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해주]17대 국회가 네티즌을 위해 할일

 


네티즌들은 선거운동 기간 사이버 공간에서 그들의 힘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민의를 저버린 3·12 탄핵안이 국회에서 가결되는 순간 사이버 공간은 분노했다. 네티즌들은 패러디 등 갖가지 수단을 동원해 탄핵 의원들을 꼬집고 비판했다. 국회의원이 국민들의 가슴에 상처를 줬지만, 네티즌은 촛불시위를 주도하며 점잖게 타일렀다.

온라인에서 네티즌들은 단순히 분노하고 욕설을 퍼붓는 데서 그치지 않았다. 많은 국민이 정치에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참여를 유도했다. 식상한 정치를 날카로우면서도 웃음을 자아내게 하는 풍자로서 희화화했다. 많은 이들이 드라마나 연예가 소식보다 정치뉴스를 더 재미있게 즐겼다.

네티즌들은 투표참여 운동을 들불처럼 일으키기도 했다. 배꼽을 잡게 만드는 투표 참여 호소 패러디는 온라인 뿐만 아니라 오프라인에서 피켓과 스티커 속에 모습을 나타냈다.

그동안 하락세를 이어온 총선 투표율이 17대에서 상승세로 반전한 것을 보면 네티즌들의 이러한 노력이 현실로 나타난 것이란 점을 부정하기는 힘들 것이다. 이번 총선의 분수령이 된 수도권에서 특히 20,30대 젊은층의 투표율이 높았던 데는 네티즌들의 공이 컸다.

그런데 국회의원들이, 16대 국회가, 정치가 네티즌들에게 해준 것은 무엇이 있었나.

정치인들은 네티즌과 사이버 공간에 뭔가 베풀기 보다, 얄팍하게 이용하려는 데만 고민했다. 네티즌을 대표할 합리적 방법도 없고, 선출과정에도 문제가 있었던 '네티즌 비례대표'는 해프닝으로 끝나버렸다.

디지털 정당은 이름만 거창했지 구체적으로 추진하지도 않았고 막상 선거전에 들어가자 아무도 관심을 두지 않았다. 각 정당은 이미 네티즌이 만든 기발한 음식들을 자기네 홈페이지에다 차려놓고 접대를 하며, 그 대가로 표를 내놓으라고 요구했다. 사이버 공간의 변화에 한 발 앞서 고민해 보고, 네티즌을 위한 정책을 제시하지 못한 채 수동적으로 따라가기만 했다.

17대 국회의원중 많은 이들은 네티즌들이 정치에 관심을 갖고, 열성적으로 투표참여를 호소한 덕에 국회에 입성하게 됐다. 그러니 입법으로 그에 대한 보답을 하기 바란다.

사이버 사회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16대 국회가 만든 대표적인 법안으로 게시판 실명제가 있다.

그러나 합리적이지 못했다. 네티즌이나 시민의 대다수가 동의를 한 법안이 아니었다. 반대하는 이들이 많으면 많았지 적지는 않았다. 그런 법안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할 수 있는 대안도 모색하지 않은 채 통과시켜 버렸다.

실명인증을 도와줄 행정자치부 DB는 올해 안에 구축될 수 없다고 한다. 16대 국회가 배설해 놓은 이 무책임한 법안으로 인터넷 업체들은 1천만원 과태료를 물게 생겼고, 네티즌들은 혼란스러워 하고 있다.

네티즌들이 사이버 상에서 활발히 정치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고, 욕설·비방·명예훼손 등의 부작용은 줄일 수 있도록 하는 그런 법안을 고민해야 한다. 그래서 진정한 웹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17대 국회의 과제다.

어떻게 하면 그것이 가능하겠냐고 묻지 말라. 네티즌의 입장에서 사이버 공간에 직접 뛰어들고 그들과 대화하다 보면 해답은 자연스레 나올 것이다.

권해주기자 postma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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