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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무한경쟁에 지친 애들에게 주는 위로, '1등 용이가 사라졌다'


"자존감은 자신을, 또 세상을 달라지게 한다"

[아이뉴스24 유재형 기자] “은메달 딴 것도 잘한 거 아닌가? 왜 울지?” 혼잣말처럼 툭 뱉은 내 말을 아저씨와 아주머니가 들은 모양이다. 둘 다 어이없다는 얼굴로 나를 바라보았다. “은메달 수십 개를 따도 금메달만 못해. 세상은 1등만 기억한단다. 2등은 소용없어.” “그럼, 그럼. 용아, 아빠 말처럼 세상은 오로지 1등만 인정한단다.”두 사람은 웃는 얼굴로 2등을 하면 절대로 안 된다는 말을 하고 있었다. 너무 단호한 말에 당황스러웠다. 1등은커녕 2등도 못 해 본 나는 죽어야 하나 싶어 고개가 절로 숙여졌다. (본문 75쪽 중에서)

◆1등만 하면 무조건 행복할까, 1등보다 소중한 것은?

우리 사회에서 경쟁이 작용하지 않는 곳은 없다. 학교에서는 성적으로, 회사에서는 성과로, 운동 경기에서는 등수로 끊임없이 우열을 나누고 순서를 매긴다. 많은 사람들이 함께 살다 보면 경쟁은 어쩔 수 없기도 하지만, 문제는 많은 사람들이 1등만 하면 무조건 ‘행복’해지고, ‘완전’할 것이라는 착각을 한다는 점이다.

과연 1등만 하면 모든 것이 다 해결되는 것일까? '어린이나무생각'서 출판한 책 '1등 용이가 사라졌다'(문학숲 009 - 1등 제일주의)는 무엇이든 잘하는 용이와 무엇을 해도 별 볼 일 없어 ‘찌질이’라고 불리는 용이가 평행 우주 여행으로 서로의 환경이 바뀌게 되면서 그 속에서 스스로의 자존감을 찾아가는 이야기이다. 아이들은 평행 우주 여행이라는 놀라운 경험을 통해 1등보다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진지하게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평행 우주에서 만난 또 다른 용이

공부도, 운동도, 노래도 어느 것 하나 잘하는 게 하나 없는 용이. 그러다 보니 학교에서 친구들에게 놀림감이 되고 항상 주눅 들어 지낸다. 용이는 이 모든 것이 가난한 자신의 집안 형편 때문이고 친구와 동업하다가 돈을 날린 아빠 때문이며, 자기만 보면 놀려 대는 기웅이 탓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던 중 낡은 자전거를 타고 달리다가 우연히 평행 우주로 떠나게 되고 그곳에서 자기와는 무엇이든 정반대인 또 다른 용이로 살게 된다. 또 다른 용이의 집은 부자이고 부모님은 상냥하기 그지없다. 또한 용이는 공부든 운동이든 뭐든 1등만 하는 아이이다. 친구들도 언제나 용이를 치켜세우고 선생님들도 1등을 도맡아 하는 용이는 잠시 행복을 느끼며 영원히 그곳에 머무르고 싶어 한다.

하지만 우연히 발견한 또 다른 용이의 일기장에서, 1등만 인정하는 버거운 부모님의 기대, 학원에서 학원으로 끊임없이 이어지는 공부, 아이큐가 높지 않다는 열등감, 언제 2등으로 밀릴지 모른다는 불안감 속에서 괴로워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1등보다 소중한 건 바로 나

일주일간의 평행 우주 여행을 다녀온 후 용이의 환경에 달라진 건 아무것도 없다. 그러나 용이의 마음은 이전과 크게 달라졌다. 기웅이 무리 앞에만 가면 항상 위축되고 움츠렸던 어깨를 당당하게 펴게 됐고, 엄마의 악다구니도 가족을 지키기 위한 사랑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으며, 똑같이 풍겨 오는 시장통의 퀴퀴한 냄새도 진한 삶의 냄새라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

이 모든 것은 용이에게 지금 그대로의 나로도 충분히 괜찮다는 자존감이 생겼기 때문이다. 자신에 대한 평가를 다른 친구와의 비교나, 누군가의 말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결정하고, 판단하고, 인정할 수 있게 된 것이다.

1등이면 무조건 행복할까? 1등이 아니면 아무 의미가 없을까? 작가 윤숙희는 이렇듯 자존감은 자신을, 또 세상을 달라지게 한다는 사실을 전하고 있다. 또 단단한 자존감을 갖게 된 용이의 내일과 독자들을 미래를 응원하고 있다.

글쓴이 윤숙희는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동화가 당선됐으며, 샘터동화상과 푸른문학상 미래의 작가상을 수상했다. 그린이 에스더는 150여권에 이르는 그림책 작업과 함께 기업 디자인 등 창작 활동을 통해 다양한 장르의 그림을 발표하고 있다.

유재형기자 webpoem@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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