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선거 '아직 가야할 길 멀다'

 


선거법 개정으로 17대 총선은 그야말로 미디어선거로 치뤄질 것이라고 예견됐다. 본격적인 미디어선거가 도래하기 이전 이미 선거에서 큰 역할을 담당하고 있었던 방송, 신문 등 주요 미디어가 일부 영역을 인터넷 같은 새로운 미디어에 넘겨주기는 했으나 그 영향력은 아직 대단하다고 할 수 있다.

탄핵부터 총선에 이르기까지 '표심'을 이끌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주요 미디어들. 그러나 영향력이 큰 만큼 폐해도 많았다는 평가받고 있다.

◆'눈물 사죄… 이미지정치' 언론이 주도

각 당은 이번 총선을 '정책선거'로 치르겠다고 다짐했지만 결과는 정책보다 '이미지'가 부각된 선거였다고 볼 수 있다. 당 지도부의 눈물과 사죄가 이미지 정치에 한 몫 했음은 물론이고 화려한 언변과 제스처로 청중의 마음을 사로잡는 정치인이 주목받는 시대가 됐다.

탄핵역풍, 박풍, 노풍 등 여러 바람이 불었던 정치판이 이미지 선거가 영향력을 발휘하게끔 그 분위기를 조성한 것도 있지만 그 이면에는 이미지정치를 부추기고 조장한 언론의 책임도 크다.

언론들은 앞다투어 '이미지 정치'와 '눈물 정치'를 비판하는 방송을 내보냈지만 정작 방송사 카메라에 잡힌 대부분의 장면 자체가 '눈물'과 '동정호소'였다면 방송 역시 '이미지 정치 조장'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것으로 보인다.

방송 자체가 '이미지 미디어'로 불리는 데다가 각 당의 정책과 후보 보다는 이슈가 되는 인물의 움직임 중심으로 방송해 이미지 정치에 일조했다는 것이 총선을 방송에 대한 일반적인 시각이다.

2004총선미디어감시국민연대는 "일부 프로그램은 정치인이 만들어낸 이미지와 이벤트, 정쟁을 보여주는 데에 열중했다"고 방송사들을 비판하기도 했다.

신문도 마찬가지다.

총선미디어연대는 신문에 대해 '기획기사의 경우 르뽀 형태의 지역여론을 조명하는 기사가 주를 이루었다'고 비판하고 '민심탐방, 지역르뽀의 경우 지역주민들의 감정적, 원색적 발언을 인용하고 여과없이 인용해 이를 전체 민심과 등치시켰다'고 비판했다.

'정확한 선거정보 제공, 인물과 정당의 정강정책에 대한 검증보다는 선거의 혼탁상을 필요이상으로 부각하는 등 부정적인 측면은 강조했다'는 것이 총선미디어연대의 설명이다.

◆ 편들기, 싸움으로 시끄러웠던 주요 미디어

17대 총선에서 금권, 관권 선거가 엄격하게 제한되면서 미디어는 유권자에게 후보에 대한 정보를 알릴 수 있는 주요한 수단이 됐다. 그러나 그 의도와는 달리 미디어는 불필요한 갈등과 폐해를 남기기도 했다.

그 중 하나가 '편들기'라고 할 수 있다. MBC '신강균의 사실은'은 권양숙 여사 비하발언 방송으로 '조작편집' 논란에 휩싸였으며 전여옥 한나라당 대변인의 인터뷰 사건으로 결국 대국민 사과까지 하기에 이르렀다. 이에 한나라당은 'MBC가 노골적으로 편들기 방송을 하고 있다'고 비난한 바 있다.

총선미디어연대는 조선일보에 대해 '한나라당의 현실성이 결여된 공약을 별다른 비판없이 보도했다'고 밝히고 '한나라당 공약의 문제를 지적한 기사는 단 몇 줄에 그친 반면 열린우리당에 대해서는 지나치게 비판적이라며 정책평가에 대해 동일한 잣대를 대지 않아 매우 펀파적이라는 비판을 받았다'고 지적했다.

미디어들의 '편들기 성향'은 보수언론과 방송의 싸움으로 번지기까지 했다. 두 매체가 비판의 수준을 넘어 치열한 비방전을 펼친 것.

MBC와 조선일보로 대표대는 두 미디어의 싸움은 선거시점이 다가오면서 더욱 치열해졌다.

MBC '신강균의 사실은'은 '언론매체의 선거보도 태도분석' 프로그램에서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와 열린우리당 정동영 의장의 사진을 비교하면서 '사진들이 왜곡되어 있다'고 조선일보를 비판했다. 또한 '시사매거진 2580'에서 역시 조선일보가 선거 때마다 개입을 했으며 이번 총선에 되풀이되고 있다'며 비난을 서슴치 않았다.

조선일보는 '신강균의 사실은'이 다른 사람의 목소리를 전여옥 대변인이라고 방송한 사실을 꼬집으며 MBC의 실수를 대서특필하고 비판했다.

공정해야 할 언론들이 마치 각 정당을 대신해 싸움을 하고 있는 듯한 인상을 심어주어 일각에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았다. 덕분에 서로 비방전에 몰두한 미디어들이 총선 후보들을 알리고 선거에 대한 공정한 보도를 해야하는 역할에 충실할 수 없었음은 당연한 일이다.

◆ 지역구 후보들 "미디어의 벽은 높았다"

지역구의 후보들이 정책을 알리기 위해 의존할 수 있는 가장 큰 미디어는 방송 토론회였다. 그러나 지역구 후보들에게 미디어의 벽은 높았다. 대부분 미디어가 탄핵 등 광범위한 주제를 다뤘기 때문에 정당 중심의 방송을 했기 때문이다.

선거방송 토론에는 공중파는 물론 위성방송, 케이블TV가 총 동원됐다고 하지만 후보들에게 정책토론회 역시 쉽지 않았다. 케이블TV 가입가구수가 1천200만 가구에 이를 정도여서 거는 기대가 컸으나 후보자의 일방적 불참과 토론을 위한 준비과정의 미비 등으로 토론회가 무산되는 사례가 다수였다.

지역 유권자의 눈높이에 맞춘 정책토론이 아닌데다가 낮시간이나 자정을 넘어 토론회가 방송돼 유권자의 관심을 전혀 얻지 못하기도 했다. 토론회가 개최된다 해도 정책에 대한 토론과 비판보다 상호비방으로 목소리를 높이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그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비난을 받았다.

결국 후보들이 골고루 미디어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미디어 불평등' 광경이 연출되고 후보자의 토론회 참여가 의무가 아니기 때문에 무산되는 경우가 잦아지면서 한편에서는 확실한 미디어선거를 위해서는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되기도 했다.

함정선기자 min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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