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家 '장남의 역습'…제사 기점으로 승기 잡나

[장유미기자] 롯데그룹 오너 일가의 경영권을 둘러싼 싸움이 점차 장남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에게 유리한 분위기로 흘러가고 있다.

한일 통합경영을 선언하며 경영권 확보에 자신있어 하던 차남 신동빈 롯데 회장이 신 전 부회장을 중심으로 한 '반(反) 신동빈' 세력에 점차 밀리는 모양새다.

신격호 총괄회장의 남동생인 신선호 일본 산사스 사장은 31일 오후 6시 50분쯤 서울 성북동 신동주 전 부회장 자택에 모습을 드러냈다. 부친인 고(故) 신진수 씨의 제사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신 사장은 한국과 일본 롯데 계열사의 지분은 갖고 있지 않지만 신 총괄회장의 신뢰가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신 전 부회장의 후견인 역할을 하고 있다.

앞서 오후 6시 30분쯤 신정희 동화면세점 사장의 남편인 김기병 롯데관광 회장과 신 총괄회장의 동생인 신준호 푸르밀 회장, 그의 부인 한일랑 여사도 이곳을 찾았다.

이날 오후까지도 신 총괄회장의 부친 제사를 신 전 부회장 자택과 서울 소공동에 위치한 롯데호텔 중 어느 곳에서 지내게 될지 알 수 없었다. 그러나 제사를 위해 신 사장을 비롯한 롯데 일가가 신 전 부회장 자택에 나타나면서 일각에서는 신 총괄회장이 장남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해 이처럼 조치한 것으로 풀이했다.

이날 신 사장은 신 전 부회장을 지지하는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신 사장은 신 전 부회장 자택에 들어서기 전 기자들에게 "신 총괄회장의 뜻은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신격호 총괄회장의 뜻으로는 신동주가 경영권을 갖는 게 맞다"며 "신 총괄회장은 옛날부터 신 전 부회장을 후계자라고 생각했으며 그의 건강상 판단력도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신 사장은 차남 신동빈 회장에 대한 신 총괄회장의 뜻도 은연 중에 드러냈다. 간접적으로 표현했지만 신 전 부회장 외에 다른 인물을 통해 신 총괄회장의 의중이 드러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또 귀국 후 신 총괄회장과 부인 시게미쓰 하쓰코 여사, 장남 신 전 부회장 등을 만난 것으로 추정된 이후의 발언이어서 더 주목받고 있다.

신 사장은 "신 총괄회장이 지난 1년간 벌어진 일을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다"며 "몇 개월 전부터 고통스러운 얼굴을 하고 있었으며 '회사를 탈취 당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어 "(신 회장이 아버지를 해임한 것에 대해) 도덕적으로 이상한 짓"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이후 오후 7시 30분쯤에는 신 총괄회장의 동생 신경숙 씨로 추정되는 여성도 신 전 부회장 자택에 모습을 드러냈다.

또 모습을 보이진 않았지만 장녀인 신영자 롯데복지재단 이사장과 신 전 부회장의 6촌 형인 신동인 롯데자이언츠 구단주 직무대행, 신 이사장의 큰딸 장혜선 씨도 제사에 참석한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 이들이 부친의 제사를 위해 신 전 부회장의 자택으로 몰리면서 이후에 있었던 가족회의에 대해서도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여전히 일본에 체류하고 있는 신동빈 회장이 이번 제사에 참석하지 않게 되면서 '반 신동빈' 세력이 이번 경영권 분쟁과 관련해 어떤 의견을 교환할지에 대해서도 이목이 쏠리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신 회장이 한국 롯데그룹은 물론 일본 롯데홀딩스마저 장악하고 있어 반 신동빈 세력이 판을 완전히 뒤집지는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또 두 형제의 감정의 골이 깊어지면서 이번 싸움의 중재안을 찾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신격호 회장 육성·지시서 공개…롯데 '강한 반발'

이로 인해 당초 '신동빈 천하'가 될 것으로 예측됐던 롯데그룹의 후계구도는 점점 더 신동주의 우세로 전세가 역전돼 가고 있다. 신 회장이 일본에서 롯데 지주회사 격인 일본 롯데홀딩스의 우호지분 확보에 몰두하는 동안 나머지 롯데 일가는 모두 한국에서 신 전 부회장을 중심으로 신 회장의 독주를 막기 위해 힘을 합치고 있다.

특히 이날 KBS 뉴스에서 공개된 신 총괄회장의 육성과 그가 서명한 '신동주 전 부회장을 한국 롯데그룹 회장으로 임명한다'는 내용의 문서는 신 회장을 더 수세로 몰고 있다.

신 총괄회장은 지난 28일 신동빈 회장에 의해 대표직에서 해임된 후 30일 신 전 부회장과의 대화에서 "가만히 있을거냐?"고 언급했다. 또 쓰쿠다 다카유키 일본 롯데 사장을 두고 "그만두게 했잖아"라고 되물었고 "아키오(신동빈 회장)도 그만두게 했잖아"라고 발언했다.

더불어 신 전 부회장 측이 공개한 문서에 따르면 지난 17일 신 총괄회장은 신동주 전 부회장을 한국 롯데그룹 회장으로 임명했다.

이에 대해 신 회장과 롯데그룹 측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특히 녹취와 지시서 모두 경영과 전혀 관련 없는 이들에 의해 차단된 가운데 만들어진 것으로, 법적으로 유효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녹취를 한 것에 대해 그 의도가 의심스럽다"며 "신 총괄회장의 의중이 롯데 경영 전반에 매우 중요한 부분이라 할지라도 상법상 원칙을 벗어난 의사결정까지 인정될 수 없다"고 반박했다.

또 지시서와 관련해서는 "상법상 기본적인 절차와 원칙도 따르지 않았고 법적 효력도 없으며 진위여부도 가려지지 않아 논할 가치조차 없다"며 "향후 이러한 지시서는 지속적으로 나올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이어 "롯데는 임직원과 주주가 함께하는 회사로서 모든 의사결정은 상법상의 절차와 결의를 통해서만 유효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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