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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광주형 일자리' 좌초가 주는 교훈


극단의 이기심 만들어낸 파국…사회발전 관점에서 성공위해 힘써야

[아이뉴스24 한상연 기자] 광주형 일자리 사업이 좌초 직전까지 몰렸다. 사업을 추진하는 당사자들 간 이해(利害)의 간극이 커 시작단계부터 성사가 쉽지 않을 것이란 예상이 나왔다. 결국 이해 당사자들의 이기심이 좋은 취지에서 출발했던 일자리 창출 사업을 위기로 몰아가고 있다.

광주형 일자리는 지역의 일자리를 늘리기 위해 추진된 사업으로, 기업이 낮은 임금으로 근로자를 고용하는 대신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복리후생 비용을 지원함으로써 부족한 임금을 보전하는 방식으로 추진될 예정이었다.

지난 5월 현대자동차가 광주시 빛그린산업단지 내 자동차 생산 합작법인 설립을 위한 투자 요청에 참여의향서를 제출하면서 논의가 본격화했다. 하지만 7개월 동안 광주시, 현대차, 현대차 노조 간 이견이 좀처럼 좁혀지지 않으며 한 걸음도 떼지 못했다.

가장 먼저 찬물을 끼얹은 건 현대차 노조다. 이들은 광주형 일자리로 인한 임금의 하향평준화를 우려해 총파업까지 불사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내비쳤다. 그러면서 지난 6일 협정 체결 조인식을 앞두고 돌연 협상에 제동을 걸었다. 파업까지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협상 재개 시 파업 가능성은 여전히 열려있다.

현대차는 노사민정 협의회가 새롭게 의결한 수정 제시안에 대해 조인식 전날 반기를 들었다. 초임 연봉 3천500만원, 주 44시간 노동에는 합의했지만, 핵심 쟁점이었던 35만대 생산 때까지 단체협약을 유예하는 내용을 추후 논의‧결정하겠다는 협의회 측 의견을 수용할 수 없다는 게 반발의 핵심이다.

자신들의 이익에 반하는 방향으로 흘러갈 경우 한치도 양보할 수 없다는 이해당사자들의 극단적 이기심이 광주형 일자리 논의가 제자리를 맴도는 본질적인 이유다.

하지만 현대차와 현대차 노조가 광주형 일자리를 놓고 이렇듯 한 목소리를 내는 모습이 낯설기만 하다. 매년 각자의 이익을 위해 서로를 비난하는 등 끊임없는 분쟁을 통해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던 게 바로 이들이기 때문이다.

19세기 중반 영국 정치가 헨리 존 템플 팔머스톤은 "영원한 친구도, 영원한 적도 없다. 영원한 국가이익이 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이해집단 간에는 그 누구를 위한 것도 아닌 오로지 자신들의 이익만을 추구한다는 것을 강조한 말이다.

광주형 일자리 사례는 팔머스톤의 말처럼 이익 앞에서는 영원한 친구도, 영원한 적도 없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그래서 두 집단이 보여주는 지금의 합심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것일 수도 있다. 그렇다고 해도 씁쓸함을 감추기가 어려운 것은 사실이다.

이 사업을 위해 일부의 희생이 요구되는 건 사실이다. 이들이 한 목소리로 반대하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큰 틀에서 사회를 건강하게 만들고 이를 통해 국가 경쟁력을 높여 장기적으로는 사회 구성원 모두에게 더 큰 이익을 가져다 줄 수 있다는 점은 안타깝게도 전혀 고려 대상은 아닌 듯하다.

광주형 일자리는 특정 누구에게 혜택을 주기 위해 추진되고 있는 것이 아니다. 모두 잘 살자는 취지에서 출발했다는 것을 이해당사자들이 분명히 인식했으면 좋겠다. 이번만큼은 각자의 이기심을 내려놓고 '국가 이익'을 위해 이 사업이 성공적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힘써주길 당부한다.

한상연기자 hhch1113@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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