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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구 통 큰 베팅…현대차 '삼성동 시대' 연다


글로벌 빅3 도약 위한 컨트롤타워 건립

[정기수기자] 현대자동차그룹이 라이벌 삼성그룹을 제치고 서울 삼성동 한전부지의 새 주인이 됐다.

이에 따라 현대차그룹은 계동과 양재동 시대에 이어 오는 2020년께 한전 부지에 새로운 터전을 잡고 삼성동 시대를 열게 됐다.

현대차그룹은 한전 부지에 글로벌비즈니스 센터(GBC)를 건설, '글로벌 빅3' 자동차 기업 도약을 위한 삼성동 시대를 본격적으로 연다는 계획이다.

현대차, 기아차, 현대모비스 등 주력계열사 3곳으로 구성된 현대차 컨소시엄이 제시한 입찰금액은 해당 부지 감정평가액(3조3천346억원)의 3배가 넘는 10조5천500억원. 당초 인수 의지가 강했던 만큼 감정가를 크게 웃도는 금액을 써낼 것으로 예상은 했지만 이를 뛰어 넘는, 말 그대로 파격적인 베팅이다.

이 금액은 정몽구, 정의선 부자의 재산(상장주식)과도 맞먹는 수준이다. 지난해 현대차그룹의 영업이익을 2조원 이상 웃도는 액수기도 하다.

재계에 따르면 이번 입찰에서 삼성전자는 5~6조원 정도를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그룹이 4조원 이상 웃돈을 주고 한전부지를 인수한 셈이다.

결국 그룹의 최종 의사 결정권자인 정몽구 회장이 이번 삼성동 한전부지 인수에 사활을 걸고 '통큰 베팅'을 했다는 평가다. 정 회장이 반드시 부지를 확보해야 한다는 절실함이 반영된 결과인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의 양재동 시대는 '글로벌 빅5'라는 큰 성과를 거뒀다"며 "이제 새로운 삼성동 시대를 통해 더 큰 도약을 이룰 발판을 마련하게 됐다"고 평가했다.

실제 옛 현대그룹에서 분가해 나오면서 2000년 급조된 양재동 사옥은 현대차그룹이 글로벌 빅5로 도약하는 근거지가 됐지만, 공간이 협소해 한계에 이르렀다는 지적이 나왔다.

서울시 소재 현대차그룹 계열사는 30개사, 소속 임직원은 1만8천명에 달하지만 양재사옥 입주사는 5개사에 불과하고, 근무인원도 5천명 안팎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역삼동을 비롯한 서울 및 경기 일대 외부 빌딩을 임대해 입주해 있다. 이에 따라 신속한 의사소통과 업무 효율성 제고가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현대차그룹은 이번에 낙찰받은 한전 부지에 100층 이상 규모의 글로벌 비즈니스 센터(GBC)를 건립해 자동차를 중심으로 수직계열화된 30여개 계열사들을 한 곳에 모을 예정이다. 또 자동차를 테마로 문화와 생활, 컨벤션 기능을 아우리는 랜드마크로 조성한다는 방침이다.

궁극적인 청사진은 독일의 아우토슈타트다. 아우토슈타트는 독일의 폭스바겐이 볼프스부르크시에 소유한 곳으로 본사와 공장, 자동차 박물관, 출고 센터, 자동차 체험 공간 등 다양한 시설이 조성된 독일의 10대 관광명소로 꼽히는 곳이다.

한전 부지는 축구장 12개를 합친 것과 맞먹는 7만9천342㎡(2만4천평) 규모로, 현재의 양재동 사옥(7천평)보다 3배 이상 크다. 또 100층 이상의 초고층 건물 신축도 가능하다. 뚝섬 삼표레미콘 부지 글로벌 비즈니스센터 개발 계획이 이미 무산된 상황에서 정몽구 회장이 과감한 베팅으로 밀어붙일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현대차그룹은 GBC를 인근 지역에서 가장 높은 규모로 세울 것으로 알려졌다. 구체적인 층수는 확정되지 않았으나 그룹의 컨트롤타워는 물론 랜드마크로서의 역할을 감안해 규모를 결정할 방침이다.

삼성동으로 사옥을 이전하면 현재의 양재동 사옥은 연구센터로 활용하는 것을 검토 중이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한전 부지 인수는 단순한 중단기 수익 창출 목적이 아니라, 글로벌 경영 차원에서 30여개 그룹사가 입주해 영구적으로 사용할 통합사옥 건립을 위한 것"이라며 "제2의 도약을 추구하려는 최고경영층의 구상과 의지가 담긴, 100년 이상 미래를 내다본 결정"이라고 강조했다.

자금 조달에도 크게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관계자는 "부지 매입 비용을 제외한 건립비 및 제반비용은 30여개 입주 예정 계열사가 8년 간 순차 분산 투자할 예정이어서 사별 부담은 크지 않다"며 "지난 10년간 강남 지역 부동산 가격 상승률은 연평균 9%(핵심 지역은 10% 이상)에 달해 10~20년 후를 감안할 때 미래가치는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그동안 통합사옥이 없어 계열사들이 부담하는 임대료만도 연간 2천400억원을 웃돌았다.

한편 이번 현대차그룹의 한전부지 인수를 놓고 예상을 훌쩍 넘는 낙찰가로 인해 엇갈린 평가도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입지 조건을 감안할 때 금액을 떠나 삼성동 한전부지는 기업들에게 주요 거점으로 활용될 가치가 높은 곳"이라면서도 "정몽구 회장의 과감한 베팅이 그룹의 미래를 여는 승부수가 될 지, 반대로 성장을 저해하는 무리수로 돌아올 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기수기자 guyer73@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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