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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주파수 혼간섭 재발…5G '세계 최초'가 부끄럽다


본질적 대책 없이 미봉책으로 기지국 끄는 정부

[아이뉴스24 김문기 기자] 또 다시 5세대통신(5G) 주파수 혼간섭 문제가 발생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 2월말 열린 북미정상회담에 앞서 이통3사에 목동, 서초 등 방송사가 위치한 지역의 5G 기지국 전원을 내려줄 것을 요청했다. 방송사뿐만 아니라 정부 관련부처도 수신하고 있는 조선중앙TV때문이다. 3696MHz 주파수 대역을 쓰고 있는 곳으로 정확하게 5G 주파수와 겹친다.

이번 사례뿐만 아니라 이동통신3사가 5G 전파를 발사한 3.5GHz 주파수 대역과 방송사가 쓰고 있는 고정위성 수신 대역 간의 혼간섭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앞서 불거진 3.5GHz 주파수 대역의 공공 주파수와 혼간섭 문제보다 더 심각하다. 이미 전파를 쏜 이후 발생했기 때문이다.

과기정통부는 법적인 책임은 없다며, 이에 따른 대안을 내놨다. 논의를 통해 방송사가 직접 노후된 LNB와 필터를 교체하도록 권고했다. 감가상각이 끝난 안테나 부품이기 때문에 방송사가 앞서 교체를 해야 했다고 꼬집었다. 방송사들이 넓은 폭의 주파수를 받을 수 있도록 설정 및 증폭하고 있었기 때문에 윗 대역으로 이동할 수 있도록 조정해달라 했다.

업계에 따르면 기업 입장에서는 교체비용이 크게 비싸지 않다. 대략 수백만원 정도가 필요하다. 시간도 오래 걸리지 않는다.

과기정통부가 지난 2월 한국방송협회에 보낸 주파수 혼간섭방지 대책 공문 내용
과기정통부가 지난 2월 한국방송협회에 보낸 주파수 혼간섭방지 대책 공문 내용

하지만, 과기정통부는 착각에 빠져 있다.

핵심 문제는 이러한 책임전가 방식의 대책에 있지 않다. '시점'에 있다. 이 모든 일련의 과정은 이미 이통사가 주파수 비용을 지불하고 5G 신호를 쏜 이후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반대로 말하면, 앞서 방송·통신 이해관계자들이 충분히 협의를 진행할 수 있는 사안이었다는 것. 주파수 간섭 발생을 인지한 시기도 올해 1월, KCA가 대책을 방송협회에 발송한 것도 2월이다. 만약 미리 알고 있었다면 그것 역시 직무유기다.

심각한 건 과기정통부의 이러한 대책에 대한 설명 자체가 이번 혼간섭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듯 하다는데 있다.

혼간섭 때문에 5G 기지국을 내려야 한다고 단순하게 생각할 수 있겠지만, 본질적으로는 지난해 11월 발생한 통신장애 사고와 다를바 없다. '조치'가 아닌 '계획된 사고'로 이어질 수 있었다. 가령 5G 기반의 자율주행 차량이 달리고 있다고 가정해보자. 생각만해도 끔찍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기정통부는 5G 기지국을 일시적, 또는 며칠 내리기로 결정, 충분히 이 사실을 미리 공개해 대비할 수 있도록 하지 않았다.

국내 5G는 단말이 상용화되지 않았을뿐 이미 기업간거래(B2B) 시장에서는 상용화된 상태다. 자동차 부품 제조공장에서 초지연의 5G가 도중 중단됐다면 이로 인해 불량품이 생산됐고, 그 부품이 탑재된 완성차는 누가 탈지 생각해봐야 한다. 5G가 초반이고, 확산되지 않았고, 그나마 사고 없이 끝났기에 다행스럽다.

미연에 방지할 기회가 없지도 않았다. 지난해 초 '주파수정책자문협의회'에서도, 끝내 열리지 않은 '주파수심의위원회'에서도, 아니면 주파수 접수 당시 '혼간섭 대책'에서라도 확인하고 논의할 수 있었다.

게다가 지난 1월 가동한 5G 추가 주파수 발굴 연구반 역시도 이같은 혼간섭을 막을 수 있는 이해관계자가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3700~4200MHz 주파수는 아직도 고정위성이 쓰고 있고, 주파수 분배표에도 이동통신과 고정위성이 1순위로 지목돼 있다. 전례와 같다면, 제3의 주파수 혼간섭은 이미 따놓은 당상이다.

지난해 과기정통부는 공공 주파수와 5G 주파수 경매 매물과의 혼간섭 문제를 거론했을 당시에도 실제 문제에 대한 검증이 완벽하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문제 없다"고 답한 바 있다. 결국 그 대역은 간섭 우려로 제외되면서, 이전 말은 거짓으로 판명됐다.

잘못된 점이 있으면 사과하고, 이런 문제가 재발되지 않도록 대비책을 세워야 한다. 당장 내놓은 대안은 미봉책에 불과하다. 편의에 따라 5G 기지국을 국민 몰래 켜고 끈다면, 그것이 과연 '세계 최초 5G'인지도 의문스럽다.

김문기 기자 moo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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