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패러디 자문단 만들겠다"…선관위

 


인터넷 패러디에 대한 경찰의 과잉수사가 논란이 되고 있는 가운데, 패러디 수사의 형평성과 공정성을 높이기 위해 선거관리위원회 내에 전문가 그룹으로 구성된 자문단을 만들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인터넷 패러디는 17대 총선을 계기로 국민들의 정치무관심병을 고치는데 크게 기여한 것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경찰의 자의적인 수사로 패러디 작가들이 잇달아 연행되면서 논란을 빚기도 했다.

김용희 선관위 지도과장은 20일 함께하는시민행동(www.ww.or.kr)이 주최한 '인터넷과 4.15총선' 토론회에서 "(패러디의 선거법 위반 여부에 대한) 판단은 선거관리위원회에서 하더라도, 자문단을 만들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인터넷 패러디가 새로운 문화 현상인 만큼 경찰의 자의적인 해석에 맡기기 보다는 법 해석에 신중을 기하자는 주장이다.

이에 앞서 인터넷 게시물과 관련해 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김태일 라이브이즈닷컴 대표는 김 지도과장에게 "선거법 개정 전에 지방의회선거나 보궐선거가 실시될 경우엔 수 많은 선의의 네티즌 피해자가 생겨날 것"이라며 "일단 법 개정 전에 선관위가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전문가 그룹이 한번 걸러주는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진우 변호사(민주화를위한변호사모임)는 "경찰이 패러디 작가 수사에서 너무 앞서나가고 있다"며 "선관위가 경찰에 고발해야 경찰이 수사할 수 있도록 친고죄 조항을 집어넣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이날 토론회에서는 ▲ 인터넷이 이번 총선에 미친 영향을 분석하고 ▲ 인터넷을 통해 정치 참여 기회를 확대하는 방안들이 논의됐다.

▲ 시민단체 및 언론사들이 불복종 운동을 벌이는 인터넷실명제에 대한 보완책과 ▲ 사전선거운동 금지 조항, 여론조사 발표 금지조항 등 17대 국회에서 선거법 개정시 핫 이슈가 될 사안들도 다뤄졌다.

민경배 교수(함께하는시민행동 정보인권위원장, 경희사이버대학 교수), 박동진 박사(한백재단, 정치학), 이진우 변호사, 김용희 선관위 지도과장, 강원택 숭실대 교수, 김태일 라이브이즈닷컴 대표와 이창호 인터넷신문협회장(아이뉴스24 대표)이 발제자와 토론자로 참석했다.

◆ 선거운동으로서의 인터넷은 큰 힘 발휘 못해

박동진 박사는 "이번 총선에 출마한 후보자중 85.3%가 홈페이지를 만들어 인터넷 선거운동을 했지만, 대부분 네티즌들로부터 외면당했다"며 "의식적인 선거운동으로서의 인터넷은 별 효과가 없었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이 94.9%, 열린우리당이 100%, 민주노동당이 91.1% 후보 홈페이지를 만들었지만, 후보 홈페이지를 통해 새로운 정보를 얻고 표심을 결정하지는 않았다는 말이다.

특히 그는 "추미애 민주당 선대위장과 김형주 열린우리당 후보가 겨뤘던 광진을의 경우 트래픽 순위를 매기는 알렉사닷컴 순위는 추 위원장이 4만3천880등이고, 김 후보가 21만8천108등으로 추 위원장 홈페이지가 훨씬 인기를 끌었지만 선거 결과는 김형주 후보의 승리였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또 "전체적으로 보면 한나라당과 한나라당 후보들의 홈페이지 트래픽이 다른 당보다 앞섰다"고 말했다.

강원택 숭실대 교수는 "선거운동에서 인터넷의 영향력이 적었던 것은 이미 특정 후보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있는 사람이 해당 후보 홈페이지에 들러 자신의 신념을 재강화하는 방향이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전자적 공론장으로서는 크게 기여

인터넷이 후보들의 직접적인 선거운동의 장은 될 수 없었지만, 탄핵심판론, 민주주의 위기론, 투표부대 등의 담론을 주도하며 총선을 이끌었다.

박동진 박사는 "서프라이즈나 라이브이즈닷컴, 디시인사이드 등이 트래픽에서는 조선일보 등 기존 언론사에 밀렸지만, 인터넷 공간에서 생명력을 갖고 새로운 담론을 만들어 선거에 영향을 미쳤다"고 평가했다.

강원택 숭실대 교수는 "인터넷의 중요한 특성중 하나는 놀이공간이라는 점"이라며 "이런 점에서 (풍자와 해학이 숨쉬는) 인터넷 댓글이나 패러디에 대해 선관위에서 지나치게 이성적인 잣대로 보고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 인터넷의 자유를 침해하지 말라

이진우 변호사는 "일선 경찰에서 특진을 노려 인터넷 패러디 등에 대해 지나치게 인지 수사하고 있다"며 "비공식적이지만 네티즌 수사 및 고발 사례가 1만건이 넘는 등 신공안정국을 연상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또 "외국의 경우 패러디물은 저작권 및 상표권과 관련해 논의되었을 뿐 패러디는 언론 자유의 당연한 범주로 보는 게 대세"라며 "이를 선거법상 허위사실 유포로 보고 처벌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정치인은 공인인 만큼 일반인에 비해 보다 공격적인 표현에 대해 감내해야 하며, 선거법에서 다루기 보다는 문제 발생시 민사소송을 통해 해결하는 게 적절하다"고 말했다.

박동진 박사는 여론조사 공표를 금지하고, 사전선거운동에 제약을 두는 것에 대해 "17대 국회에서 선거법 개정때 삭제해야 할 조항"이라고 말했다.

이창호 인터넷신문협회장과 김태일 라이브이즈닷컴 대표도 "선거법의 취지가 돈은 막고 입은 여는 것이라면 인터넷을 통한 정치참여의 폭을 넓히는데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며 개정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강원택 숭실대 교수는 "현재의 선거법은 대단히 규제적"이라며 "17대 총선을 계기로 정치 참여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개정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용희 선관위 지도과장은 "이번 토론회에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며 "인터넷에서의 정치 광고와 사전선거운동은 허용돼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 실명제와 인터넷언론사에 대한 재규정 시급

이창호 인터넷신문협회장은 "주민등록전산망이나 신용정보 DB를 이용한 실명제에 반대한다"며 "인터넷언론사에 대한 규정을 정간법이 아닌 선거법에 두는 것도 이치에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용희 선관위 지도과장은 "IP 추적권한이 있어 굳이 실명제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이 든다"며 "보다 많은 토론을 통해 17대 국회에 의견을 제출하겠다"고 말했다.

김현아기자 chaos@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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