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균성] 가슴아픈 조선족 '국적 논쟁'

 


한국에 체류하고 있는 조선족의 '국적 논쟁'이 시끄럽다.

조선족 5천여명이 곧 '국적 회복' 신청을 하겠다고 한다. 이들의 대변인격인 '서울 조선족교회'가 국내에 '불법체류' 중인 조선족 5천295명으로부터 신청을 받아, 13일 법무부에 한국 국적 신청서를 내겠다고 한 것이다.

조선족교회는 특히 14일에는 헌법소원을 제기하며, 정부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단식 농성에 들어가겠다고 엄포를 놓고있다. 이를 받아들일 리 없는 정부와 마찰이 불가피하다.

그런데 불을 보듯 뻔히 예상되는 정부와의 갈등보다 더 관심을 끄는 것은 이를 놓고 조선족 사이에서도 논란이 치열하다는 점이다.

우선 중국에 살고 있는, 이른바 조선족 사회의 '주류'는 '서울 조선족교회' 중심으로 전개되는 이 운동을 못마땅하게 생각하고 있다.

이 운동이 한국과 중국 정부의 갈등을 증폭시켜, 장차 중국내에 거주하는 조선족에게 불똥이 튈 것으로 우려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들은 이 운동을 주도하는 '서울 조선족교회' 서경석 목사의 행위를 '소(小)영웅주의'라고 비판한다. 또 이 운동을 '난동'으로 규정하는 사람까지 나왔다.

국내에서 중국 조선족과 러시아 고려인에 대해 '재외동포'로서의 법적 지위를 부여하기 위해 노력하는 이들도 대개 부정적인 편이다.

재외동포재단 관계자는 "조선족이 이 운동에 참여하는 진짜 이유는, 한국 국적을 취득하기 위함보다, 11월15일부터 4년 이상 된 외국인 불법체류자에 대한 정부의 단속을 일시적으로 면하기 위한 것"이라며 "이 운동은 조선족의 급박한 현실을 담보로 극단화된 것"이라며 재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불필요하게 양국 정부를 자극함으로써 일을 꼬이게 하는 것보다, 국민적 노력을 통해, 중국 조선족과 러시아 고려인이 재외동포로서의 법적 지위를 획득하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며 "현재 입법 노력이 활발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서울 조선족교회'는 이런 비판에 아랑곳하지 않는다.

서 목사는 교회 게시판에 수차례 글을 올려 정당성을 강조했다. 서 목사는 "조선족의 한족화(漢族化)가 중국 정부의 확고한 정책"이라며 "(다는 아니라도 원하는 조선족에게) 고향에 돌아와 살 권리를 줘야 한다"고 거듭 주장한다. 그것이 미래에 한국과 조선족이 상생하는 길이라는 것이다.

중국 내에서도 이를 찬양하는 조선족 네티즌이 있다.

조선족 관련 사이트에서 '청설'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는 네티즌은 이런 서 목사에 대해 "한국의 마틴 루터 킹"이라고 극찬하고 있다. 조선족 네티즌의 여론지도층격인 '청설'은 서 목사 운동에 반대하는 중국 내 '주류' 조선족에 대해 역사를 인용하며 가차없는 비판을 가한다.

그는 직접 작성한 한 컬럼에서 "일제 때 이승만 등 기회주의적인 독립운동가는 안중근 의사나 이준 열사의 의거에 대해 난동이라 규정했다"며 "지금 한국 사회에서 펼쳐지는 조선족의 의기에 찬 국적회복운동을 '난동'으로 규정한 것은 그와 같은 기회주의적인 작태"라고 비판하였다.

하지만 이런 열띤 논쟁을 지켜보며 기자는 마음이 착잡했다.

우선 열띤 논쟁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가고자하는 목적지가 같다는 점에서 그렇다. 두말할 것 없이 '조선족'과 '고려인'이 '재외동포로서의 법적 지위'를 확보하는 것이다. 언제든 자유롭게 고국을 방문할 수 있게 하고, 때론 고국에서 돈도 벌고, 기술과 노하우를 획득한 뒤, 거주국으로 되돌아가 더 자랑스러운 우리 민족으로 거듭날 수 있는 길을 여는 것이 그것이다.

따지고 보면, 동포들의 이런 요구는 너무 정당하고 절실하다.

곰곰히 생각해보라. 세상 천지에 피를 나눈 동포를 박대하고 쫓아내는 나라가 대한민국 이외에 어디에 있단 말인가. 정상적인 나라라면, '국제화 시대의 첨병'인 해외동포를 오히려 더 극진하게 대접할 것이다. 그것이 본국 정부의 발전을 위해 유리하다는 점이 명약관화하기 때문이다.

결국 그 방법은 미온적인 정부를 설득하는 길밖에 없다. 노선 차이로 분열할 때가 아니다. '범민족적 문제'로 밀어갈 힘이 필요할 때다.

정부도 섬세해져야 한다. 지금 당장, 크고 작은 현안이 산적해 있기는 하지만, 이 문제를 집중 고민하고 해결할 전문가 집단이 필요하다. 미래를 위해서라도, 조선족의 한(恨) 맺힌 소리에 귀기울여야 할 때다.

이균성기자 gsle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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