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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천연 화장품, 100% 천연 성분으로 만들어졌을까


천연 성분 0.1%만 함유해도 천연 화장품…내년부터 기준 강화

[아이뉴스24 윤지혜 기자] 가습기살균제 참사로 촉발된 '케미컬 포비아(화학물질 공포증)'는 살충제 계란 사태와 각종 생활화학제품 유해성 논란을 거치며 점점 확산되는 추세다. 최근에는 일부 화장품에서 중금속 성분이 초과 검출되면서 '천연 화장품'에 관심을 갖는 소비자들도 늘고 있다. 천연 유래 성분으로 만들어진 제품인 만큼 보다 안전하리란 판단에서다.

6일 농업기술실용화재단에 따르면 2012년 2조3천375억원 규모였던 국내 천연화장품 시장 규모는 2015년 3조271억원 대로 약 30% 가량 증가했을 것으로 추산된다. 이 같은 속도라면 올해 천연 화장품 시장은 4조원에 육박할 전망이다. 더욱이 옥션에 따르면 작년 한 해 천연 화장품 판매량 신장률이 24%에 달했을 정도로 최근 인기가 더욱 높아지고 있다.

그렇다면 천연 화장품은 100% 천연 성분으로 만들어졌을까. 대답은 '아니오'다. 그동안 국내에는 천연 화장품에 대한 기준이 없어 천연 성분이 0.1%만 함유돼도 천연 화장품으로 표기·광고할 수 있었다. 즉, 99.9%가 비(非)천연 성분이어도 천연 화장품으로 표기해 판매할 수 있었던 셈이다.

천연 화장품이라고 해서 화학성분이 '제로'인 것도 아니다. 한국식품위생안전성학회 박은미 연구팀이 온·오프라인 매장에서 판매되는 천연물질 사용 화장품 56개를 분석한 결과 3개에서 잔류농약이, 13개 제품에선 보존제 성분이 검출됐다. 이 중 1개 제품은 보존제가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지정한 배합한도를 초과하기도 했다.

물론, 보존제는 미생물 오염 등으로 화장품이 변질되거나 분해되는 것을 방지해주지만, 식약처가 지정한 배합한도를 넘어 과량의 방부제가 함유되면 피부 알레르기 등을 유발할 수 있다.

박은미 연구원은 "조사 제품의 원료는 대부분 식물에서 기원한 추출물, 오일, 잎즙으로, 식물 재배과정에서 농약을 비롯해 여러 가지 유해물질에 노출될 수 있기 때문에 천연 화장품이나 그 원료에 농약이 잔류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며 "천연 화장품에 대한 잔류농약 분석 방법과 기준이 마련되고 보존제 관리 등이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같은 천연 화장품 원료이더라도 재배방법과 가공방식에 따라 품질이 달라질 수 있어 천연 화장품업계에서도 성분의 원산지를 공개하는 추세"라며 "양질의 원료를 쓰더라도 화장품 구성성분의 약 70%를 차지하는 정제수(물)를 제외하면 제품 내 천연 성분 비중은 극히 미량일 가능성도 있어 관련 기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내년 천연 화장품 가이드라인 신설…인증제도도 도입

내년 3월 14일부터는 천연 화장품에 대한 기준도 명확해질 전망이다. 이 같은 지적을 반영한 화장품법 일부개정법률안이 지난 3월 개정됐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식약처는 천연 화장품에도 '유기농 화장품 표시·광고 가이드라인'과 같은 기준을 만들 방침이다. 다만 그때까진 천연 성분이 0.1%만 들어가도 천연 화장품으로 광고할 수 있는 현행 기준이 그대로 유지된다.

현재 식약처는 합성원료를 5% 이하로 사용하되 ▲전체 구성성분 중 95% 이상이 합성원료를 제외한 동·식물·미네랄 유래 원료이면서 전체의 10% 이상이 유기농 원료인 제품 ▲물과 소금을 제외한 내용물의 전체 구성성분 중 70% 이상이 유기농 원료인 제품만 유기농 화장품으로 인정하고 있다. 천연 화장품에도 이 같은 가이드라인이 생길 예정이다.

아울러 식약처는 천연·유기농 화장품 인증제도도 도입한다. 그동안 화장품 업계는 천연·유기농 화장품 임을 강조하기 위해 프랑스의 '에코서트'와 '코스메비오', 미국의 'USDA 올가닉', 독일의 'BDIH' 등의 해외 기관의 인증을 받아왔지만, 앞으로는 식약처가 인증하는 천연·유기농 화장품도 출시되는 셈이다.

다만 가이드라인이 있었음에도 유기농 화장품의 허위표시·과장광고 사례가 종종 있었던 점을 감안하면 사전·사후 심사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실제 한국소비자원이 지난 2013년 시중에 유통 중인 유기농 화장품 50개의 표시·광고 실태를 조사한 결과 국내 제품의 70%, 수입 제품의 92.3%가 화장품법과 가이드라인을 위반했다. 앞서 한국식품위생안전성학회 연구에서도 프랑스 에코서트와 코스메비오에서 유기농 인증을 받은 100% 아르간 오일에서도 농약 성분인 '말라티온'이 검출됐었다.

식약처 관계자는 "그동안 천연 유기농 화장품에 사전심사 제도가 없고 사후검증만 있었으나 국내 인증이 도입됨으로써 소비자도 보다 신뢰성 있는 제품을 취사선택할 수 있게 됐다"며 "제품력이 있는 중소·영세 기업 역시 해외 인증에 드는 시간과 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윤지혜기자 ji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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