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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균성] '절묘한 표심', 현명한 국민


 

우리 국민은 참으로 위대한 선택을 하였다.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이 일으킨 온갖 바람으로, 정국이 극도의 혼란에 빠졌지만, 국민은 정치권에 큰 교훈을 주며, 절묘한 선택을 했다. 정치권의 온갖 현혹에도 불구하고 '솔로몬'보다 더 지혜로웠다.

우리 국민은 이번 17대 총선을 통해 ▲낡은 정치 행태를 준엄하게 심판하며 ▲안정된 개혁의 기반을 마련하면서도 ▲일당의 독주를 견제할 수 있는 균형 잡힌 정치 구도를 선택함으로써 '세 마리 토끼'를 잡았다.

우리 국민은 우선 '낡은 정치'를 준엄하게 심판했다.

국민은 특히 거물 정치인이었던 조순형, 홍사덕, 유용태 등 이른바 '탄핵 5인방'에 대해서도 철퇴를 가하였다. 역시 '탄핵 5인방'이었던 최병렬 전 한나라당 대표와 박관용 국회의장도 마찬가지 운명이다.

국민은 또 국회의 탄핵 소추안 가결로 직무 정지된 노무현 대통령을 사실상 재신임했다. 지난 대선때 기대했던 개혁 과제를 좀 더 안정적으로 추진할 수 있도록 노 대통령에게 새 기반을 마련해준 것이다. 참여 정부 출범 이후 거대 야당이 대통령의 발목을 잡고 있었다고 판단했던 것이다.

우리 국민은 그러나, 열린우리당에 '턱걸이 과반' 의석을 줌으로써 일방적인 독주를 허락하지 않았다. 견제와 균형을 택한 것이다. 안정적으로 정국을 운영하되, 야당과도 대화와 타협을 하기를 원하고 있는 것이다.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의 요구대로 한나라당에도 '마지막 기회'를 줌으로써 열린우리당을 견제하도록 하는 절묘한 선택을 한 것이다.

그러면서도 '차떼기 부패 정당'이라는 이미지를 아직 씻지 못하고 있는 한나라당도 견제할 수 있는 새로운 정치구도를 만들어 줄 만큼 현명했다.

한나라당과 다를 바 없이 보수당이라 할 수 있는 민주당이나 자민련을 지역 군소당으로 전락시키는 대신에 진보정당인 민주노동당을 지원한 것. '3각 견제'를 통해 정치권의 부패를 차단하려는 선택으로 해석될 수 있다.

누군가 의도적으로 한다 해도 이보다 더 절묘한 선택은 있을 수 없다.

그러나, '망국병'이라 할 수 있는 지역구도를 이번에도 청산하지는 못했다. 한나라당은 영남지역을 싹쓸이하는 대신 호남에서는 한 석도 얻지 못했다. '호남당'과 '충청당'은 몰락했지만, '영남당'은 여전하다.

그래도 실망할 정도는 아니다. 우선 대부분의 지역구도는 허물었다. 또 '영남당'을 남긴 것에 대해서도, '지역구도 완전 청산' 못잖게 '균형과 견제의 정치 구도'도 현실적으로 필요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국민은 이제 할 일을 다 했다. 국민을 무시한 정치권에 매서운 맛을 보여 줬다. 앞으로 정치권이 이를 받아들이는 일만 남았다.

우선, 코앞에 부닥친 '대통령 탄핵' 문제 등 정쟁의 요소를 속히 걷어내는 게 시급하다. 그리고 민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여야가 머리를 맞대는 모습을 보이는 게 '국민의 현명한 선택'에 정치권이 답하는 첫걸음일 것이다.

이균성기자 gsle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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