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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동근 "배우는 마흔부터, 30년 기다렸죠"(인터뷰)


"지금은 생계형 배우, 결혼과 육아로 마인드 달라졌다"

[조이뉴스24 이미영기자] "'남자 배우는 마흔살부터'라는 이야기를 십대 때부터 들어왔어요. 정말 오래 기다렸죠. 그동안 워밍업이었다면, 배우로서 시작은 지금부터입니다."

10살에 데뷔해 올해로 데뷔 30주년을 맞았다. 다양한 색채를 보여준 개성파 배우이자 세상에 강렬한 메시지를 내놓는 래퍼, 그리고 한 가정의 남편이자 세 남매의 아빠. 마흔살을 앞둔 양동근이 또다른 설렘과 기대감을 꺼내들었다.

최근 종영한 MBC 예능드라마 '보그맘'을 마친 양동근을 만났다. '힙합 스웩' 뿜으며 카페에 들어선 양동근은 밝은 표정으로 먼저 인사를 건네며 "인간미 풍겨보려고 한다. 진정성 담아서 영혼 깊숙한 곳까지 보여주겠다"고 웃었다.

연예계에서 어려운 인터뷰이로 손꼽히던 양동근은 "예전과 참 많이도 달라졌다"는 말에 "대화하는 것이 미흡했고, 사회성이 약했다. 20대 때는 관계에서 상처를 많이 받아 피해의식이 있었고, 방어적이었다. 예전에는 제 자신을 지키는 일이 중요했는데, 이제는 안 지켜주셔도 된다"고 말했다. 이같은 변화의 이유를 묻자 "결혼이 컸다. 나 아닌, 상대방을 존귀하게 여기고, 사람과의 관계를 귀하게 생각하게 됐다"고 답했다.

양동근은 최근 종영한 '보그맘'부터 꿈꾸는 배우 인생, 그리고 래퍼로서의 삶까지 진솔하게 털어놨다. 가끔 욕이 튀어나올 만큼, 솔직한 속마음을 꺼내놨다.

◆"예전엔 예술가 마인드, 지금은 생계형 배우"

양동근은 '보그맘'에서 자신이 개발한 로봇 아내 보그맘(박한별)에게 점점 사랑을 느끼는 최고봉 역을 맡아 개발자이자 남편으로서 느끼는 다양한 감정을 입체적으로 표현해 호평 받았다.

'보그맘' 이야기를 하던 와중에 자연스럽게 일과 육아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양동근은 "아이가 늘어나면서 재정적인 타격이 오기 시작한다. 아이 한 명마다 들어가는 돈이 있다. 사랑할 때는 계산을 못했다. 그런데 '돈 때문에 이렇게 일 해야되나' 어느날 갑자기 속물이 된 것 같기도 했다"고 했다.

또 "'보그맘'의 역할은 재정적인 파워라고 봐도 된다. 여성들은 육아에 대한 스트레스가 엄청나다. 가사와 육아를 함께 하는 것은 위대하다. 보그맘은 모든 가정 엄마들의 로망이지 않을까"라고 보그맘 보급(?)에 대한 바람을 전했다.

사이보그 아내를 사랑하는 남편. 사실 캐릭터에 100% 공감을 한 것도, 이같은 스토리를 예상한 것도 아니었다고 했다. 양동근은 "러브라인에 대한 준비는 못하고 닥쳐서 했다"라고 말했다.

"배우는 두가지 유형이 있죠. (그 상황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못하는 배우가 있고, 내가 받아들여지지는 않으나 이러저러한 노력을 통해서 연기를 해내는 배우가 있어요. 예전에 저는 진정성을 따지는 배우였는데, 그러다보니 제약이 많아지고 캐릭터를 맡는 데도 한계가 있었어요."

양동근은 자신을 '생계형 배우'라고 표현했다. 자신의 세계가 뚜렷한 개성 있는 캐릭터를 연기해왔던 그는 결혼을 하고 가족이 생기면서 작품에 임하는 마음가짐이 달라졌다고 했다. 작품성을 따지는 것이 아닌, 가장의 책임감이 우선시 됐다고.

"어릴 적에는 '생계형 배우가 배우인가' 그랬어요. 그런데 생계형 배우의 위대함을 '보그맘'을 통해 알았다. 배우 일을 하는 가치관 자체가 바뀌었어요. 예전에는 예술가랍시고 작품을 했다면 이제는 정말 생계를 위해 일을 하는 입장이 됐죠. 예전 어릴 적에 봤던 생계형 선생님의 모습이, 감탄스러웠어요. 그 선배. 선생님들도 이러한 생계를 꾸려나가면서 연기를 하셨겠구나. 이것이 저에겐 너무 크고 귀한 것이었어요. 예전처럼 못해서 아쉽다는 생각보다, 지금 오히려 선배들이 가신 길을 답습해가고 알아가는 것. 그 뒤를 따라가기 시작했다는 것이 저에겐 배우로서 의미가 큰 것 같아요."

◆"래퍼 컴백? 차곡차곡 소재 쌓아두고 있다"

양동근은 개성 있는 배우이자 자유분방한 래퍼이기도 했다. 힙합신에서는 1996년부터 YDG로 활동해 명실공히 1세대 래퍼 꼽힌다. '쇼미더머니3'에 출연했고, 엠넷 '고등래퍼'의 MC로도 출연하는 등 힙합에 대한 열정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이들 프로그램 출연에 대한 일부 부정적인 시선에도, 양동근은 나름대로 확고한 주관이 있었다.

"'쇼미더머니' 시즌1 시작할 때는 저도 거부감이 있었어요. 음악가냐, 상업성과 타협을 할 것이냐. 현실과 타협을 시작하게 된 것 같아요. 사실 예전에는 예술가랍시고, 타협을 금기어라고 생각하는 것이 제 안에 깊숙이 박혀있었어요. 그런데 타협이라는 표현 자체가 걸맞지 않는다는 것 깨닫았죠. '쇼미더머니'를 통해 힙합이 너무 큰 시장성을 띄게 됐고, 트렌드를 이끌어가고, 어쩔 수가 없어요. 공헌도가 있고 또 힙합신이 그렇게 흘러가고. 우물 안에 있으면 거부감이 생길 수 있는데, (그것을 벗어나면) 강이 흘러서 바다가 되는 것을 볼 수 있는 것 같아요. 큰 움직임에 대해서 받아들이게 됐죠."

'고등래퍼' 출연도 이같은 생각의 연장선상에 있었다.

"회사에서 여러가지 프로그램을 제시해줬고, 생계와 동시에 저는 음악적인 부분도 함께 하고 싶었어요. 후배들과도 소통을 해야 하는 시점이었고, 여러가지로 좋다고 생각했어요. 시즌이 이어진다면 계속 참여하고 싶어요. 음악할 때 열정들이 그 친구들을 보면서 생각이 났거든요."

음악하는 양동근의 모습을 언제쯤 볼 수 있을까. 현실과 충돌하면서도, 음악에 대한 열정이 끓었다.

"결혼 후에는 음악적으로 풀어내는 시간을 현실적으로 가질 수 없게 되더라구요. 아빠로서 공격적이고 치열한 하루하루를 살고 있기 때문에, 곡을 쓰고 가사를 쓴다는 것이 저에게는 사치가 되는 현실이죠. '불 지르면서 살거야'라는 삶과 식솔을 어깨에 올리고 사는 삶은 180도 달라요(웃음). 그런데 새로 생긴 그 관점이 너무 재미있어요. 더 넓은 것이 눈에 들어오고 새로운 것을 느끼게 하는, 이러한 관점도 좋아요. 소재를 차곡차곡 쌓고 있는 중입니다."

◆"마흔에 대한 마음가짐 일찍 준비, 워밍업 끝났다"

양동근은 1987년 KBS 송년특집극 '탑리'로 데뷔해 벌써 데뷔한 지 30년이 됐다. '서울 뚝배기'의 귀염둥이 수곤이부터, '뉴논스톱' 구리구리, '네멋대로 해라'의 고복수. '바람의 파이터' 최배달. 많은 사람들은 그의 성장과 작품 속 다양한 얼굴들을 기억하고 있다.

개성 넘치는 캐릭터를 작품 속에 녹여낸 그에게 30년이라는 숫자는 큰 의미가 없다. 새로운 내일을 준비하는 마음이 더 크다.

"30년이 됐다고 했을 때 그냥 크게 안 느껴졌어요. 피부로 느꼈을 때 '이거야'라고 할만한 이야기가 없어요. 오히려 어떻게 내려갈지 생각을 해요. 앞으로 10년, 20년 하면 잘 내려가야 할텐데. 30년이 쌓였다고 잘 안 보여요. 내년이면 마흔인데 저는 조금 일찍 마흔살에 대한 마음가짐을 준비어요. 처음 서른을 맞이했을 때는 '멘붕'이었어요. 이젠 뒤를 많이 돌아보고, 빨리 마흔살에 대한 마음을 가졌어요. '남자 배우는 40부터'라는 말을 십대 때부터 들었어요. 정말 오래, 30년을 기다렸죠. 그동안 워밍업이었어요. 배우로서 시작은 지금이죠."

"이십대 때는 쓸데 없이 눈치보고, 연예인이라는 의식 속에서 살았어요. 그것이 제 영혼을 피폐하게 만들었어요. 제 삶이 너무 중요한데, '다른 사람에게 이렇게 보여줘야해'라고 생각했죠. 인생의 주체가 무엇인지 알게 되면서 너무 새로워졌고 달라졌어요. 그런 의미에서 마흔살은 새로운 시작이예요.어떤 시간, 어떤 일을 하면서 보낼지 모르겠으나, 흘러가는 대로 만들어지는대로 최선을 다하면서 살래요."

양동근은 드라마 '미씽나인'과 '보그맘', 예능프로그램 '슈퍼맨이 돌아왔다' '정글의 법칙' '고등래퍼' 등 다양한 프로그램에 출연하며 2017년을 부지런하게 달려왔다. 양동근은 "우리 가족을 위해 일을 하다보니 이렇게 많은 작품을 한지 몰랐다. 일을 하지 않고 한 두달 비어있을 때 두렵다. 외줄 타는 기분, 살얼음판 가는 기분이다"라며 "하루하루 열심히 할 생각이다"고 말했다. 양동근의 마흔살이, 2018년이 여러가지 의미에서 기대가 됐다.

조이뉴스24 이미영기자 mycuzmy@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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