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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서울 관악을, 성완종發 태풍 영향은 '아직'


4.29 재보선, 새누리당 오신환 우세 속 정태호·정동영 '1강 2중'

[조석근기자] 4·29 재보선을 앞둔 서울 관악을 민심은 정국을 강타한 성완종 게이트발 태풍에서 한 걸음 비켜선 모양새다.

지역일꾼을 앞세운 새누리당 오신환 후보의 우세 아래, 정권심판을 주장하는 새정치민주연합 정태호 후보와 여야 모두를 겨냥한 국민모임 정동영 후보의 '1강 2중' 구도가 고스란히 민심에 반영됐다.

관악을은 호남 출신 유권자들이 집중적으로 거주하는 새정치연합의 아성이다. 그러나 정태호·정동영 후보 등으로 야권이 분열한 상황 속에서 타 지역보다 전반적으로 낙후된 도시기반과 지역경제가 오히려 '야권심판' 여론을 부추기는 분위기다.

하지만 성완종 게이트와 세월호 참사 1주기를 둘러싼 정부의 미숙한 대처, 박근혜 대통령의 해외 순방에 대한 비판 여론도 만만찮은 상황이다. 부동층을 향한 야권의 정권심판 구호가 먹혀들 여지는 여전히 남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성완종 게이트 태풍 속 오신환 일단 '우세'

관악을은 이해찬 전 총리, 한광옥 국민대통합위원장 등 거물급 정치인을 배출한 야권의 27년 텃밭이다. 그러나 관악구 전체를 통틀어 전철역이 4곳에 불과해 교통난이 심각하고, 수년 전까지만 해도 수해로 대규모 재산피해가 발생했을 만큼 낙후된 지역이다. 이같은 불만이 지역 주민들 사이에서 흔히 터져나온다.

관악을 지역인 삼성동에서 순대국밥집을 운영하는 강승수씨(65)는 "민주당(새정치연합)이 거의 30년 가까이 해먹는 동안 나아진 게 하나도 없었다"며 "말이 (서울 강남처럼) 신사동, 삼성동이지 건물들이 하도 낡아서 다 쓰러져간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신사시장에서 어묵가게를 하는 이종구씨(58)는 "내가 전남 완도 출신으로 지금까지 야당만 찍었지만 이번에는 제대로 경고를 날려야겠다"며 "3년 전 수해로 시장통에 무릎까지 물이 차서 가게 물품들이 다 떠내려간 거 생각하면 지금도 분통이 터진다"고 질타했다.

이같은 민심은 최근 여론조사에서도 드러난다. 여야가 공식 선거전에 돌입하기 전인 지난 13일 리서치뷰의 조사결과로는 오신환 후보가 37%로 1위를 차지했다. 정태호·정동영 후보가 20%대로 각각 2·3위를 기록했다. 성완종 리스트가 터져나온 민감한 상황이지만 판세 자체는 큰 변화가 없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오 후보 캠프 관계자는 "오 후보의 대표경력이 시의원인 만큼 정부·여당과 함게 묶어 책임을 묻는 것은 과하다"며 "검찰수사 결과를 보면 야당도 깨끗하다고 말 못하는 상황 아니냐"고 반문했다.

신사시장의 한 상인은 "다른 상인들과 선거 얘기를 하다보면 새누리당 이미지는 확실히 나빠진 면을 느낀다"면서도 "오 후보가 아직 40대 초반으로 젊고 중앙 정치 때를 덜 탄 만큼 정당과 후보 지지도가 따로 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새누리당 안 돼' 정권심판 여론도 확산

그러나 정권심판에 대한 여론도 만만찮은 상황이다 성완종 게이트로 일단이 드러난 정권 핵심 실세들의 부정부패 양상이 민생경제 부진과 맞물려 서민층의 상대적 박탈감을 부추기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부동층 사이에서 이런 경향이 두드러졌다.

신사동 인근 경로당의 양성부씨(84)는 마침 이완구 총리에 대한 TV뉴스를 시청하던 중 "도대체 (임기) 1년짜리 국회의원을 뽑는 선거에 왜 세금을 낭비하는지 모르겠다"면서도 "차떼기하는 저런 당은 절대로 찍어주면 안 된다"고 열을 올렸다.

신림동 고시촌에 거주하는 최명진씨(32)도 "국가재정이 염려된다지만 자원외교, 4대강 사업으로 수십조를 탕진한 게 도대체 어느 당 어느 정부였느냐"며 "이번 성완종 사건으로 인한 부패도 한심하지만 이 판국에 박 대통령이 해외로 나갔다는 게 도무지 이해가 안 간다"고 털어놓았다.

대학생 김민정씨(20)도 "사실 이번에 나오는 후보들이 누가 누군지 잘 모를 만큼 정치에는 관심이 없다"면서도 "세월호 참사 1주기를 맞이해서도 유가족들이 삭발한 채로 최루액을 맞는 모습을 보면 새누리당은 정말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관악을 조원동에 산다는 50대 부부는 "세월호 참사 이후 야당의 무기력한 대응을 보면서 야당에 대한 기대를 아예 접어버렸다"며 "최근 2~3년 동안 야당이 야당다운 적이 없었던 만큼 정동영 후보의 출마에 기대를 걸고 있다"고 말했다.

◆공식 선거운동 개시, 주말이 변곡점

정태호·정동영 후보 캠프 양측은 일단 이번 주말이 중대한 변곡점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성완종 게이트에 대한 검찰의 추가적인 수사결과와 이를 통한 여론의 추이를 지켜봐야 한다는 것이다. 뒤늦게 선거에 뛰어든 정동영 후보의 본격적인 상승세가 유지될지도 중요한 관전 포인트라는 분석이다.

정태호 캠프 관계자는 "주말 중으로 정부와 여당이 서민들의 지갑을 털면서도 뒤로는 자기들의 지갑을 채웠다는 부정적 여론이 얼마나 확산되느냐가 중요할 것 같다"며 "전반적인 판세는 정태호·오신환 후보의 양강 구도로 갈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러나 정동영 캠프 관계자는 "국민모임이 창당준비 단계이고 결과적으로 정동영 후보가 무소속인 만큼 출마 사실을 몰랐던 사람들이 많다"며 "공식적인 선거운동이 시작되면서 사람들이 이제 정 후보를 알아보기 시작한 만큼, 이번 주말을 경유해 본격적인 상승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조석근기자 feelsogood@inews24.com 사진 조성우기자 xconfin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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