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뉴스



[기자수첩] 글로벌기업 운명 바꾼 두 CEO


[아이뉴스24 양창균 기자] 기업의 흥망성쇠는 최고경영자(CEO) 손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금과 같이 4차 산업혁명이 산업체질을 바꾸는 시기에는 CEO의 중요성은 더할 나위 없다.

포털기업 야후(Yahoo)와 바이두(Baidu)는 CEO 손에서 운명이 극명하게 갈린 사례다.

1994년 출범한 야후는 2000년 들어선 직후 세계 검색시장의 절반을 점유할 만큼 막강한 위치를 누렸다. 하지만 야후를 위협하는 경쟁사들이 하루가 멀다하고 우후죽순 솟아났지만, 이를 읽지 못하면서 흔들리기 시작했다. 경영난을 타개하기 위해 2012년 구글(Google) 초기 창립 멤버이자 부사장이었던 마리사 메이어(Marissa Mayer)를 CEO로 영입했다. 당시 메이어 CEO의 나이는 37세. 야후의 파격적인 CEO 영입에 메이어의 주목도는 더 컸다. 수학·컴퓨터 천재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녔고, 포춘 500대 기업 중 최연소 CEO로 등극했다.

기대가 큰 만큼 실망도 큰 법인가. 메이어가 야후 CEO 취임 이후 수십억 달러를 투자한 M&A(인수합병)는 상당수 실패로 돌아갔고, 그나마 수익을 냈던 사업들을 정리하면서 상황은 더욱 악화됐다. 메이어는 온라인 광고사업으로 심기일전했지만, 구글에 이어 페이스북(Facebook)까지 뛰어든 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했다. 급기야 야후의 핵심 기반이던 인터넷 사업을 버라이즌(Verizon)에 매각하기에 이르렀다. 메이어는 결국 스타 CEO에서 불명예 퇴진했다.

반면 구글 짝퉁으로 불리던 바이두는 여전히 건재하다. 아니 오히려 미래 산업을 주도할 기반을 다지고 있다. 바이두의 창업자는 리옌훙(李彦宏)이다. 2001년 구글의 초기 화면과 유사한 '바이두 닷 컴'을 다시 열었지만, '구글 짝퉁'이라는 수모를 당했다. 그의 나이 31세였다. 하지만 리옌훙은 굴하지 않고 끊임 없는 도전으로 2005년 8월 5일 미국 나스닥에 상장하는 데 성공한다. 당시 바이두 주식은 공모가(주당 27달러)를 훌쩍 웃도는 주당 66달러에 거래가 시작됐고, 공모가보다 350% 높은 122.54달러로 종가를 찍으며 성공적인 신고식을 치렀다.

그러자 바이두 구성원 사이에선 그간의 치열함이 사그라들고 샴페인을 터트렸다. 바이두의 단 한 사람만 제외하고 말이다. 창업자 리옌훙이었다. 리옌훙은 직원들에게 공개편지를 썼다. "바이두가 파산까지 주어진 시간은 단 30일뿐"이라며 긴장감을 다시 일깨운 것이다.

이후 바이두의 약진은 눈부셨다. 2011년 기준 바이두의 브랜드 가치는 전년에 비해 141% 상승한 225억 달러(25조원)를 기록하며 글로벌 기업순위를 75위에서 29위로 끌어올렸다. 2014년 바이두의 브랜드 가치는 300억달러(33조원)를 넘겼고, 현재는 481억달러(54조원)까지 치솟았다.

이쯤 되면 누구나 만족스런 결과라는 생각이지만, 바이두는 여전히 배고픈가 보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핵심 기업으로 변신을 시도하고 있어서다. 특히 바이두는 인공지능(AI) 분야에서 공격적이다.

바이두가 보유한 AI 특허는 500개가 넘을 정도로 엄청나다. 바이두는 2012년 리옌훙의 주도로 AI에 눈독을 들이기 시작했다. 4차 산업혁명이 막 태동한 시점이다. 이후 바이두는 미국 실리콘밸리에 AI 연구소인 '딥러닝 연구소'를 설립했고 2016년 4월부터는 '베른 프로젝트'에 돌입했다.

이번 'CES 2019'에서도 바이두의 AI 기술은 진가를 발휘했다. 바이두가 개발한 AI 신기술이 현대차그룹 계열의 기아자동차 스포티지(중국명 즈파오)에 장착돼 처음으로 공개된 것. AI 기능도 일진보했다. 바이두가 선보인 AI 기술은 기존 '헤이, OO'처럼 명령어를 쓰지 않아도 운전자의 표정이나 몸짓을 읽어내 최적의 운전환경을 구축했다. 리옌훙의 시대를 읽고 미래를 보는 안목에 또 한 번 무릎을 탁 치게 만들었다.

더욱이 이번 CES 2019에서는 AI의 쓰임새를 다시 확인하는 계기였다. 모든 기기에 AI기술이 탑재되면서 수년 내에 라이프 스타일의 획기적인 변화를 예고했다. 리옌훙의 긴 안목으로 AI를 준비한 바이두 입장에서는 분명 재도약의 기회를 잡은 셈이다.

바야흐로 지금은 산업구조의 지각변동이 일어나는 시기다. 격변기 시대에 CEO의 진짜 실력도 나오기 마련이다.

양창균 기자 yangck@inews24.com






alert

댓글 쓰기 제목 [기자수첩] 글로벌기업 운명 바꾼 두 CEO

댓글-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로딩중
포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