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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환경가전' 열풍이 씁쓸한 이유


[아이뉴스24 윤선훈 기자] 공기청정기·의류관리기·건조기 등 환경가전 시장의 성장세가 무섭다. 2017년 140만대였던 공기청정기 연간 판매량은 올해 250만대까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건조기는 2017년 60만대 수준에서 올해 150만대, 의류관리기는 2017년 15만대에서 올해 50만대로 판매량 증가가 예상된다. 원인은 사철 몰아치는 미세먼지와 황사다. 공기의 질이 전반적으로 떨어졌고 이에 대응하기 위해 소비자들이 적극적으로 이들 가전제품을 구입하는 추세다.

환경가전 열풍의 기저에는 우선 정부의 미세먼지 대책에 대한 불신이 깔려 있다. 환경부가 지난해 9월 실시한 미세먼지 인식 조사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91%가 미세먼지 오염도가 심각하다고 답했고, 정부의 미세먼지 대책에 불만족한다는 답변 비율은 44.6%에 달했다. 특히 미세먼지·황사의 근원인 중국에 대해 정부가 제대로 된 대응책을 내놓지 못한다는 불만이 크다. 정부는 2016년 이후 수많은 미세먼지 저감대책을 발표했다. 지난해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지난해 미세먼지 '나쁨', '매우 나쁨' 일수는 오히려 2017년보다 27% 증가했다.

이처럼 정부의 미세먼지 대책이 실질적인 효과가 없다고 느끼다 보니 시민들이 스스로 미세먼지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하게 되고, 자연히 환경가전이 날개 돋힌 듯 팔린다. 가전업계 관계자들은 심해진 미세먼지가 결과적으로 매출에 상당한 도움이 되고 있다는 점을 인정한다. 앞으로 꾸준히 시장이 커질 것으로 기대한다. 그래서인지 환경가전 시장에 새로 뛰어들 준비를 하는 중견·중소 가전업체들도 여럿 보인다. 그야말로 물 들어올 때 노 젓기다.

이 과정에서 환경가전 라인업은 점점 다양해지고 소비자 선택의 폭도 한층 넓어지고 있다. 공급과 수요는 맞물린다. 시장이 커지면서 발생하는 자연스런 현상이다.

하지만 씁쓸한 면도 있다. 애초에 한국에서 필수 가전이 아니었던 제품들이 한두해 만에 '준' 필수가전으로 등극한 과정을 보면 그렇다. 공기청정기·의류관리기·건조기 시장이 급격히 성장한 시점은 미세먼지가 심해지기 시작한 시점과 정확히 맞물린다. 결국 소비자 입장에서는 갑자기 찾아든 불청객으로 어쩔 수 없이 추가적인 소비를 하게 되는 셈이다.

더욱이 품질 좋고 청정면적 넓은 공기청정기는 비싸다. 거실 외에 방에 공기청정기를 별도로 두려면 또 비용을 들여야 한다. 여기에 최근 떠오르고 있는 의류관리기는 기본적으로 150만원을 훌쩍 넘는다. 소득 격차에 따라 평소에 들이마시는 공기의 질에도 점차 격차가 생기는 모습이다. 정부의 미세먼지 저감대책이 효과를 발휘했다면 그나마 그 격차는 줄어들었을지도 모른다. 언제까지나 개인에게만 미세먼지 대책을 맡길 수는 없을 테다.

윤선훈기자 krel@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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