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뉴스



불붙은 통상임금 논란…車업계 파업 '초읽기'


한국GM發 통상임금 확대에 노사 갈등 확산…현대차 등 "법대로 임한다"

[정기수기자] 통상임금 확대가 올해 임금·단체협약 협상의 최대 복병으로 떠오르면서 완성차업계의 노사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특히 최근 한국GM이 국내 완성차업계 처음으로 노조에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하는 안을 전격 제안하면서 현대·기아자동차와 르노삼성자동차, 쌍용자동차 등 나머지 완성차업체는 골머리를 앓게 됐다.

이들 업체의 노조는 한국GM의 제안을 근거로 통상임금 확대 관철을 위해 파업도 불사한다는 방침이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GM 노사는 이날 19차 임단협을 열고 통상임금 확대안 등을 포함한 안건을 집중 논의한다.

앞서 사측은 다음달 1일자로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하겠다고 노조에 전격 제안한 바 있다. 노사간 아직 구체적인 방안을 논의한 건 아니지만, 노조의 요구안대로 임금안을 새로 마련할 경우 현재 수준보다 20%가량 임금총액이 오를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노조는 사측의 통상임금 확대안은 환영하면서도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지난해 12월 18일 상여금을 통상임금으로 재확인한 만큼, 시행 시기를 올해 1월 1일자로 소급해 달라는 입장이다. 노조는 통상임금 확대안 외에도 기본급 15만9천614원 인상, 통상임금의 500% 성과급 지급 등을 요구하고 있다.

노조는 통상임금 확대 등 요구안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파업도 불사한다는 방침을 내걸고 사측을 압박하고 있다. 노조는 중앙노동위원회에 쟁의신청을 제출한 상태로, 중노위는 이날 협상 추이를 지켜본 뒤 파업 여부와 관련해 결론을 내릴 것으로 알려졌다.

사측은 다음달 4일부터 하계휴가를 앞두고 있어 될 수 있으면 휴가 전 타결을 이끌어 낸다는 방침이나, 노조는 타결이 용이치 않을 경우 휴가 이후라도 차기 교섭을 진행하겠다는 입장이어서 진통이 예상된다.

현대차 등 나머지 완성차업체의 경우에는 사측이 "법대로 한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있지만 한국GM의 이번 결정으로 적잖이 부담을 가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현대차 노사는 이날 올해 임금협상 12차 교섭을 시작으로 2~3차례 협상이 예정돼 있다.

노조는 이번 주 열리는 임금협상에서 최소한 한국GM 수준의 통상임금 확대를 요구할 예정이다. 사측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파업 등 강경투쟁을 나설 것이라고 예고한 바 있다.

노조는 이달 16일 금속노조 소속 현대차그룹 20여 개 지부·지회와 함께 서울 양재동 현대차 사옥 앞에 모여 '통상임금 정상화를 위한 금속노조 현대기아차·계열부품사 확대간부 결의대회'를 열기도 했다.

노조는 오는 30일에는 울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구체적인 협상과정과 향후 투쟁 일정 등을 공개할 예정이다. 통상임금 확대 요구에 "법대로 하겠다"며 강경하게 버티는 사측을 향해 압박 수위를 높이겠다는 복안이다.

하지만 이에 대해 사측은 원칙대로 하겠다는 확고한 입장이어서 양측간 교섭은 쉽사리 합의점을 도출하기 힘들 조짐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대법원 판결이 나온 한국GM과 달리 현대차의 정기상여금 지급기준에는 '두 달 동안 15일 이상 근무해야 한다'는 조건이 있어 상여금의 고정성이 결여돼 있다"며 "따라서 현재 진행 중인 통상임금 관련 법원 판결을 기다릴 것"이라며 기존의 원칙론을 재차 확인했다.

이와 관련, 한국GM은 지난 5월말 통상임금 관련 대법원 판결을 받았다. 대법원은 당시 "한국GM의 정기상여금은 정기적, 일률적으로 지급되는 고정적인 임금인 통상임금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업계에서는 이달 말까지 예정된 협상에서도 노사 양측이 의견차를 좁히지 못할 경우 노조가 결국 다음 달 중순께 총파업에 돌입할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같은 날 9차 교섭을 진행하는 기아차 노조도 통상임금 확대 요구 수위를 높이고 있다.

르노삼성 노조는 임단협 교섭에 난항을 겪고 있는 가운데 이날부터 부분파업에 돌입한다. 앞서 노조는 14일 파업출정식을 한 이후 사측과 집중교섭을 벌였으나 합의점을 찾지 못해 결렬됨에 따라 지역사업소를 시작으로 부분파업을 개시한다.

르노삼성 2개 노조는 22일 부산공장 2시간, 광주 1시간 등 부분파업에 들어갈 예정이다. 23일 대구 1시간, 24일 부산 4시간 등으로 부분파업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노조는 이달 말로 예정된 여름휴가 이후 파업 수위를 더욱 높여갈 예정이며 총파업도 불사한다는 입장이다.

당초 르노삼성 노조는 다른 요구사항의 원만한 합의를 위해 올해 통상임금 확대를 요구사항으로 내세우지 않았다. 하지만 한국GM의 통상임금 제안으로 테이블에서 유리한 협상카드로 이용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통상임금 확대와 관련해서는 노-노간 갈등도 감지된다. 금속노조 르노삼성지회는 21일 소식지에 '통상임금… 왜 르노삼성만 빠져있을까'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이번 임·단협에서 통상임금 확대를 사측에 요구하라고 대표노조에 전달했음에도 최종 임·단협 요구안에서 빠졌다"며 "대표노조가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회사 회생을 위해 4년 연속 무분규 타결을 이뤘던 쌍용차에서도 미묘한 기류 변화가 감지된다. 쌍용차 노사는 지난 21일 임단협 14차 교섭을 진행했다.

쌍용차 노조는 2009년 금속노조에서 탈퇴한 이후 기업 회생을 위해 회사 측에 적극 협조해왔다. 하지만 이날 교섭에서는 통상임금 확대를 강하게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GM의 통상임금 확대 제안으로 올해 완성차업체 노사간 통상임금 관련 합의 도출이 더 난항을 겪을 것으로 보여 휴가 전 타결이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며 "각 사업장마다 여러 상황이 다른 만큼, 노사 모두 상생할 수 있는 통상임금 합의를 도출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사간 이견을 좁히지 못해 파업에 돌입할 경우 완성차업계의 시름은 더욱 깊어질 전망이다.

현대차는 하반기에 그랜저 디젤을 출시할 예정이다. 르노삼성은 SM5 디젤 차량 생산을 비롯해 닛산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신형 로그 북미 수출용을 8월부터 생산할 계획이다. 하지만 협상이 장기화되면서 실제 파업을 진행되면 생산 차질로 예정된 신차 출시에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

정기수기자 guyer73@inews24.com






alert

댓글 쓰기 제목 불붙은 통상임금 논란…車업계 파업 '초읽기'

댓글-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로딩중
포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