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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BTS 방송 막은 日, '김대중-오부치 선언' 정신 되새겨야


문화교류 통해 불안정한 한일 관계 지탱 위한 기반 다지는 게 우선

[아이뉴스24 송오미 기자] "티셔츠 이상의 문제다. 이번 사태는 배상판결로 인해 고조된 양국의 긴장관계 때문이다."(미국 대중문화 전문지 빌보드)

"강제징용 판결이 있었던 지난달 양국 간 역사적 긴장감이 최고조였다. 현재 한국과 일본 관계는 정치적 지뢰밭 같다."(뉴욕타임즈)

한국을 넘어 전 세계적으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방탄소년단(BTS)의 일본 방송 출연 일정이 모두 취소됐다는 소식이 알려진 후 외신이 보인 반응이다. 지난달 30일 대법원은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4명이 일본 기업 신일철주금(옛 신일본제철)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 재상고심에서 "피해자들에게 각각 1억 원을 배상하라"는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BTS는 13일부터 진행되는 일본 돔 투어를 앞두고 지난 9일 TV아사히 '뮤직스테이션'에 출연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전날(8일) TV아사히 측은 BTS의 멤버 지민이 일 년 전에 착용했고, 그 당시에는 전혀 문제 삼지 않았던 티셔츠 디자인을 갑자기 문제 삼으며, BTS의 출연을 취소했다. 티셔츠 뒷면에는 광복을 맞은 한국 국민이 만세를 부르는 모습과 일본 원자폭탄이 투하될 때 생기는 버섯구름 모양의 사진, '애국심(PATRIOTISM)·우리역사(OUR HISTORY)·해방(LIBERATION)·한국(KOREA)'이라는 문구가 영문으로 새겨져 있었다.

이후 방탄소년단의 출연을 검토하던 NHK '홍백가합전'과 후지TV 'FNS 가요제', 아사히TV '뮤직스테이션 슈퍼 라이브' 등도 줄줄이 취소됐다.

이번 사태는 지난달 26일 일본의 극우 매체인 도쿄스포츠가 BTS 멤버 지민의 티셔츠를 지적하며 "방탄소년단의 '반일 활동'이 한국에서 칭찬받고 있다. 이는 자국 역사에 대한 뿌리 깊은 콤플렉스가 나타나는 것"이라고 주장한 게 발단이 됐고, 일본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지난달 8일은 '김대중-오부치 공동선언' 20주년이었다. 1998년 10월 8일, 당시 김대중 대통령과 오부치 게이조 일본 총리는 도쿄에서 열린 한일정상회담에서 '21세기의 새로운 한·일 파트너십'을 공동 선언했다.

오부치 총리는 "식민 지배로 인해 한국 국민에게 다대한 손해와 고통을 안겨줬다는 역사적 사실을 겸허히 받아들이며, 통절한 반성과 마음으로부터 사죄를 한다"고 밝혔다. 패전 이후 일본의 반성과 사죄가 공식 문서에 처음으로 남겨진 것이었다. 이에 대해 김 대통령은 "양국이 과거의 불행한 역사를 극복하고 화해와 선린우호 협력에 입각한 미래지향적인 관계로 발전시키기 위해 서로 노력하는 것이 시대적 요청"이라고 화답했다. 한국 정부는 이 선언에 따라 일본 대중문화 개방을 단행했고, 일본에서는 '한류 열풍'이 불기 시작했다. 이전과는 차원이 다른 한일 교류의 지평이 열린 것이었다.

물론 선언 이후 영토·위안부·역사교과서·야스쿠니신사 참배 문제 등 민감한 역사적 사안들이 부각되면서 양국은 협력과 갈등 관계를 반복했다. 그러나 과거사 문제는 단기간에 해결할 수 없는 만큼, 불안정한 한일 관계를 지탱해줄 수 있는 기반을 다지는 게 우선이다.

그러기 위해선 경제와 안보뿐만 아니라 문화 분야에서의 교류와 협력도 지속해 나가야 한다. 활발한 문화교류는 상대국에 대한 부정적인 요소를 감소시키고 친밀감을 높이는 효과를 갖는다. BTS 방송 출연을 막은 일본의 이번 태도는, 양국 국민의 감정을 악화시키고 양국 관계를 더욱 불안정하게만 해 적대의 역사를 더욱 단단하게 할 뿐이다. 일본은 지금 '김대중-오부치 공동선언'의 정신을 되새겨야 할 때다.

송오미기자 ironman1@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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