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글로벌 격변기에 우리기업은 지주사 족쇄


[아이뉴스24 양창균 기자] 글로벌 기업도 하루 아침에 몰락하는 격변의 시대다. 글로벌 시장에서 어느 날 그 명맥을 잇지 못하고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기업이 나오는 것도 이젠 놀랄 일도 아니다.

핀란드를 대표하던 노키아의 몰락이 던진 메시지는 강했다. 세계 1위로 승승장구하던 노키아는 스마트폰 시장에서 도태되고, 급기야 2013년에는 마이크로소프트(MS)에 휴대폰 부문을 매각하는 수모를 당했다. 핀란드 경제의 4분의 1을 차지한던 노키아의 퇴장은 핀란드 경제에 엄청난 후폭풍을 일으켰다.

글로벌시장의 카메라 명가였던 코닥은 어떻든가. 캐논과 견주면 사례는 더 극명하다. 글로벌시장에서 코닥은 절대적인 위치에 있었다. 그러면서도 코닥은 세계 최초로 디지털카메라를 개발했다. 하지만 코닥은 아날로그 필름을 지키기 위한 목적으로 기술을 숨기면서 몰락의 길로 들어섰다. 1970년대 중반 미국 필름 시장의 90% 점유율을 자랑하던 코닥은 2012년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반면 캐논은 아날로그에서 디지털카메라로 분야를 빠르게 전환하면서 코닥과는 정반대의 운명을 맞고 있다. 이후 렌즈 교환식 디지털카메라를 개발하며 독일과 미국 업체를 누르고 세계 정상에 올랐다.

캐논 처럼 생존을 위해 변신을 시도하는 글로벌 기업은 수두룩하다. 운영 수입으로 세계 최대이면서 여객 운송 거리로 세계 3위(유럽 1위) 항공사인 에어프랑스-KLM 그룹도 그렇다. 에어프랑스-KLM 그룹은 2004년 5월 에어프랑스 그룹이 네덜란드 항공사 KLM 그룹을 인수해 형성된 지주사이다. 에어프랑스-KLM 그룹은 금융, 보험 계열사를 보유하면서 항공 관련 금융과 보험 서비스 산업을 통해 새로운 수익 모델을 창출했다.

우리나라에서도 편의점 브랜드 세븐일레븐으로 잘 알려진 일본 세븐앤아이(Seven&I)홀딩스는 백화점, 슈퍼 등 다양한 산업군의 자회사를 보유한 지주사다. 이 회사는 금융 계열사인 세븐뱅크(지주회사 지분 46.2%) 자회사를 적극 활용하면서 또 다른 성장판을 구축했다. 세븐뱅크가 계열사인 세븐일레븐의 편의점에 ATM기를 설치해 사용자 편의성을 높이고 인프라 비용을 감축해 전략적 시너지를 창출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국내 기업들의 상황은 녹록하지 않다. 특히 지주사로 전환한 기업들의 사정은 더 나쁘다. 정부는 1997년 IMF(외환위기)를 겪은 뒤 당시 순환출자고리 형식의 지배구조 문제점을 타파하기 위한 대안으로 지주사 제도를 1999년 4월에 도입했다.

이에 김대중 정부 시절에는 제한적으로 허용했고, 노무현 정부에서는 규제를 대폭 완화해 장려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집계한 올해 9월 기준 지주회사는 173개다. 이들 지주회사의 자회사, 손자회사, 증손회사는 1869개다. 자산총액 1조원 이상 지주사(42개)가 대부분(26개)이 대기업집단 소속일 정도로 한국 경제의 핵심 역할을 맡고 있다.

문제는 외국의 지주사와 달리 우리 기업들은 금융사 보유 금지, 지분율 규제, 금융 지주사의 일반자회사 보유 금지 등에 발목이 잡히면서 진척을 이뤄내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지주사 체제로 전환한 롯데그룹은 금산분리 원칙에 따라 금융계열사 매각에 나서고 있다. 글로벌 경쟁사들이 활발한 기업 활동을 펼치고 있을 때, 우리 기업들은 낡은 공정거래 규제로 인해 기존 사업마저 포기해야하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는 것이다. 현재 상황에 맞게 대폭적인 규제 정비가 절실한 이유다.

양창균기자 yangck@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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