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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14년]지소연과 런던정담①"영국을 떠나지 못하는 이유는…"


5년째 첼시 레이디스 주전, 시장 확대에 UWCL까지 뛰면서 의욕 상승

[조이뉴스24 이성필 기자] 벌써 5년, '지메시'로 불리는 지소연(27, 첼시 레이디스)이 영국 무대에 진출한 세월이다.

지소연은 한국 여자축구의 대명사가 됐다. 그만큼 지소연에 대한 기대감이 큰 편이다. 영국에 진출했으니 당연히 골은 넣어줘야 하고 대표팀에 와서도 그 역할을 이어가야 한다는 부담과도 마주하고 있다.

"세계적인 선수들과 경쟁하다 보니…"

한양여대 졸업 후 WK리그를 거치지 않고 곧바로 고베 아이낙(일본)에 입단해 3년을 뛰고 첼시 레이디스 유니폼을 입는 등 화려한 코스를 밟았다. 입단 당시에는 첼시 레이디스 '역사상 최고 대우'라는 조건까지 붙었다. 그렇게 새로운 경쟁과 마주했고 5년을 버티며 첼시 레이디스의 주축으로 자리 잡았다.

매일 생존 경쟁을 펼치고 있는 지소연을 만난 것은 지난달 5일, 런던 외곽에 한인들이 몰려 거주한다는 뉴몰든 '유미회관'이었다. 오전 훈련을 마치고 직접 운전하고 온 지소연의 손에는 영양보충 음료가 들려 있었다. 평소 몸 관리를 얼마나 잘하는지 충분히 알 수 있는 행동이었다.

일본에서 영국으로 온 순간을 회상한 지소연은 "처음 여기에 와서 많이 놀랐어요. 일본에서 받던 연봉보다 더 깎였으니까요. 후회하지 않았다면 거짓말이죠. 일본에 남았다면 더 많은 연봉을 받았을 테니까요. 일단 축구를 하러 왔지만, 집안을 이끄는 가장이었으니 1. 2년 차까지는 돈을 벌어야 하는 상황이었으니까요. 많이 힘들어서 중간에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은 생각도 있었지만, 그럴 경우 선수로서 발전하기 어렵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세계적인 선수들과 부딪힐 기회조차 없으니까요. 1년씩 하다 보니 여기까지 왔네요"라며 스스로에게 감사함을 잊지 않았다.

지소연이 잉글랜드 여자 프로축구리그인 WSL(WOMEN'S SUPER LEAGUE)은 2011년 8개 구단으로 출범했다. 그런데 현재는 3개 구단이 늘어 11개나 된다. 2부리그인 챔피언십에도 11개 구단이 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토트넘 홋스퍼도 레이디스를 창단해 챔피언십에 있다. WSL 1, 2위는 유럽축구연맹(UEFA) 여자 챔피언스리그(UWCL)에 나선다. 꼴찌는 챔피언십으로 강등된다.

당연히 첼시도 레이디스에 투자를 할 수밖에 없다. 지소연은 "처음에는 여자팀 전용구장이 없었죠. 재단 건물에 여자팀 시설이 들어가 있었죠. 그런데 지금은 전용 건물도 있고 여건이 정말 좋아졌어요"라며 놀라움을 숨기지 못했다.

잉글랜드 축구협회(FA)는 지난해부터 여자 축구 발전 청사진을 내놓고 리그 활성화를 통한 국가대표 전력 강화에 집중하고 있다. 첼시, 아스널, 맨체스터 시티 등이 선도했고 브라이튼 &호브 알비언, 에버턴 등이 따라오는 중이다. 시설 투자는 물론 선수 영입 전쟁이 후끈 달아올랐다.

영국 여자프로축구 시장 확대에 챔피언스리그 경쟁까지, 할 일이 많아

구단도 홍보를 강화하고 있다. 첼시 레이디스의 홈구장은 뉴몰든에서 멀지 않은 킹스턴이라는 동네에 있다. 지소연은 "지하철 개찰구에 선수 사진과 경기 시간을 넣고 홍보하고 있다. 그래서 팬이 많이 늘었다. 시즌권도 판다. 1장에 우리 돈으로 1만원 안팎인데 3천명만 구경 와도 큰 힘이 된다"고 말했다.

지난해 5월은 아스널과의 FA컵 결승전은 잊기 힘든 경기였다. 영국 축구의 성지인 웸블리 스타디움에 여자 축구를 보겠다고 4만명 넘는 관중이 찾은 것, 지소연은 "결승전에 4만명이라니 놀라웠다. 그 기분은 쉽게 지워지지 않더라. 그 정도로 영국 축구는 발전하고 있다. 남자팀에 여자팀이 같이 있으니 성장하게 된다. 팬들의 관심도 자연스러운 것 같다. 맨유의 경우 선수 영입 등 투자를 많이 했다. 내년에 WSL로 올라오지 않을까 싶다"며 부러움과 경계심을 숨기지 않았다.

얼핏 보면 영국 무대에 완벽하게 적응해 떠날 생각이 없는 사람처럼 보인다. 지소연에게는 미국으로 오라는 관심이 끊이질 않았다. A대표팀 최정상권인 미국이기에 프로리그도 강해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국 리그는 3월에 시작해 9월에 끝난다. 경기도 많은 편이 아니다. 일찍 끝나니 9월부터 다음 해 2월까지 다른 리그에서 뛸 곳을 찾아야 한다. 지소연도 이 부분을 아쉽게 생각했다. 그는 "미국에 가면 잘할 자신은 있지만, 시즌이 짧다. 다른 리그를 뛰어야 한다. 미국은 미국리그만 한다"며 아쉬워했다.

무엇보다 영국을 떠나지 못하는 확실한 이유는 UWCL의 존재다. 프랑스, 독일, 노르웨이, 스웨덴 등 여자축구 강호 클럽팀과 만나는 경험이야말로 정말 큰 장점이다. 세계 여자 축구 시장이 점점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국제 경기 경험 축적처럼 소중한 것은 없다.

지소연도 "영국은 리그가 확장하고 활성화되니 대표팀의 전력도 좋아지더라. 다른 국가도 마찬가지다. 프랑스는 몽펠리에, 올림피크 리옹, 파리 생제르맹(PSG)이 최고고 독일은 볼프스부르크가 정말 좋다. 볼프스부르크와는 만나기만 하면 졌다. 지난 시즌 UWCL 4강에서도 패했다"며 수준 높은 리그 경험으로 긴장감 유지를 할 수 있는 것이 큰 자산임을 강조했다.

체격 좋은 유럽 선수들과 싸움은 지소연에게 분명 자극제다. 지소연은 올 시즌 골이 없다. 감독이 지소연을 중앙 미드필더로 활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골잡이들을 영입, 지소연의 공격 연계 능력 극대화를 위해 변화를 줬다. 일각에서 지적하는 '골이 없다'는 비판은 이런 사정을 모르고 하는 소리다.

지소연은 "해외에 나와서 유럽 선수들과 경쟁하는 것은 괜찮다고 본다. 볼을 다루는 능력이 좋고 차는 속도도 다르더라. 영국만 해도 남자축구의 스타일을 그대로 따라가서 투박하고 거칠다. 반면 프랑스는 섬세하다. 그런 다양한 스타일을 익힌다는 장점이 있다"며 적극 홍보했다. 그렇다면, 국내 선수들은 영국 등 해외 진출이 어려울까. 지소연의 생각은 달랐다.

<②부에서 계속…>

조이뉴스24 런던(영국)=이성필 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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