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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STI의 과학향기]천대 받던 매생이의 이유 있는 변신


'미운 사위가 오면 매생이국을 준다'는 옛말이 있다. 언뜻 이해가 안 되는 이 말의 유래는 무엇일까?

매생이국은 끓어도, 끓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 않는 몇 안 되는 음식 중 하나다. 따라서 매생이국을 뜨겁다 말하지 않고 내놓으면, 이를 후루룩 마시다가 혀를 데이는 경우가 다반사다. 그러니까 밉상인 사위를 골탕 먹이기 위해 나온 말인 것이다.

실제로 매생이국을 퍼놓으면 아주 뜨거운 상태인데도 김이 오르지 않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이런 현상을 보이는 이유는 매생이가 가진 고유의 점질 때문이다.

하지만 누군가는 이렇게 말한다. "혀가 데여도 좋으니, 꽃샘추위가 다 가기 전에 매생이국이나 한 번 더 먹고 싶다"고 말이다. 그만큼 매생이는 추위를 잊게 해주는 겨울철 최고의 보양식이자, 다가오는 봄날을 생기 있게 맞이할 수 있는 활력소로 인정받고 있다.

◆영양소의 보고인 매생이

매생이는 겉보기에 파래처럼 생긴 푸른색의 녹조류다. 매생이란 이름은 '생생한 이끼를 바로 뜯는다'라는 의미의 순수한 우리말로, 주로 겨울철에 맛볼 수 있는 겨울철 별미로 유명하다. 보통 11월에서 다음해 3월까지 약 5개월 동안이 제철인데, 전남 강진 및 완도 등 깨끗한 청정해역에서만 자라는 남도지방의 특산물이다.

조선시대의 대표적인 실학자 정약전(丁若銓)은 그의 저서인 자산어보(玆山魚譜)를 통해 매생이를 '누에가 만든 비단실보다 가늘고, 쇠털보다 촘촘하며, 검푸른 빛깔을 띄고 있다'라고 묘사하면서 '국을 끓이면 연하고 부드러우면서도, 그 맛은 매우 달고 향기롭다'라고 소개한바 있다.

이처럼 매생이는 자산어보에도 등장할 만큼 그 존재가 오래 전부터 인식돼 왔지만, 가치만큼은 인정을 받지 못하고 최근까지 김 양식장의 '잡초'처럼 취급돼 왔다. 품질 좋은 김을 만들기 위해서는 매생이나 파래 같은 다른 해조류들이 포함돼 있으면 안 되기 때문이다.

그렇게 양식장의 천대를 받던 매생이가 자신의 가치를 인정받기 시작한 것은 2000년대 들어 영양식으로 알려지면서 부터다. 김 양식보다 매생이 양식이 더 많은 수익을 올리면서, 대다수의 김 양식장이 매생이 양식에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고, 이제는 대부분의 김 양식장이 매생이 양식장으로 바뀌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매생이가 여성들의 건강에 좋다는 소문이 돌면서 한 때는 전국적으로 매생이 열풍이 불기도 했다. 여성의 경우 나이가 들면서 빈혈과 골다공증을 겪는 경우가 많은데, 매생이에는 철분과 칼슘 성분이 다량 함유돼 있어 이들을 예방할 수 있다고 한다.

흔히들 철분과 칼슘이 많이 들어 있는 음식이라고 하면 우유를 떠올리는 사람들이 많은데, 매생이의 철분 함량은 100g당 43.1㎎으로 우유보다 40배 정도고, 칼슘 함량도 100g당 574㎎으로서 역시 우유보다 5배 정도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매생이는 엽록소와 식이섬유가 풍부해 포만감을 주면서도 소화 및 흡수가 빠르다. 칼로리 역시 낮아서, 겨울철에 열량을 과잉 섭취해 살이 찌는 것을 방지하기 때문에 여성들이 선호하는 다이어트 식품으로도 그만이다.

식품뿐만이 아니다. 최근 들어서는 매생이의 의학적 효과에 대한 연구도 활발하다. 한국식품과학회는 고려대 연구팀이 당뇨병에 걸린 쥐에 매생이 추출물을 투여한 후, 신장 보호 효과를 보였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영양만큼이나 뛰어난 매생이의 풍미

매생이의 영양학적인 가치만큼이나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이 바로 이를 활용한 다양한 요리들이다. 예전에는 매생이를 활용한 요리라면 매생이국 밖에 없었다. 김 양식장에서 일하던 어부들이 새벽 작업을 마치고 들어올 때, 김발에 붙은 매생이를 한 움큼 훑어서 집에 가져와서는 아침 국거리로 끓여먹던 것이 매생이국의 시작이다.

하지만 매생이가 조금씩 알려지면서, 매생이국에 여러 가지 재료를 넣어 다양한 맛을 즐기는 경향이 늘고 있다. 그 중에서도 제일 인기 있는 메뉴는 굴을 넣고 끓인 '매생이굴국'이다. 생굴을 조금 넣고 끓이다가 펄펄 끓어오를 때 매생이를 넣으면 된다. 거품이 올라오면 국자로 한두 번 저은 다음 불을 끄고 간을 한 후 참기름 몇 방울만 뿌리면 완성이다.

매생이굴국에 들어가는 재료는 많지 않지만 혀를 부드럽게 자극하는 바다의 향기와 고소한 맛, 그리고 뜨겁지만 시원하다는 소리를 연발하게 만드는 풍미는 가히 일품이다. 특히 아스파라긴산이 콩나물보다 3배나 많기 때문에 속풀이 해장국으로도 그만이라는 것이 애주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매생이굴국은 먹다가 남아도 다른 요리의 재료로 활용될 수 있다. 찬밥을 남은 국에 넣고 끓이면 바로 또 하나의 별미인 ‘매생이굴죽’이 탄생한다. 감기에 걸려 입맛이 떨어졌을 때나, 이른 아침 출근으로 아침밥을 먹기 부담스러울 때 안성맞춤인 음식이다. 보양식과 간편식의 이미지를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는 음식 중의 하나라 할 수 있다.

이처럼 매생이굴국에 밥을 넣는 것으로 매생이굴죽을 만들 수 있다면, 떡을 넣게 되면 어떻게 될까? 그렇다. 바로 매생이떡국이 된다. 여기에 일반 떡국처럼 계란지단이나 소고기를 넣게 되면 남녀노소 누구나 좋아하는 웰빙 떡국이 탄생하게 된다. 금년 설날에 이 매생이떡국이 전국적으로 대단한 인기를 끌었다고 한다.

이 외에도 '매생이전'과 '매생이 부침개'도 별미로 통한다. 부침가루 한 봉에 다른 재료 없이 매생이만 잘게 썰어 넣어 반죽을 만든 다음, 고명으로 청홍고추 정도만 올려주면 싱그러운 초록색의 '매생이 부침개'가 완성되는데 빛깔도 맛도 일품이다.

마지막으로 매생이를 활용해 뭔가 색다른 분위기의 요리를 즐기고 싶다면 퓨전 스타일의 '매생이 스파게티'에 도전해 보자. 만드는 방법도 의외로 간단하다. 먼저 매생이는 흐르는 물에 살살 흔들어 씻은 후 잘게 썬다.

그리고 뜨겁게 달군 팬에 올리브유를 두른 후, 다진 마늘과 다진 양파, 그리고 베이컨을 넣어 볶는다. 이어서 스파게티면과 매생이를 넣어 좀 더 볶은 후, 소금과 후추로 간을 하면 동양과 서양이 하나 된 퓨전요리가 완성된다.

한편, 매생이는 해조류임에도 불구하고 파래나 김처럼 생으로 무쳐 먹지 않는다. 그 이유는 매생이가 유기산에 매우 약하기 때문이다. 무쳐먹는 음식에는 대부분 식초를 넣지만 매생이가 유기산에 약한 관계로, 무친 매생이 음식은 접하기 어렵다.

글 : 김준래 과학칼럼니스트

*본 콘텐츠의 저작권은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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