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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태호 "'연애하는 장그래'로 이 시대 결혼 그린다"


[인터뷰]생존경쟁 中企 묘사…"미생은 날 다른 사람 되게 한 작품"

[문영수기자] '직장 생활의 교본' '인생 교과서' 등으로 불리우며 화제를 모은 웹툰 '미생'이 시즌2에 접어들었다. 바둑 입단에 실패한 청년 장그래가 종합상사 원인터내셔널에 입사해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시즌1과 이어지는 시즌2는 '멘토' 오상식 차장이 설립한 무역회사 온길인터내셔널에 합류한 장그래의 이야기가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미생 시즌2에서는 각종 지원이 이어지는 대기업과 달리, 맨몸으로 하나하나 부딪혀야 하는 중소기업의 절절한 풍경이 여과없이 드러난다. 한 화 한 화 끝날 때마다 '공감한다'는 독자들의 댓글이 줄줄이 달리는 이유다.

미생을 그린 윤태호 작가는 "미생을 보면서 타인의 삶을 목격하게 하고, '거기에 내가 있었구나' 하고 느끼게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주인공 연애와 결혼 다뤄 "흔한 연애물로 빠지는 않아"

미생 시즌2에서는 앞으로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까. 서울 세종문화회관 예인홀에서 열린 미생10권 출간 간담회에서 만난 윤태호 작가는 총 3부에 걸쳐 주인공 장그래를 비롯해 원인터내셔널 시절 동기인 안영이, 장백기, 한석율의 보다 완숙해진 모습을 그릴 것이라고 했다.

그는 "시즌1에서는 일하는 사람, 일 자체가 중심이 됐다면 시즌2에서는 기업의 생존을 중심으로 경영과 회계가 이야기 초반의 중심축이 된다"며 "주인공 장그래는 (경리인) 조아영과 함께 김 대리를 멘토 삼아 회계를 공부하는 쪽으로 이야기가 펼쳐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 작가에 따르면 시즌2 1부에서는 규모가 작아 자금 흐름이 '훤히' 눈에 보이는 중소기업의 경영과 회계에 대해서, 2부에서는 해외 출장을 떠나 벌어지는 일들이 펼쳐진다. 3부에서는 결혼 적령기에 접어든 주인공들의 연애와 결혼 이야기를 담을 예정이다.

이 대목에서 윤 작가는 "연애물을 그리고자 하는 목적은 아니다"며 "이 시대를 살아가는 청춘들이 결혼을 어떻게 체감하고 있는지 그릴 것"이라고 못을 박기도 했다. 미생이 흔한 연애물로 빠지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얘기다.

주인공 장그래가 시즌2에서 어떠한 삶을 살지도 관심사다. 사내 비리를 잡아내는 데 일조하고 번뜩이는 아이디어로 모두를 놀래킨 '비정규직' 장그래는 시즌1 말미에서 원인터의 정직원이 되지 못하고 회사를 떠나 독자들을 안타깝게 했다.

시즌2를 지켜보는 독자들은 장그래의 앞날을 응원하지만, 아직까지 펼쳐진 이야기만 놓고 보면, 그의 앞날은 한 치 앞도 보이지 않을 정도로 어둡기만 하다.

윤 작가는 "대기업에 입사한다고 해서 '완생'이고 해피한 인생을 살고 있다고 할 순 없다. 자기 삶을 주체적으로 만들 수 있는 사람이 밤늦게까지 회사에 남아 일한다고 해서 이를 불행하다고 할 수도 없다"며 "그런 면에서 미생은 불행이나 행복을 다루진 않는다. 풍경을 다룰 뿐"이라고 전했다.

그는 또한 "드라마 미생에서는 장그래가 많이 성장했다. 영어도 잘하고 온갖 무역 용어도 무리없이 암기해낸다. 요르단 가서 액션도 벌인다"면서 "시즌2 1회를 그릴 때 일부러 장그래가 김칫국물을 닦는 신을 넣었다. '초라해 못견디겠다'는 대사도 넣었다. 드라마와는 거리를 두겠다는 마음가짐을 표현한 것"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드라마를 통해 기대치가 높아진 장그래를 다시 우리와 같은 보통사람으로 끌어내리기 위한 장치인 셈이다.

◆장그래는 연재 3회때 만든 이름…미생 '날 다른 사람'으로 만든 작품

이날 윤 작가는 미생에 얽힌 여러 이야기 보따리를 아낌없이 풀었다. 탄탄한 설정과 스토리로 주목받고 있는 미생이 처음에는 제대로 준비가 안된 채 시작한 작품이라는 대목이 특히 놀라웠다.

그는 "시즌1을 할 때는 취재도 거의 안됐고 댓글도 100개가 채 안됐다. 주인공의 이름(장그래)도 3회쯤 연재할 때 만들었을 정도"라며 "계약된 5권까지 마무리할 때까지는 지옥을 맛본다는 생각을 했다. 기대도 안했다"고 말했다.

취재 과정의 어려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무역을 소재로 한 작품 특성상 윤 작가의 주 취재처는 무역보험공사와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 하지만 일반인은 이해하지 못하는 전문용어 때문에 곤혹을 치르는 경우가 많다.

윤 작가는 "무보(무역보험공사)에 가서 녹음한 내용을 녹취로 풀 때 그분들은 일상어처럼 쓰는 전문용어를 못알아 들을 때가 많다. 일단 소리나는대로 적는데 그게 맞는지 몰라 다시 여쭐 때가 왕왕 있다"며 "그분들이 아직 날 잘 모르시는 것 같다"며 웃었다.

그림체에 대한 철학도 들어볼 수 있었다. 윤 작가는 새로운 작품을 할 때마다 전작과 달리 하고 싶은 마음에 그림체를 달리 하지만, 결국은 원래대로 회귀하고 만다며 고충을 토로했다.

윤 작가는 "새로운 그림을 추구하지 않으면 오래 못간다. 늘 새로운 그림을 추구하는데 3회쯤 지나다 '아 이래서는 연재 못하겠구나' 해서 다시 원래 그림으로 복귀한다"며 "미생도 처음에 달리 해보려다 다시 원상복구한 사례"라고 언급해 눈길을 끌었다.

미생은 윤태호 작가에게 있어 깨물어 더욱 아픈 '손가락'인지도 모른다. 미생으로 인해 먹고 사는 '입'의 숫자가 늘어났다는 윤 작가의 설명 때문이다.

'미생의 의미'를 묻는 질문에, 윤 작가는 "자신의 이름을 새긴 작품같다"고 했다. "어지간한 악의를 가진 사람이 시멘트로 덮어버리기 전까지 남아있을 것 같다"고도 했다. 그는 "전작 '이끼'가 작가로서 잊혀진 내 이름을 되찾아준 작품이라면, 미생은 나를 다른 사람이 되도록 만들어준 작품"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윤 작가는 "미생은 나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먹고살수 있는 작품이 됐다"며 "미생으로 인해 나와 내 가족, 출판사와 문하생 모두가 행복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문영수기자 mj@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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