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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스포츠·영화·애니…거침없는 게임, 경계는?


[다시보는 게임]④ 매력적 IP로 이종 문화 넘나들어…강력한 확장성

[박준영기자] 요즘 길거리를 둘러보면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등을 이용해 게임을 즐기는 사람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게임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은 여전히 존재하지만 과거처럼 게임을 담배나 마약 등과 같이 '사회의 악'으로 치부하는 시선은 많이 사라졌다.

생활뿐 아니라 국내 산업에서도 게임은 일정 영역을 차지하는 데 성공했다.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지난 2014년 게임은 29억7천383만 달러의 수출액을 기록하며 콘텐츠산업 전체 수출액 중 절반 이상(56.4%)을 차지했다. 단순히 유흥을 위한 '놀이'에서 벗어나 국내 매출의 한 축을 담당하는 주요 산업으로 자리매김한 것이다.

이는 국내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전 세계적으로 게임은 주요 산업 중 하나로 인정받고 있다. 또한 단순히 게임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고 판매하는 것에 머물지 않고, 다른 산업과 협업해 새로운 이익을 창출하거나 또 다른 즐길 거리를 만들며 계속해서 확장해 나가고 있다.

이러한 게임의 '확장성'은 게임 자체의 발전뿐 아니라 새로운 산업 육성 및 관련된 분야와 함께 성장하는 긍정적인 효과를 야기하고 있다.

◆새로운 스포츠 종목으로 자리잡은 'e스포츠'

게임의 '확장성'이 영향을 미친 분야 중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e스포츠(electronic Sports)'다. 이전까지 게임은 집에 있는 게임기로 혼자 즐기거나 게임센터 등 여러 사람이 모일 수 있는 장소에서 소수의 지인과 함께 즐기는 '오락 거리' 중 하나에 불과했다.

그러나 20세기 후반 PC방이 부흥하던 시기 발매된 블리자드의 '스타크래프트'가 등장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게이머를 끌어들이기 위해 전국 PC방에서 소규모 대회를 열었고, 이것이 발전해 OGN(당시 온게임넷) 등 전문 방송사가 설립되면서 e스포츠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약 20년이 지난 지금 ▲리그 오브 레전드(LOL) ▲스타크래프트 2 ▲카운터 스트라이크 ▲도타 2 ▲피파 ▲히어로즈 오브 더 스톰 ▲포켓몬스터 등 다양한 게임의 e스포츠 리그가 국내를 벗어나 전 세계적으로 열리고 있다. 게임에서 활약하는 '프로게이머'는 하나의 직업으로 인정받고 있으며 ESPN, BBC, CCTV 등 해외 주요 매체도 e스포츠를 전문적으로 다루기 시작했다.

현재 e스포츠 시장은 매년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프라이워터하우스쿠퍼스(PwC)는 올해 전 세계 e스포츠 시장 규모가 4억6천300만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e스포츠가 각광을 받는 것은 무엇보다 '보는 재미'가 있기 때문이다. 화려한 그래픽과 음향으로 무장한 게임 안에서 뛰어난 실력을 갖춘 프로게이머가 펼치는 활약은 보는 이의 마음에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각본 없는 드라마'로 불리는 스포츠의 재미를 e스포츠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게임 업체는 e스포츠를 중요한 마케팅 수단으로 여기고 꾸준히 관련 대회를 개최하고 있다. 국내의 경우 2016년 1분기에만 넥슨의 서든어택·카트라이더와 네오위즈게임즈의 블랙스쿼드 등 게임의 e스포츠 대회가 개최됐다. 오는 5월부터는 더 많은 게임의 e스포츠 대회가 열릴 예정이다.

콘솔과 모바일 게임 관련 e스포츠도 등장하고 있다. 소니인터랙티브엔터테인먼트코리아(SIEK)는 스포티비게임즈와 함께 '스트리트 파이터 5 크래쉬'를 지난 10일부터 시작했다. 넥슨은 현재 서비스 중인 모바일 게임 '히트(HIT)' 대회를 오는 30일 진행한다. 슈퍼이블메가코프도 자사의 모바일 AOS 게임 '베인글로리' 세계 대회를 5월3일에 개최한다.

게임 업계 관계자는 "e스포츠를 통해 현재 게임을 즐기는 이용자의 충성심을 높이고 새로운 고객을 끌어들일 수 있다"며 "앞으로 더 많은 e스포츠 대회가 열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라이선스를 이용한 이종 문화 산업과의 활발한 교류

현재 게임은 다른 문화 산업과 활발하게 교류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영화와 애니메이션이다.

이전까지 ▲스트리트 파이터 ▲슈퍼 마리오 ▲바이오 하자드(해외명 레지던트 이블) ▲페르시아의 왕자 ▲하우스 오브 더 데드 ▲더 킹 오브 파이터즈 ▲데드 오어 얼라이브 등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은 다수의 게임이 영화로 제작됐다. 올해도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어쌔신 크리드 ▲스프린터 셀 등 게임을 원작으로 한 영화가 개봉될 예정이다.

애니메이션 산업이 발전한 일본에서는 게임을 소재로 한 애니메이션을 자주 만든다. 일본에 서비스한 국내 게임도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된 바 있다. 그라비티의 '라그나로크'와 넥슨의 '메이플스토리' 및 '던전앤파이터', 엔씨소프트의 '블레이드앤소울'이 그 주인공이다.

NHN엔터테인먼트는 대원미디어와 손잡고 모바일 게임 '우파루마운틴'을 소재로 만든 애니메이션 '우파루의 모험'을 SBS와 애니원을 통해 방영했다. 선데이토즈는 자사의 히트작 '애니팡' 캐릭터가 등장하는 애니메이션 '애니팡 프렌즈'를 제작해 지난 3월 유튜브에 공개했다.

게임을 소재로 드라마를 제작하기도 한다. 일본의 반다이남코 엔터테인먼트는 자사의 아이돌 육성 게임 '아이돌 마스터'를 드라마로 제작한다고 지난 4월15일 공식 발표했다. 특히 '아이돌 마스터' 드라마는 일본이 아닌 한국에서 오디션을 통해 출연자를 선정해 제작한다는 점에서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게임에 등장하는 매력적인 캐릭터를 이용한 다양한 사용권(라이선스) 상품도 활발히 거래되고 있다. 라이엇게임즈와 블리자드는 자사의 게임 관련 의류와 게임 포스터, 각종 피규어·인형·스태츄, 마우스패드 등을 판매하고 있다.

엔씨소프트는 자사의 대표 타이틀 '리니지' 관련 피규어로 40만개 이상의 판매량을 기록했으며 넥슨은 '마비노기 영웅전' 브랜드숍을 열고 게임 관련 상품을 판매했다. 넷마블도 '모두의 마블'과 '마구마구', '세븐나이츠' 피규어와 '몬스터 길들이기' 캐릭터 카드 등을 판매했다.

이외에 게임에 삽입된 음악으로 제작한 음반이나 게임 삽화(일러스트) 화보집 등의 라이선스 제품도 다양한 경로를 통해 판매되고 있다.

이처럼 게임 산업은 라이선스를 이용해 다양한 상품을 제작·판매함으로써 새로운 이익을 창출하고 다른 산업과 다양한 협업을 이어가고 있다.

◆미래 핵심 산업을 선도하는 '게임'

최근 구글의 '알파고'로 인해 인공지능(AI)에 대한 관심이 급격히 높아졌지만, 사실 게임 업계는 오래전부터 AI에 대해 연구·개발하고 있었다. 똑똑한 AI는 이용자가 게임을 재미있게 즐길 수 있도록 활용될 부분이 많기 때문이다. '알파고'의 아버지 데미스 하사비스도 게임을 개발하면서 AI 개발에 대한 기초를 쌓을 수 있었다.

미래 산업의 핵심으로 평가받는 가상현실(VR)도 마찬가지다. 한빛소프트와 엠게임, 드래곤플라이 등 여러 게임 업체에서 VR 기기가 나오기 전부터 관련 게임 개발을 시작했다. 일본에서는 VR 관련 협회를 설립하고 오는 9월 개최하는 도쿄게임쇼의 주요 콘텐츠로 VR을 내세우는 등 게임은 다른 산업보다 더 빠르게 미래 핵심산업 도입을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오웬 마호니 넥슨 일본법인 대표는 최근 게임에 대해 '현재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는 주요 IT 기술의 산실'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게임이 그 어느 분야보다 최첨단 기술을 적극적으로 도입한다는 점을 빗댄 것이다.

이제 게임은 고부가가치 산업임과 동시에 핵심 기술을 가장 먼저 도입해 그 효과를 직접 확인할 수 있는 중요 산업으로 평가받고 있다. 또한 여러 산업에 영향을 미치고 새로운 수익을 올리는 게임의 '확장성'에 우리는 다시 한번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전문가들이 "게임을 키워야 한다"고 입을 모으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박준영기자 sicros@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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