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고삐 풀린 물가, 손 놓은 정부


[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연말이 다가올수록 물가 인상 소식이 또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그동안 가격 인상 문제를 두고 고심을 하던 업체들은 지난해 말부터 최저임금 인상을 빌미로 눈치도 보지 않고 당연하다는 듯 제품 가격을 올리는 모양새다. 정부가 올 초 소비자단체와 함께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편승 인상 방지를 위해 가격 감시를 강화하겠다고 엄포를 놨던 것이 무색할 정도다.

본격적인 가격 인상의 움직임은 지난해 말부터 포착됐다. 최저임금이 올해 1월 시간당 7천530원으로 지난해보다 16.4% 인상된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작년 말부터 몇몇 편의점주들은 수익성 악화에 대한 대안으로 소주 등 일부 제품의 가격을 올렸다. 동네 미용실, 식당 등 아르바이트 근무자가 있는 곳도 마찬가지였다.

특히 아르바이트 비중이 높은 프랜차이즈 업계는 작년 말부터 가장 먼저 가격 인상 행렬에 동참했다. 롯데리아, KFC, 모스버거 등 햄버거 업체가 5~6%를 올렸고, 놀부부대찌개, 신선설농탕, 죽이야기 등 한식 업체도 최고 14%까지 가격을 인상했다. 올 초에는 커피빈도 커피 가격을 6.7% 올렸고, 고봉민김밥·써브웨이 등도 가격을 조정했다.

이 여파는 제조업도 강타했다. 올해는 CJ제일제당이 2월에 햇반, 스팸, 냉동만두, 어묵 등 일부 제품 가격을 평균 6~9% 올린 것을 시작으로, 롯데제과·해태제과·농심 등 여러 업체들이 가격 인상 대열에 가세했다.

2~4월에는 파리바게뜨, 뚜레쥬르 등 베이커리 업체들과 롯데제과, 해태제과가 일부 제품의 가격을 올렸다. 6월에는 편의점 CU가 PB 제품 가격을 조정했고, 8월에는 GS25도 김밥 등의 가격을 10% 가량 인상했다. 11월 들어서는 농심이 스낵 가격을, 롯데지알에스가 크리스피 크림 도넛·롯데리아 홈서비스 메뉴 가격을, 롯데제과·해태제과가 아이스크림 가격을, 팔도가 어린이 음료·라면 가격 등을 올렸다.

여기에 올해 8월 원유가격이 4원 오르면서 우유가격도 영향을 받았다. 서울우유를 시작으로 남양유업, 삼양식품 등이 흰 우유 가격을 3~5% 가량 상향 조정했고, 이 여파로 우유를 원료로 사용하는 아이스크림 업체와 커피 업체들이 잇따라 가격 인상 행렬에 동참했다.

싱글몰트 위스키 업체들도 제품 가격 올리기에 나섰다. 지난 7~8월 맥캘란·글렌피딕 등 약 20여 종의 가격이 5~7% 올랐고, 이달부터 하일랜드파크 등 위스키 10종 가격이 두 자릿수 인상됐다. 업계에선 싱글몰트 위스키 인기에 편승해 업체들이 독점 유통구조를 이용함으로써 쉽게 가격을 올린 것이라고 지적했다.

피자업계도 마찬가지다. 미스터피자는 지난 9월 초부터, 도미노피자는 지난 4월 가격 인상에 이어 이달부터 VIP와 프리미엄 고객 혜택을 줄였다. 피자알볼로는 올해 7월 피자 가격을 평균 11.2% 올렸다. 이 외에도 패밀리레스토랑인 아웃백스테이크 역시 지난달부터 메뉴 41개의 가격을 2년만에 인상했고, BBQ도 이달 19일 9년만에 치킨 값을 최대 2천 원 상향 조정했다.

내년 초에도 가격 인상 소식은 여전하다. 떡볶이 프랜차이즈 두끼는 이미 1월 1일부터 가격을 1천 원 올린다고 공지한 상태다.

이처럼 제품 가격 인상이 하루가 멀다하고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는 정작 손을 놓고 있다. 수익성 개선이 시급한 업체들이나 자영업자들이 인건비 증가에 따른 부담을 제품 가격에 전가하고 있지만, 이를 통제할 능력을 상실한 것처럼 보인다. 또 갑자기 늘어난 인건비 부담 탓에 일부 업체들은 고용 인력을 줄이거나 무인(無人) 시스템 도입을 서두르는 등 고용 한파도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정부는 2017년 초에도 라면과 맥주, 참치캔 등 서민 품목의 값이 대거 오르자 꾸준히 물가 관리를 강화하겠다고 발표'만' 했다. 당시 기획재정부 장관이 '물가 인상 관리를 철저히 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일주일도 안돼서 업체들은 계속 가격 인상 소식을 쏟아냈다. 올 초에도 정부는 물가 관리를 한다고 했지만 업체들은 크게 신경을 쓰지 않는 분위기다.

일부 업체들은 우유·쌀·밀가루 등 원재료 가격이 상승하고, 주 52시간·최저임금 인상 등으로 인한 인건비 부담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만큼 제품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 그러나 물가 인상의 움직임에 편승하려는 업체들도 상당수다.

이로 인해 고통받는 것은 결국 서민이다. '서민들을 위한 정책'을 펼치겠다던 문재인 정부의 약속은 부의 불평등만 심화시켰고, 물가는 더 불안정해졌다. 더군다나 소득주도 성장의 수단으로 앞세웠던 최저임금 인상 등의 정부 정책으로 국내 경제의 불확실성은 더 커진 상태다. 지금이라도 정부가 이상만 쫓을 것이 아니라 현실을 직시한 후 시장 상황에 맞는 정책을 내세우고, 고삐풀린 물가 인상 행렬을 끊을 수 있는 '통제력'을 지니길 간곡히 부탁한다.

장유미기자 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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