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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WHO '게임이용 장애' 등재되면 삭제 불가?


통계청 "질병코드 삭제는 가능"…업계 "선제 대응 필요"

[아이뉴스24 김나리 기자] 국제보건기구(WHO)의 '게임이용 장애' 질병코드화 움직임을 놓고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도 오는 11일 보건복지부 국정감사에 강신철 한국게임산업협회장을 증인으로 소환해 관련 논의를 이어갈 예정이다.

게임이용 장애 질병코드화란 WHO의 국제질병분류(ICD)에 게임이용 장애(Gaming disorder)가 질병으로 분류, 등재되는 것을 뜻한다.

WHO는 지난 6월 국제질병분류 제11차 개정판(ICD-11)에 게임이용 장애를 질병코드 등재를 결정하고 이를 내년 5월 WHO 총회에서 정식 논의하기로 했다.

예정대로 총회에서 ICD-11이 확정될 경우 게임이용 장애는 오는 2022년 1월부터 공식 질병으로 분류된다. 국내에서 적용되는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KCD)는 ICD를 바탕으로 개정되기 때문에 국내 역시 게임이용 장애 질병화 단계를 피하기 쉽지 않다.

이와 관련 WHO는 홈페이지를 통해 "ICD-11에 게임이용 장애를 포함 시키면 전 세계 많은 지역에서 이와 동일한 건강 상태를 가진 사람들을 위한 치료 프로그램 개발이 이뤄질 것"이라며 "이를 위한 적절한 예방 및 치료 조치에 관한 건강 관련 전문가 관심도 높아질 전망"이라고 소개했다.

게임 업계는 게임이용 장애가 '중독성 행동 장애'로 공식화될 경우 업계에 미칠 부정적 영향이 상당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건전한 게임이용 활동까지 질병으로 낙인찍히거나 추가 규제 등으로 산업 발전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더욱이 게임이용 장애가 ICD에 질병 항목으로 한번 등재돼버리면, 이를 정정하거나 삭제할 기회조차 없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다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이를 임의 제외시키기는 어려워도 수정이나 삭제 기회는 있다. 문제는 절차가 복잡하고, 요구가 받아들여 지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다. 또 상당기간이 걸려 이 과정 중 이미 산업에 부정적 영향이 미칠 수 있어 등재 전에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게 업계 지적이다.

◆통계청 "임의 제외는 어려워도 수정·삭제는 가능"

먼저 게임이용 장애 항목의 ICD-11 등재가 확정될 경우 통계청이 이를 임의로 KCD에 반영하지 않는 것은 어렵다.

이는 국내 임상 현장에 꼭 필요한 질병의 경우 '세분화 코드'를 만들어 사용하는 것은 가능하나 기존 ICD 코드는 국제적으로 비교성 있는 통계를 내야하기 때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KCD는 국내 보건·의료환경 변화를 반영함과 동시에 통계의 국제 비교성을 제고하기 위해 ICD를 바탕으로 개정된다.

통계청 관계자는 "ICD의 기본 목적은 각 국가 간 통계를 비교하기 위한 것이기 때문에 통계청이 임의로 코드를 제외하는 것은 불가하다"며 "국내 실정에 맞는 세분화 코드는 만들어 넣을 수는 있지만, 기존에 만들어진 것들은 그대로 가져와야 해서 임의로 뺄 수는 없다"고 답했다.

다만 게임이용 장애가 질병코드로 공식 등재되더라도, 향후 절차를 거쳐 이를 ICD에서 정정하거나 삭제하는 것은 가능하다.

통계청 관계자는 "등재 후에도 수정 가능성은 있다"며 "통계청이 각 부처 등에서 의견을 수렴해 해당 항목에 개정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WHO에 개정 의견을 낼 수 있고, WHO가 이를 타당하다고 받아들이면 코드가 제외될 수 있다"고 말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매년 1월 질병코드에 대한 신규, 삭제 의견 등이 통계청에 수렴된다. 통계청은 다양한 전문가들의 자문을 받아 해당 코드가 의학적, 분류적으로 합당한 지 내부 검토를 거쳐 WHO에 의견 제출 절차를 진행하게 된다.

통계청 관계자는 "ICD-11도 구체적으로 어떻게 할지 아직 정해진 바는 없지만, 기존 방식대로 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WHO는 ICD에서 질병코드를 삭제한 전례가 있다. 앞서 WHO는 지난 1990년 5월 17일 질병 목록에서 '동성애' 항목을 삭제했다. WHO는 지난 6월 ICD-11부터 '트렌스젠더'를 질병 분류 항목에서 삭제할 예정이라고 발표하기도 했다.

문제는 이를 위한 사회적 합의가 이뤄질 지 여부다. 현재도 찬반양론이 팽팽한 상황이어서 일단 도입 이후 사회적 합의를 이루는 것 역시 쉽지 않다는 게 업계 관측이다.

◆국내 도입해도 2025년 이후 가능 …"선제 대응" 목소리

WHO가 내년 5월 총회에서 게임이용 장애 항목이 담긴 ICD-11를 확정할 경우 공식 적용은 2022년부터다.

국내 도입 시기는 최소 2025년 이후가 될 전망이다. 통계청의 국내 질병분류(KCD) 개정을 위해서는 개정 작업을 위한 충분한 시간과 검토 과정 등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KCD는 한국에서 사용되는 질병분류코드로, 5년 주기로 통계청이 개정한다. 지난 2015년 7차 개정을 진행했기 때문에 다음 KCD는 오는 2020년 개정될 예정이다.

개정 작업에는 통상 3~4년의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통계청은 현재 앞서의 ICD-10을 기준으로 다음 KCD 개정 작업을 진행 중이다. ICD-11이 내년에 확정되더라도 2020년 개정안에 이를 반영하는 것은 어렵다는 얘기다.

통계청 관계자는 "ICD-11은 아직 개발이 완료되지도 않은 데다 기존 ICD-10과 포맷 자체도 완전히 달라져 현장 적용 시 어떤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지 아직 보고 있는 중"이라며 "WHO가 권고한다고 해도 바로 사용되는 것은 아니며, 전체 코드를 살펴보는 시간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2025년 이후 개정안부터 이를 반영할 수는 있으나 구체적 도입시기는 미정인 셈. 통계청은 향후 ICD-11 문제점을 최소화해 이를 도입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등재에 앞서 정부 등의 선제적 대응이 더 중요하다는 데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위정현 한국게임학회장은 "진단과 치료, 연구 기금 조성 등 이를 바탕으로 한 수익 사업들이 생기면 이를 돌이키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도입 단계에서부터 배제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ICD-11이 확정될 경우 통계청이 아직 게임이용 장애 질병코드를 국내에 반영하지 않고 있을 때 먼저 사회적 합의를 이루는 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다른 업계 전문가는 "아시안게임에 e스포츠가 시범종목으로 채택되는 등 게임에 관한 인식이 달라지고 e스포츠 위상이 높아진 상황에서 이 같은 논란이 계속돼 아쉽다"며 "불가피할 경우에는 수정 기회를 노려야겠지만, 그 전에 정부와 업계 차원에서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나리기자 lor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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