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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노동자 보호법 시행됐지만…'사각지대' 갇힌 판매 직원


원청업체 협력사 직원 보호 의무 없어…'반쪽짜리' 비판

[아이뉴스24 윤지혜 기자] #. 지난 7월 경기도 용인시의 한 백화점 화장품 매장에서 40대 여성 A씨가 판매점원을 폭행하고 폭언을 퍼부은 일이 발생했다. A씨는 "해당 브랜드의 제품을 사용한 후 피부에 문제가 생겼다"며 판매직원들에게 화장품을 던지거나, 머리채를 잡았다.

이처럼 '갑질'을 일삼는 블랙 컨슈머로부터 감정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한 법안(산업안전보호법 개정안)이 지난 18일 본격적으로 시행됐다. 그렇다면 앞으로 갑질 난동이 발생했을 때, 화장품 판매직원들은 안전하게 보호받을 수 있을까. 근로자들은 고개를 절래절래 흔든다.

26일 정부와 업계에 따르면 고용노동부는 산업안전보건법을 개정하며 사업주로 하여금 고객 응대 근로자 보호조치를 강화하도록 했다.

개정된 법안에 따르면 사업주는 고객 폭언 예방을 위한 문구 등을 사업장에 게시하고, 고객 응대업무지침 등을 마련해야 한다. 고객의 폭언이나 폭행 발생 시 사업주는 고객 응대 근로자가 위험장소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업무를 일시 중단하거나 휴식시간을 제공하고, 필요한 경우 치료와 상담도 지원해야 한다.

또 피해 근로자가 고객에게 법률적인 책임을 묻고자 하는 경우 CCTV 등의 증거자료를 제출하는 등 고소·고발·손해배상청구를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하도록 했다. 사업주가 이같은 보호조치를 하지 않을 경우, 최대 1천만원의 과태료가 차등 부과된다. 만약 사업주가 피해 근로자에게 불리한 처우를 할 때는 1년 이하의 징역이나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이에 발맞춰 유통업계에서도 고객 응대 근로자들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한 방안들을 내놓고 있다.

최근 신세계백화점은 전국 점포 13곳에서 '고객님의 아름다운 미소와 배려가 행복한 일터를 만들어줍니다'란 고객 선언문을 배치하고, 고용부 지침을 골자로 한 블랙 컨슈머 대응 매뉴얼을 재정비했다. GS리테일도 GS25·GS수퍼마켓·랄라블라 매장에서 '상호존중 캠페인'을 실시한다. 또 현장 직원들을 대상으로 고객 응대 매뉴얼 교육도 진행할 예정이다.

'소비자가 왕'이라는 유통업계 절대 명제에 변화가 인 셈이지만, 정작 판매직 근로자들의 반응은 차갑기만 하다. 감정노동자 보호법이 구호에만 그칠 뿐, 실효성이 없기 때문이다. 특히 기업으로 하여금 원청 소속 근로자만 보호하게 해 대형유통매장에서 일하는 80~90%의 협력업체 소속 근로자는 법 사각지대에 놓여있다는 설명이다.

전국서비스산업노동조합연맹 관계자는 "모 백화점에서 감정노동자 보호 매뉴얼을 제작했다고 언론에 대대적으로 홍보했지만, 해당 백화점의 협력업체 소속 근로자들은 그 내용이 무엇인지 백화점 측으로부터 어떤 내용도 전달받지 못했다"며 "원청 사업주가 유통 사업장의 모든 서비스 근로자들을 보호하도록 법이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즉, 앞선 사례와 같은 갑질 난동이 발생해도 백화점 측이 화장품 판매점원 보호에 나서지 않을 가능성이 높은 셈이다. 고용부는 원청업체가 협력사 직원도 적극 보호할 것을 권고하고 있지만, 강제성이 없어 사업주의 선의에 기대야 하는 상황이다.

기업들이 제작한 고객 응대 매뉴얼도 법 취지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다. 서비스연맹이 입수한 대형유통사 고객 응대 매뉴얼에 따르면, 고객이 폭언 등을 하는 경우 ▲1차 정중한 어조로 중지 요청 ▲2차 단호한 어조로 중지 요청 ▲3차 처벌 받을 수 있음을 안내 ▲4차 응대를 종료한다고 안내하는 식이다.

이에 대해 서비스연맹 관계자는 "위 단계를 거치는 동안 상황은 십중팔구 악화되고 심각한 폭언과 폭행이 이뤄질 수 있다는 게 현장 근로자들의 입장"이라며 "법에서 말하는 '고객 폭언 등에 대해 업무의 일시적 중단 또는 전환을 할수 있는 노동자의 요구권'은 사실상 실효성이 없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윤지혜기자 ji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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