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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STI의 과학향기]핀테크 시대, 지문으로 결제하세요


"페이** 전 왜 안 되죠?""이얏! 페이△△ 할인쿠폰 떴어요!""**페이 전 눈팅만 하네요.""도대체 △△△페이가 뭔가요? 저한테는 외계어. ㅠ.ㅠ"

요즘 구매 관련 커뮤니티에서 흔하게 오가는 대화다. 혹, 몇년 만에 인터넷 쇼핑에 나선 이가 있다면 갸우뚱할 단어들이다. 구매한 뒤 지급해주는 '포인트'나 '전자상품권'이려니 짐작해볼 뿐 정체가 확실치 않다.

익숙한 듯 낯선 '간편 결제' 서비스가 속속 선보이고 있다. 미국과 중국에서 확실한 자리를 잡은 '페이팔'과 '알리페이'가 간편 결제의 대표 격이다. 국내서도 스마일페이, 옐로페이, 카카오페이, 페이나우, 케이페이 등 여러 서비스가 소비자의 선택을 기다리고 있다.

이런 간편 결제의 부상과 함께 '핀테크(Fintech)'라는 생소한 용어가 자주 들리게 됐다. 은행이 핀테크 업체와 제휴를 했다는 둥, 핀테크 산업 발굴이 필요하다는 둥, 우리나라가 핀테크 분야에서 뒤처지고 있는 둥 날마다 뉴스가 쏟아진다. IT와 관련된 용어는 그렇지 않아도 보통 사람들이 따라 잡기 힘든 신조어의 경연장이다 'IoT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웨어러블' 등 여전히 어색한 단어들 위에 '핀테크'가 더해졌다.

핀테크는 금융을 뜻하는 '파이낸셜(Financial)'과 '기술(Technique)'의 합성어다.
우리는 이제 메신저로 커피와 아이스크림 구매권을 교환할 수도 있고, 가상화폐도 사용한다.

그렇다면 새삼스럽게 '핀테크'가 화두로 떠오른 이유는 뭘까? 핀테크가 지금까지 금융과 기술의 결합과 다른 점은 무엇인가? 페이팔, 알리페이, 애플페이, 카카오페이 등은 모두 전통적인 금융권 기업이 만들고 주도하는 서비스가 아니다. 알리바바, 애플, 다음카카오 등 IT기업이 내놓은 서비스다. 이제까지 금융과 IT의 결합은 금융권에서 IT를 활용하는 차원이었다면, 이제 저울추가 움직이고 있다는 얘기다. 은행에서 인터넷뱅킹을 접근하는 관점이 은행 '창구'에 오는 횟수를 줄이고도 업무를 처리할 수 있도록 사용자 편의를 배려한다는 개념이었다. 때문에 거래상의 안전 책임도 사용자에게 있었다. 비밀번호를 자주 바꾸며 관리하고, 사용자가 인증서를 설치하고 보안에 필요한 소프트웨어도 설치해야 했다. 한 마디로 사용자는 번거로워도 창구 가는 것보단 나으니 참아야 했다.

그런데 미국의 간편 결제 서비스 페이팔은 이메일과 비밀번호만으로 결제가 가능하다. 별도의 소프트웨어를 설치할 필요 없이 본인 아이디와 비밀번호만 입력하면 결제가 가능하다. 공인인증서와 몇 겹의 보안 장치가 있어도 해킹이 일어나는 실정에 고작 비밀번호만으로 돈이 오가는 거래를 한다? 걱정이 앞선다. 얼마나 강심장이라 페이팔을 쓸까?

페이팔은 '금융거래 차단시스템(FDS, Fraud Detection System)'을 구축해 운영한다. 페이팔 역시 해킹의 위험에 노출돼 있었다. 2001년 국제 해커가 페이팔 계정에 침투, 다수의 계정에서 소액을 이체해 갔다. 국제사기였다. FBI에서 수사를 시작했지만, 막대한 손실이 지속될 뿐 해결되지 않았다. 페이팔 측은 법에 기대서는 이런 해킹에 대응할 수 없다는 판단 하에 독자적인 탐지 시스템을 구축했고, 그것이 FDS다.

FDS는 전자금융거래 접속정보, 거래 내역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평소의 패턴과 다른 금융 거래가 발생했을 때 사전에 차단한다. 예를 들어 서울에서 30분 전에 사용된 카드가 런던에서 결제될 때, 7시 이후에 사용이 드문 카드가 심야 유흥업소에서 사용된다든가 하는 식으로 평소와 다른 패턴을 보일 때를 포착해 거래를 막는다. 거래 정보의 수집과 거래 패턴에 대한 정교한 분석, 대량 데이터의 효과적인 관리, 전자 금융 거래 업무에 대한 정확한 이해 등이 바탕이 돼야 구축이 가능한 시스템이다. 페이팔에는 20개국에 500여 명의 정보유출방지 인력이 배치돼 있으며, 보안관련 인력은 7천여 명에 달한다고 한다. 물 위를 우아하게 떠다니는 오리처럼, 쉽고 편한 서비스를 위해선 끊임없이 발을 놀리고 있는 것이다.

더 간단하고 편리하게 사용하기 위해 금융의 중심이 IT에 실리는 핀테크 시대에는 보안의 개념이나 모양도 상당히 달라질 전망이다. 지금까지 보안서비스에서는 고객은 정해진 대로 따를 뿐 선택의 여지가 없었지만, 앞으로는 달라질 것이다. 모바일을 통한 거래와 결제가 활발해지면 기기의 특성에 따라 다채로운 보안 방식이 가능하다. 음성, 지문, 홍채 등 생체 인식이나 유심, NFC(근거리 무선통신) 기반 인증 등이 후보다. 물론 보안의 벽을 쌓아도 위협은 도사리고 있다. 사용자 단말기에서 수집된 정보를 복제해 다른 기기나 조건에서 사용하는 식의 해킹이나, 불법 원격 조정기술로 사용자 단말기의 권한을 탈취해 악용할 수 있다. 피해자가 오히려 범인으로 둔갑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더 간편해지는 만큼 위협도 커진다.

일단 더 편리한 결제 방식으로 주목받고 있지만 핀테크가 몰고 올 변화는 그보다 크다. 이미 빅데이터와 IT기술을 바탕으로 회계 감사, 투자 상담, 재무 설계 등 기존 금융 회사들의 영역에 진입한 회사들이 있다. 기존 금융회사에 비해 저렴한 비용이 강점이다. 앞으로 투자 상담이나 재무 설계는 로봇에게 받는 걸 당연하게 여기게 될 날이 올지 모른다. 저렴한 송금 수수료를 내세운 온라인 전용 은행도 등장했다. 계좌를 개설하려면 지점 방문을 꼭 거쳐야 하는 것도 과거의 일이 될 수 있다. 미래 화폐라고 하는 가상화폐가 어떻게 발전해 나갈지도 관심사다. 핀테크는 지금의 금융 관행을 송두리째 바꿀 수 있다. 이미 씨앗은 뿌려져 있다.

글 : 이소영 과학칼럼니스트

*본 콘텐츠의 저작권은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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