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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혜림]'위대한 유산', 당신은 가족에게 무엇을 남기고 싶습니까


김태원은 아들과, 보미-산이는 각각 어머니-아버지와 만나

[권혜림기자] MBC 추석특집 파일럿 프로그램 '위대한 유산'이 착하고 정직한 가족 예능의 탄생을 알리며 정규 편성에 대한 기대를 높였다. "가족과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 얼마나 남았다고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으로 시작해 "서로에게 무엇을 남기고 싶습니까"라는 메시지로 마무리된 이 프로그램은 과한 설정 없이도 담담한 감동을 안기며 추석 안방에 따뜻한 기운을 불어넣었다.

지난 28일 방송된 '위대한 유산'(연출 문형찬)은 연예인들이 가족의 곁에서 함께 생활하며 잊었던 소중함을 깨닫게 되는 과정을 그린 프로그램이다. 부활의 김태원, 래퍼 산이, 에이핑크 보미가 가족과 특별한 시간을 가졌다.

본격적인 촬영 전 건강 검진을 통해 평소 생활 습관을 체크한 이들은 가족과 보낼 수 있는 시간이 6개월도 남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고 슬퍼한다. 그리고 "단 둘이 시간을 보내고 싶은 한 사람"을 묻는 질문에 각각 아들(김태원), 아버지(산이), 어머니(보미)라고 답했다. 이들이 '위대한 유산'을 찾는 여정은 그렇게 시작됐다.

김태원은 자폐증을 갖고 있는 아들과 15년 만에 처음 둘만의 시간을 얻었다. 그는 "(아들이) 말을 안 듣고 혼자 길거리를 다니고 그럴 때 걱정만 했지 안아주질 못했다. 그래서 미워했던 때가 있었다"며 " 엄마에게 모든 걸 떠맡기는 다소 비겁한, 자신에게 용기가 없던 아빠였다. 그게 너무 미안하고, 이제는 갚을 때가 됐다고 생각한다"고 고백했다.

마음을 열지 못했던 아들은 끊임없는 스킨십과 대화를 하려는 노력, 무엇보다도 음악이라는 공통의 관심사를 통해 소통을 시작했다. 드럼에 재능을 보이는 아들에게 특별한 무대를 선사하고 싶었던 김태원은 아들과 함께 무대에 올라 감동의 협연을 이뤘다.

중학교 2학년 때 아버지의 사업 실패로 가진 것 하나 없이 미국으로 이민을 갔던 산이는 아버지가 청소부로 일하고 있는 애틀랜타의 한 고등학교를 방문했다. "아버지의 직장에 처음 가본다"고 고백한 그는 어색함에 서성거리기만 하다 본격적으로 아버지의 일을 체험해봤다.

부자는 밤 12시가 돼서야 일을 끝내고 마주했다. 산이는 오랫동안 마음 속에만 간직했던 상처를 꺼냈다. 아이들에게 피자 한 쪽 사줄 수 없었던 아버지는 괴로움을 술로 달랬고, 이것이 폭력으로 이어지기도 했던 것. 아버지는 이유를 설명하기보다 "미안하다"고 사과하며 눈물을 흘렸다. 산이는 처음으로 알게 된 아버지의 외로움을 느꼈고, 부자는 서로를 꼭 안으며 서로의 상처를 달랬다.

보미는 "가게를 한 번도 닫은 적이 없다"는 부모님께 특별한 휴가를 선사하고 대신 슈퍼를 맡았다. 가게를 오픈하면서부터 손님을 응대하고 틈틈이 청소하고 물건을 정리하는 일 등 쉴 새 없이 돌아가는 슈퍼 일에 모든 것이 서툴렀다. 그러나 보미는 부모님이 전한 미션이었던 포도 판매 완판을 이루는 등 작은 성과도 올렸다.

이어 그는 엄마와 중국집에서 함께 식사를 하며 처음으로 지난 세월의 이야기를 들었다. 한 번도 힘들었던 속내를 드러낸 적이 없었던 엄마는 월세로 장사를 시작했고, 한때 돈 한 푼 받지 못하고 쫓겨나 우울증까지 왔었다는 이야기를 처음으로 꺼냈다. 그리고 "돈도 싫고 (여기저기) 다니는 것도 싫다"며 "고향 같은 집이 있다는 게 얼마나 감사하냐"고 말했고, 보미는 365일 가게의 문을 여는 부모님의 깊은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다.

'위대한 유산'은 "가족과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 얼마나 남았다고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으로 시작해 "서로에게 무엇을 남기고 싶습니까"라는 메시지로 마무리됐다. 이 여정을 통해 김태원은 '좋은 아빠의 기억'을 남기려 했고, 산이는 '(가장으로서) 아버지라는 무게로 버텨온 책임감'을, 보미는 '삶을 버티는 정직과 성실, 그리고 희망'이라는 유산을 부모님으로부터 받았다.

부모가 가족을 책임져온 생업 노하우를 자녀에게 전수하고, 최선을 다해 그 노하우를 이해하려는 자녀의 과정을 통해 '위대한 유산'은 자극적인 조미료 없이도 감동을 안길 가족 예능의 탄생을 알렸다.

한편 '위대한 유산'은 지난 28일까지 방영된 파일럿 프로그램 중 최고의 시청률 9%(TNMS 기준)을 기록했다. 시청자들의 호응 역시 뜨거워 정규 편성에 대한 높은 기대감을 불러일으켰다.

조이뉴스24 권혜림기자 lima@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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