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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교문의 디지털농업 이야기] 미래농업의 열쇠, 스마트팜


땅에 씨를 뿌리고 기르고 수확하는 일을 농사라 하고, 이를 직업으로 하는 것을 농사를 짓는다고 한다. 옷을 만들거나 글을 쓰는 것과 같이 정성을 들여 하나의 작품을 만드는 것을 '짓는다'고 한다. 농사 역시 작물을 만드는 과정에 많은 정성이 들어가기에 농사를 짓는다고 표현한다.

IT기술이 발전하면서 농업에도 사람이 하는 일을 장비나 구동장치, 센서를 이용하여 씨를 뿌리고 기르고 수확하는 전 과정에 많은 변화가 생기고 있다. 4차산업혁명이 화두가 되면서 스마트팜은 누구나 한 번쯤은 들어본 익숙한 단어가 되었다.

2017년 12월 문재인 대통령은 빅데이터, 스마트팩토리, 핀테크, 에너지 신산업, 스마트시티, 드론, 자율주행차와 함께 '스마트팜'을 혁신성장을 가속화하기 위한 8대 선도사업 중 하나로 선정하였고, 2018년 1월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혁신성장 8개 선도사업에 대해 최대한 지원하고 필요한 예산 등을 아끼지 말고 지원해 나갈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8대 선도사업 분야 모두 선진국에서 오랫동안 주목하여 많은 투자와 개발이 이루어진 반면, 한국은 많이 뒤처져 있는 시작단계에 있다. 이중 스마트팜은 네덜란드, 일본과 같은 농업 선진국과의 격차가 훨씬 더 큰 분야이다. 한국과 외국 스마트팜 사례를 비교 분석하고, 우리가 추구해야 할 스마트팜의 지향점을 찾아보고자 한다.

2030년 세계인구 90억명, 전세계의 도시화 흐름, 농업기피 현상, 농지 감소 및 기후변화 등으로 지구촌 식량문제 해결은 먼 미래가 아닌 곧 다가올 우리 모두의 문제가 되었다. 식량문제에 대해 크게 두가지 흐름이 있다.

하나의 흐름은 미국, 중국 등 대규모 농지에서의 노지 생산이 주류인 국가들이 인공지능과 정보기술을 활용하여 위성사진을 활용한 토양환경 분석에 기초한 농약살포 시기나 생산수량 등의 정보를 제공하는 정밀농업에 주력하고 있는 것이다.

선두업체 중심으로 시장주도권 경쟁이 치열하다. 연매출 10조원이 넘는 세계 1위 종자기업 몬산토를 독일 바이엘이 약 70조원에 인수하였고, 중국 국영기업 화공집단은 세계 3위 종자, 농약기업 스위스 신젠타를 인수하였다. 대규모 농지에 적용하는 정밀농업은 물, 비료, 인건비 등의 입력비용을 최소화하고, 생산성을 향상시켜 수익 극대화에 초점을 두고 있다.

농업 IoT 플랫폼 업체로 통칭하는 클라이밋(Climate Corp), 온팜(OnFarm), 팜링크(FarmLink), 파머스엣지(Farmer's Edge), 필드매니저(Field Manager)와 같은 벤처기업들이 전세계 노지 농업을 바꾸고 있다. 농약, 종자를 판매하는 단순 수익구조에서 벗어나, 농가에 최적의 정보를 제공하고 비용절감과 생산성 향상에 따른 생산수량이나 재배면적 단위의 일정 수수료를 받는 서비스 산업으로 수익구조가 재편되면서 지구촌 식량문제 해결 답안을 찾아가고 있다.

또 다른 하나의 흐름은 국토면적이 적은 일본, 네덜란드, 한국과 같은 나라에서 집중하는 도시농업, 식물공장, 시설재배로 표현되는 스마트팜이다. 노지재배면적, 농가의 규모가 미국, 중국 등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적기에 시장성이 적은 것도 있지만, IT기술을 활용할 수 있는 연관산업의 기반도 스마트팜의 주요한 요소이다.

작은 공간에서 제어할 수 있는 다양한 변수에 대한 데이터 수집, 분석, 활용을 극대화함으로써 생산성 향상을 추구하는 것이 이들 국가들의 스마트팜 방향이다.

스마트팜은 '농사 기술에 정보통신기술(ICT)를 접목하여 만들어진 지능화된 농장'으로 정의한다. IoT(사물인터넷) 기술을 통해 재배 시설의 온도, 습도, 이산화탄소 등의 데이터를 수집하여 분석한다. 분석 결과는 각종 제어 장치에 다시 반영하여 재배 시설의 환경을 원격으로 제어할 수 있다.

스마트팜은 농업 시설과 ICT 기술의 융합을 지칭하기에 많은 농업 시설 분야를 포괄할 수 있다. 비닐하우스, 유리온실, 식물공장, 과수원, 축산시설 모두 ICT 기술이 적용되면 모두 스마트팜으로 정의할 수 있다. 이 중 가장 널리 쓰이고 있는 시설원예에 해당되는 온실재배에 대해 알아보자.

온실재배를 다른 말로 시설재배라고도 한다. 유리, 경질판, 비닐로 밀폐된 환경에서 재배하기 때문에 노지재배에 비해 식품 안전성이 훨씬 높고 온도, 습도, 조도, 이산화탄소 등의 제어가 가능하여 원하는 환경에서 작물을 재배할 수 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한국에서 상추의 경우 78%가 시설에서, 22%가 노지에서 재배된다. 시설재배에서도 PVC로 된 경질판 온실과 유리 온실이 1% 미만인데 비해 99% 이상을 비닐하우스가 차지한다. 우리나라에서 비닐온실에서 재배하는 시설재배 비중이 매우 높음을 알 수 있다.

농업선진국 네덜란드의 경우 대부분이 유리온실인데 한국의 경상도 만한 좁은 국토에서 세계최고의 화훼 산업을 이끌어 낸 일등 공신으로 꼽힌다. 알스미어 지역, 로테르담, 헤이그 쪽의 북서부 지역을 웨스트랜드(Westland)라고 하는데 6천여 동의 유리 온실이 밀집해있어 글라스 시티로 불린다.

최근 한국에서 스마트팜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에 네덜란드의 유리온실을 단순히 더 진보된 스마트팜으로 인식하기 쉽다. 하지만 여기에는 큰 차이가 있다. 언론에서 자주 보도하는 한국의 스마트팜을 보면 보통 스마트폰으로 온실과 작물 상태를 확인하여 원거리에서 창문을 스마트하게 제어하여 스마트하게 덜 일할 수 있다.

하지만 이면을 들여다보면 이는 현재 많은 관심을 모으고 있는 IT 인프라 산업, 4차산업혁명 시류에 편승한 통신시설 구축에 지나지 않는다. 직설적으로 이야기하면 온실에 5번 갈 것을 1번 가게 해주는 것인데 농부라면 항상 농장에 상주해야 하고 문제가 발생하면 바로 뛰어가서 조치를 취해야 한다.

'농작물은 농부의 발소리를 듣고 큰다'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다. CCTV로 전송되는 이미지 몇 장이 실제 농사에 얼마나 큰 도움이 될 지 한 번 생각해봐야 한다. 한국의 스마트팜은 농사의 편의성에 초점을 두고 있는데, 많은 비용을 들여 설치한 통신장비가 실제로 얼마나 그 값을 할 수 있는지는 의문이 든다.

네덜란드 온실은 생산성과 품질에 초점을 두고 있다. 대부분 유명한 네덜란드 농업 회사의 목표는 '얼마나 더 적게 일하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좋은 농산품을 많이 생산하느냐'에 있다.

농업 환경제어 솔루션으로 널리 알려진 네덜란드의 프리바(Priva)사가 농부가 아닌 식물이 가장 편안하게 지낼 수 있는 데이터 솔루션을 제공한 이유도 결국 생산성과 품질에서 찾을 수 있다. 고객의 작물만 자라는 게 아니라 고객의 사업도 자라야 한다는 것이다. 생산성과 품질 향상을 통한 농부의 이익을 최우선 목표로 설정하여 그들만의 스마트팜과 제품개발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투과율이 높고 훨씬 단단하지만 저렴한 온실 판넬 제품, 바람이나 침하에 스스로 유연하게 움직여 부러지지 않는 온실 구조물, 수질관리를 위한 양액 재활용 UV 처리 시스템, 보일러에서 나오는 이산화탄소를 온실에 공급하여 생산성을 높이는 장치, 천적을 이용한 친환경 해충 방지 노하우, 오랫동안 축적된 재배 레시피 빅데이터 등 네덜란드의 스마트팜 연구는 단순히 원격 통신망 설치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생산성이 높고 품질 좋은 상추재배에 적합한 비스콘그룹의 수경재배 시스템도 이러한 가치가 잘 반영된 제품이다. 원래 비스콘 그룹의 주력 분야는 물류 자동화 시설이었다. 하지만 1967년부터 시작해 온 다양한 원예 작물 배양 기술과 조합하여 자동화된 온실 수경재배 솔루션을 개발하였다.

이런 배경에서 탄생한 수경재배 시설에 자동화 장치를 입혀 극소수의 인원으로도 넓은 원예 시설을 운영할 수 있다. 또한 오랫동안 축적된 육묘 발육 기술을 활용하여 재배 작물의 손실률이 2%에 불과하기 때문에 우수한 품질의 작물을 대량으로 생산할 수 있다.

지난 10년간 정부는 스마트팜 육성을 위해 다양한 연구과제 및 시범사업을 진행하였고, 스마트팜모태펀드를 조성하여 투자환경도 조성하였다. 연구과제는 과제진행, 모델검증 후 확산사업의3단계로 진행하였다. 가장 큰 문제점은 첫단계인 스마트팜 연구과제 진행단계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하는 농가가 배제되었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연구과제는 기업, 연구소가 연구개발하고, 농가에 확산사업을 했다. 하지만 정작 농가들은 농가가 배제된 채 개발된 스마트팜 솔루션을 도입하려 하지 않는다. 일례로 스마트팜코리아 사업 등 스마트팜 농가의 재배정보를 수집하는 정부사업들이 수 년간의 투자에도 불구하고 뚜렷한 결과물 없이 사업이 지지부진하다.

거의 모든 과제가 확산사업까지 가지 못하고 시류에 맞는 새로운 기술을 적용한 비슷한 과제가 반복되고 있는 실정이다.

스마트팜 모태펀드 역시 수익률을 고려하다 보면 스타트업에 과감한 투자가 이루어지지 못하고 기존 농가 중에서 비교적 대규모인 안정적인 농가에 대부분의 자금을 투입하는 자금의 본래 취지에 맞지 않는 투자가 이루어진다.

스마트팜 산업은 농업 혁신의 진입에 있어 가장 중요한 열쇠이다. 농촌진흥청은 한국형 스마트팜 모델을 제시하였다. 1세대 스마트팜은 원격 모니터링과 제어에 국한되어 편의성 향상을 지향하는 간편형 모델이고, 2세대 스마트팜은 작물 생육정보를 빅데이터로 수집 분석하여 환경관리에 최적화된 의사결정 지원을 통해 생산성과 품질 향상을 지향하는 지능형 모델이다.

현재 한국은 1.5세대에 머물러 있다고 하지만 대부분의 스마트팜은 1세대에 머물고 있다. 한국 농업은 정부의 보조금 정책으로 발전하지 못한다는 평가가 많다. 진정한 공정경쟁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스마트팜 사업의 2세대 진입을 위해서는 해외 사례와 같이 생산성과 품질 향상을 지향하는 혁신적인 농업 시설이 반드시 뒷받침되어야 한다. 아울러 해외 제품과 공정한 경쟁을 바탕으로 우리가 가장 잘할 수 있는 분야를 찾을 수 있는 젊고 활력있는 기업들이 등장하는 새로운 혁신의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

◆ 저자 소개

능률교육, 타임교육홀딩스 전문경영인으로서, 그리고 모바일 및 교육업체의 창업 및 초기투자자로 참여하였고, 현재는 IT기술을 농업에 접목하는 이지팜 사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IoT, 빅데이타, 클라우드, 인공지능을 농업에 접목하는 새로운 도전을 진행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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