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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태 감독 사퇴에 얽힌 '진실과 거짓'


지난해 PS 종료 후에도 한 차례 사퇴 의사, 선수들과 불화는 없어

[정명의기자] 김기태 LG 감독의 자진 사퇴로 야구계가 충격에 휩싸였다. LG는 23일 김 감독의 자진 사퇴를 공식 발표했다. 이례적인 시즌 초반 사퇴에 여러가지 추측도 난무하고 있다. 그 중엔 사실인 것도, 그렇지 않은 것도 있다.

김 감독 사퇴의 표면적 이유는 '성적 부진'이다. LG는 시즌 초반 최악의 부진으로 9위에 머물고 있다. 이에 대해 팀의 수장으로서 책임을 지겠다는 것이 김 감독의 뜻이다. 그러나 김 감독이 팀을 떠난 이유가 성적 때문만은 아니다.

◆이번이 처음 아니다? 진실

분명한 것은 이번 김 감독의 결정이 즉흥적이고 감정적인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김 감독은 지난해부터 사퇴를 생각해왔다. 실제로 정규시즌 2위에 오른 LG가 두산과의 플레이오프에서 1승3패로 밀려 탈락한 직후 김 감독은 사퇴 의사를 구단에 전달했다.

그러나 선수들이 뜯어말렸다. 김 감독은 팀을 11년만에 포스트시즌으로 이끈 사령탑이다. 선수들이 고마움을 갖고 있는 것은 당연했다. 오래도록 함께 야구를 하고 싶은 사령탑이 허무하게 떠나는 것은 어떻게든 말려야 했다. 결국 김 감독은 선수들의 뜻을 존중해 자신의 사퇴 의사를 철회했다.

이번 사퇴도 결코 단기간의 고민으로 내려진 결정이 아니다. 지난해부터 쌓여온 감정이 마침내 폭발한 결과다. 지난해에도 LG는 시즌 초반 부진을 겪었다. 그러자 구단 윗선에서 현장에 대한 간섭이 심해졌다. 감독 교체에 관한 이야기도 흘러나왔다. 자존심 강한 김 감독은 꾹꾹 눌러 참으며 팀을 정규시즌 2위로 이끌었다.

◆경질 아니고 자진 사퇴? 진실

김 감독의 사퇴에 '경질이 아니냐'는 의혹의 시선도 등장했다. 그동안 수많은 감독들이 자진 사퇴의 탈을 쓰고 사실은 경질됐던 것에 따른 학습효과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김 감독의 결정은 분명 '자진' 사퇴다. 구단이 김 감독의 결정을 되돌리기 위해 노력했을 정도다. 김 감독이 자신의 사퇴 의사를 대외적으로 밝히지 않았을 뿐이다. 구단으로서도 김 감독만한 사령탑을 구하기 어렵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다만, 김 감독의 사퇴에는 구단이 큰 영향을 미쳤다. 지나친 현장 간섭, 지난해 좋은 성적에도 불구하고 구단의 보상이 미미했던 점 등으로 김 감독은 스스로 팀을 떠나는 극단적인 결정을 내렸다.

◆오른팔 잃은 자괴감 때문? 진실

"지금 기분 별로 안 좋다."

LG의 스프링캠프 취재를 위해 찾은 오키나와 공항에서 한국으로 돌아가던 차명석 전 코치를 만났고, 이 사실을 이시카와구장에서 김기태 감독에게 전했더니 돌아온 대답이다. 차 코치는 '친정팀' LG의 스프링캠프 현장을 돌아보고 귀국하던 중이었다.

그 다음날, 차 코치는 '차 위원'이 돼 있었다. 케이블 스포츠방송사 MBC스포츠플러스의 해설위원 자리를 맡았다는 것이 정식 발표된 것이다. 정황상 김 감독도 차 코치가 방송사에 적을 두게 됐다는 사실을 미리 전해 들었을 가능성이 높다.

김 감독이 "기분이 안 좋다"고 말한 이유는 뻔하다. 자신의 오른팔이었던 투수코치를 다른 곳으로 떠나보냈기 때문이다. 차 코치는 김 감독이 LG의 2군 사령탑으로 있을 때부터 투수 코치로 함께 했던 인물이다. 지난해 LG 마운드 안정화의 일등공신으로도 꼽힌다. 지난해 LG는 팀 평균자책점 1위(3.72)를 기록했다.

그렇다면 차 코치는 왜 팀을 떠나게 된 것일까. 건강상의 이유도 무시할 수 없다. 차 코치는 지난해 시즌 중 신장암 수술을 받았다. 수술 후 복귀해 현장을 지도했지만 무리해서는 안되는 상황이었다. 또한 차 코치의 가족 중에도 건강을 돌봐야 하는 사람이 있었다.

이에 김 감독은 차 코치를 부담이 덜한 3군 감독으로 임명했다. 그러나 구단은 차 코치와의 재계약에 적극적이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암 수술까지 하고 복귀해 팀에 헌신했지만 돌아오는 보상은 기대 이하였던 것. 여기에 차 코치의 능력을 인정해 외부에서는 좋은 조건에 영입 의사를 밝히는 곳이 많았다.

차 코치 본인은 건강상의 이유만을 이야기한다. 스스로 구단에 섭섭했을 지 모르지만 겉으로는 절대 드러내지는 않는다. 휴대폰 벨소리도 아직 LG의 응원가를 사용하며 여전한 애정을 드러내고 있다. 그러나 김 감독은 입장이 다르다. 팀의 수장으로서 구성원들을 제대로 챙기지 못했다는 자괴감이 컸다.

◆선수들과 불화? 거짓

김 감독의 사퇴 이후 선수들과의 불화설이 일파만파 퍼져나갔다. 결론부터 말하면 사실이 아니다. 김 감독은 '형님 리더십'으로 선수들과의 돈독한 관계를 유지해왔다. 선수들이 마음으로 따르는 몇 안되는 감독 중 한 명이 바로 김 감독이었다.

지난 20일 한화전에서 있었던 빈볼 사건과 함께 특정 고참 선수의 이름이 거론되기도 한다. 당시 있었던 벤치 클리어링을 주도한 선수이기 때문. 감독의 의사를 무시하고 빈볼을 지시, 월권을 했다는 시선이다.

물론 빈볼 논란이 김 감독의 사퇴 의사에 불을 붙였다고는 볼 수 있지만, 선수들과 불화가 있을 이유는 없다. 보통 빈볼은 선수들끼리 결정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감독이 하지 말라는 것을 선수들끼리 실행에 옮기는 것은 불가능하다. 당시 김 감독도 정찬헌이 퇴장당한 뒤 심판에게 달려나가 적극적으로 어필하는 모습을 보였다. 선수들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함이었다.

조이뉴스24 정명의기자 doctorj@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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