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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환] 메르스, RFID로 막을 수 있다


우리나라의 메르스 확산은 유독 빨랐다. 지난달 20일 첫 환자가 발생한 이후로, 현재까지 182명의 확진자가 발생했다.(6월 30일 09시 기준) 지난 2013년 6월부터 1년 동안 한 달 평균 25명 수준의 환자가 나온 사우디아라비아에 비해서 5배 이상 빠른 속도다.

전문가들은 그 이유로 밀착 접촉자 관리 소홀, 한국 특유의 병간호 문화, 부족한 음압병실 등을 꼽고 있다. 여러 가지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메르스 확산을 부채질했다는 것이다.

그 중 국민들을 가장 불안에 떨게 한 것은 '밀착 접촉자 관리 소홀'이 아닌가 싶다. 내 옆의 이름 모를 누군가가 메르스 환자와 접촉한 보균자일지도 모른다는 점은 공포심을 유발하기 충분했다. 실제로 몇몇의 메르스 환자와 밀착 접촉자들은 관리망에서 벗어나 거리를 활보하는 등 많은 사람들의 우려를 산 바 있다.

밀착 접촉자를 완벽히 파악하고 관리할 수 있었다면 사회적 혼란은 물론이고, 추가 감염자도 최소화할 수 있었을 것이다. 현 메르스 사태가 '우리나라의 메르스 환자가 1명 발생했고, 격리 치료 끝에 건강하게 퇴원했다'는 소소한 해프닝으로 끝났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실제로 미국은 지난해 5월, 2명의 메르스 환자가 발생했지만 2차 감염자는 단 1명도 없었다. 특히 첫 메르스 발생 환자를 완벽히 격리∙치료한 인디애나주 먼스터 커뮤니티 병원은 언론들로부터 '모든 의료기관 종사자들의 모범'이라는 극찬을 들은 바 있다. 질병 확산을 방지했을 뿐만 아니라 주민들의 불안감까지 초기에 봉쇄했다는 평이다.

이 병원은 환자와 접촉한 대상들을 빠르게 판별하고 격리 조치했다. 즉, 우리나라에서는 실패한 '밀착 접촉자 관리'를 완벽히 수행해 냈다는 것이다. '완벽 관리는 어떻게 가능했을까? 해답은 RFID(radio frequency identification) 시스템과의 결합에 있었다.

RFID란 다양한 정보를 저장할 수 있는 극소형 칩을 이야기한다. 리더기로 스캔해 정보를 인식할 수 있으며, 흔히 바코드를 대체할 기술로 불린다. 바코드에 비해 훨씬 더 많은 정보를 저장할 수 있고, 주파수에 따라 원거리에서도 인식이 가능하다. 활용범위는 제조, 물류, 유통, 의료 등 매우 다양하다.

먼스터 커뮤니티 병원은 RFID의 장점을 활용했다. 의사, 병원 청소원 등 관계자들의 몸에 RFID 칩을 부착해 위치를 확인했고, 입원실 출입 시 매번 기록을 남겨 환자에게 접근했던 대상을 쉽게 찾아내 격리조치했다.

선진국에서는 이미 환자의 효율적 관리, 의료장비 관리 등을 이유로 RFID를 적극 도입하고 있다.

우리나라 병원들도 점차 RFID 시스템을 도입하고 있는 추세다. 특히 분당서울대병원은 개원 때부터 디지털 병원을 모토로 삼은 만큼, 환자 관리에 RFID 기술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의사나 간호사들이 환자의 손목 밴드에 부착된 HF-RFID 칩을 RFID 리더기로 스캔한다. 리더기는 환자의 병명, 투약시간 등 다양한 정보를 제공한다. 또한 환자의 병상에는 개인용 스마트 기기가 설치돼 있어 스스로도 약 복용법, 검사 일정 등이 확인 가능하다. 환자 관리에 대한 모든 정보를 전산으로 관리하니 투약 오류 등도 줄일 수 있고, 병원의 신뢰도도 높아진다는 평가다.

이번 메르스 사태는 의료 선진국이라 불리는 우리나라의 의료 시스템의 민낯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우리나라도 RFID 도입 등을 통해 의료시스템을 더욱 선진화할 필요가 있다.

엎질러진 물을 담을 수는 없지만, 다시 같은 실수를 저지르지 않도록 예방하는 노력은 필요하다. 제2의 메르스가 발생했을 때는 잘 정비된 매뉴얼과 시스템으로 우리나라가 '우수사례·청정지역' 등으로 세계 언론에 보도되길 기대해본다.

현재환

디오텔 대표는 연세대 경영대학원에서 전문경영학 석사(MBA) 학위를 취득해 지난 1985년 삼성반도체통신에서 IT 기획을 맡은 뒤 1996년부터 SAP 코리아 프로세셔널 서비스 사업부 총괄 상무, 2006년 idsTrust 대표이사, 2011년 유와이즈원, 이지메디컴, 엠서클 대표이사 등을 역임하고 현재는 디오텔 대표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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