사실은 인정했다.

[china.org]
중국에서 널리 회자되는 사마천의 사기(史記) 중 장군 한신에 대한 내용이 있다. 사기에 따르면 비루했던 젊은 시절 한신은 동네 건달들과 다투면서 그들의 가랑이 밑을 기었다. 영웅은 사소한 일에는 크게 개의치 않고 대의만을 따른다는 것이다.

한신은 한고조 유방을 도와 천하통일의 대업을 이룬 중국 역사상 최고의 장군 중 하나로 꼽힌다. 그러나 통일을 이룬 후 유방에 의해 숙청을 당하는데, 여기서 나온 말이 ‘토사구팽’(兎死狗烹)이다. 사냥에서 토끼를 잡으면 쓸모없게 된 개는 삶아 먹는다는 뜻이다.

중국이 1978년 개혁·개방을 내세운 이후의 과정을 보면 런정페이의 그러한 자세를 더 잘 이해할 수 있다. 중국이 미국과 함께 G2가 되기까지 중국의 외교 전략은 화평굴기(和平崛起)였다. ‘평화롭게 우뚝 선다’는 뜻으로 2003년 후진타오 주석 당시 채택된 전략이다. 그러나 이것을 굴기할 때까지는 화평을 내세운다는 뜻으로도 풀이할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은 중국이 G2의 반열에 오른 후 보이는 행태에서도 잘 나타나 있다. 화평을 더 이상 내세우지 않고 중국의 이익을 적극적으로 실현하기 위해 각종 갈등을 조장하는 것이다. 가장 큰 피해자는 한국으로, 미국 사드의 한반도 배치 이후 벌어진 일들을 되새기면 중국은 이제 더 이상 화평을 내세우지 않으며, 그래서 외교 전략도 대국굴기(大國崛起)로 바뀌었다. 강대국으로서 자신의 몫을 국제사회에서 적극적으로 찾겠다는 뜻이다.

사실 런정페이는 처음에 트럼프 대통령의 태도가 미국의 국제적 명성에 해를 끼칠 수 있다는 사실을 들어 맹비난했었다. 그는 지난 달 14일 CNN과 가진 인터뷰에서 “미국이 항상 다른 나라, 회사, 또는 개인들을 흉포하게 다룬다면 아무도 미국에 투자하지 않을 것”이라고 비난했다.

런정페이는 세계 최대의 통신 회사인 화웨이가 미국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다며 미국의 압력에 대항해 매우 공격적인 대응을 그동안 해왔다. 지난 달 말 미국 정부를 상대로 미국 행정부의 화웨이 장비 사용 금지 처분이 부당하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런정페이는 “미국 정부가 화웨이를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된다고 간주하기 때문에 우리의 목소리를 내야한다”며 “미국 정부는 증거를 제시해야 한다. 사이버 안보를 이야기하는 다른 모든 국가들은 화웨이 장비를 구입하고 있는데 무엇이 문제인가”라고 반문했다.

올해 74세인 런정페이는 30여 년 전 화웨이를 설립해 현재 연간 매출이 1천억 달러(100조 원)에 달하며, 전 세계에 애플만큼의 스마트폰을 팔고 있다. 그는 화웨이가 정부 관리 하에 있는 회사라는 주장을 부정하는데, 종업원들이 소유한 개인 회사라는 것이다. 런정페이는 중국 정부가 화웨이 장비를 이용해 스파이 행위를 하도록 지시했다면 회사를 접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던 그가 CNN에 나타나 태도를 돌변한 것은 CNN 관계자들뿐만 아니라 시청자들을 당황케 했다. 미국의 압력에도 불구하고 그는 미국을 사업과 기술의 세계 선도국으로서 존경하고 있다고 말했다. 런정페이는 “미국의 압력이 직원들로부터 편협한 국수주의와 반미주의에서 벗어나는 기회를 제공하길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현재 미국 정부의 관찰 대상 리스트에 올라있다. 미국 사법부는 지난 2007년 심문 과정에서 미국연방수사국(FBI) 요원들에게 거짓말을 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당시 그는 화웨이가 미국의 이란 제재를 준수하고 있다고 말했는데, 현재 미국 정부가 멍완저우 화웨이 CFO를 기소하려는 죄목 중 하나가 이란 제재 위반이다.

런정페이는 인터뷰에서 끝으로 “화웨이가 6G 분야에서 뛰어난 능력을 보유하고 있는데, 미국과 협력한다면 더욱 좋은 사업이 될 것”이라며 밝은 웃음을 지어 보였다.

김상도기자 kimsangdo@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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