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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IC카드단말기 설치 의무화, 高 비용에 셀프주유소 '속앓이'


21일부터 시행…셀프주유소는 유예, 최대 2천500만원 교체비용 불만 쌓여

[아이뉴스24 허인혜 기자] "노후 기계를 썼던 셀프주유소는 IC단말기를 내장할 수 없어 아예 기계 전체를 바꿔야 합니다. 대당 2천500만원인데, 우리 주유소가 딱 다섯 개를 운영 중이니 1억2천500만원인 셈이죠. 시작한 지 몇 년 됐다고 장사를 접을 수도 없고…."

'키오스크(KIOSK)' 단말기를 사용하는 셀프주유소가 일반 가맹점의 최대 250배에 달하는 IC 카드단말기 교체 비용에 가로막혀 시름하고 있다. 개인이 운영하는 영세 주유소는 금융당국과 모 기업의 지원 사각지대에 놓이면서 아예 사업장을 정리하는 방안까지 고려하는 중이다.

마그네틱카드 결제 전산망 종료를 목전에 둔 18일부터 20일까지 3일 동안 서울 일대의 셀프주유소와 LPG충전소 10곳을 찾았다.

21일부터 카드 단말기를 긁는 방식의 마그네틱에서 꽂는 방식의 IC로 바꾸지 않은 사업장은 카드 거래가 원천 차단된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IC단말기 도입을 위해 3년의 유예기간을 둔 만큼 95% 이상의 가맹점이 단말기를 교체했다.

다만 셀프주유소와 LPG충전소는 전환 비율이 타 업종에 비해 크게 낮고, 교체 비용의 부담도 높다는 점을 감안해 IC단말기 도입을 2년간 유예하는 안이 지난 4월 확정됐다. 결제정보를 저장하지 않는다는 의미의 간이등록으로 사용이 가능하다.

기자가 찾은 셀프주유소와 LPG충전소의 10곳 중 5곳이 여전히 마그네틱 단말기만을 사용했다. 2년 유예 대상이더라도 유예가 불과 세달 전 확정된 만큼 일반 가맹점에 비해 전환율이 훨씬 더딘 셈이다. 한국주유소협회는 전국 2천900곳의 셀프주유소 중 IC단말기로 전환하지 않은 곳이 상당수라고 전했다.

◆셀프주유소 한 곳당 교체비용만 '억'소리…지원 사각지대 놓였다

일반 가맹점과 셀프주유소의 교체 비율이 극명하게 차이가 나는 이유는 최대 250배에 달하는 교체 비용 탓이다.

슈퍼와 편의점, 제과점 등 일반 가맹점이 마그네틱 단말기를 IC단말기로 교체하는 비용은 10~20만원이 일반적이다. 선택에 따라 아예 결제기계 자체를 바꿔도 100만원 남짓한 돈이 든다. 가게의 크기에 따라 다르지만 계산대를 여러 대 두지 않아도 된다.

취재를 하며 함께 방문한 일반 주유소 세 곳은 이 방법을 썼다. 주유기 옆에 간이 IC단말기를 설치해 교체비용은 기계 4~5대를 합쳐도 100만원에 미치지 않는다는 답이 돌아왔다. 주유 노즐을 4개만 운영하는 알뜰 주유소는 굳이 여러 대의 IC단말기를 설치할 필요도 느끼지 못해 한 대로 모든 계산을 처리했다.

반면 셀프주유소와 LPG충전소는 무인 거래기인 키오스크 단말기를 사용한다. 소비자가 직접 결제과정을 선택하는 키오스크 기계는 결제 방식을 마그네틱에서 IC로 바꾸는 데만 대당 최소 250만원의 비용이 든다. 키오스크가 곧 매대이자 계산대인 만큼 한 주유소에서 4대부터 10대 이상의 기기를 운영한다. 대당 교체 가격도 비싼데 바꿔야 할 기계 수도 10배인 셈이다.

IC단말기 설치가 가능한 기종을 사용하는 셀프주유소는 사정이 나은 편이다. 낙후 기계를 둔 주유소들은 IC단말기를 기존의 기계에 부착하기 어려워 아예 기계를 바꿔야 한다. 주유 기계 한 대를 바꾸는 데 드는 돈은 대당 2천500만원 정도다.

노원구에서 셀프주유소를 운영하는 김 씨는 "앞쪽 기계들은 IC카드 칩을 읽는 단말기만 교체해서 끼면 된다고 해서 그렇게 했는데 노후 기계는 아예 그런(IC단말기 교체) 계산이 없이 설계돼 기계 자체를 바꿔야 한다고 했다"며 "기계를 바꾸는 데 대당 2천500에서 2천800만원 정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주유소 업종의 특성 탓에 연매출 3억원 이하 영세가맹점의 기준을 맞출 수도 없다. 영세가맹점은 금융당국과 여신금융협회가 교체 비용을 지원해 사실상 큰 부담을 지지는 않는다.

셀프주유소 대기 직원이자 점주의 가족인 정씨는 "하루 들고 나는 차가 몇인데, 기본 기름값만 생각해도 주유소가 연매출 3억원을 채우지 못할 수는 없다"며 "원유 가격과 인건비, 기본적인 경영비 등을 빼면 연매출이 높아도 실수익은 낮은 게 주유소"라고 하소연했다.

◆허리 휘는 개인 셀프주유소 "기대수명 순식간에 반토막"

직영점은 모기업인 정유사가 교체 비용을 대줘 사정이 낫다. 직영점에 떨어지는 수수료가 적어질 뿐 수천만원을 일시에 마련하지 않아도 된다. 성북구 셀프주유소 점주 김 씨는 "직영점들은 정유 회사가 교체 비용을 부담한다고 들었다. 기본적인 부분은 지원을 하고 추가로 바꾸려면 점주가 돈을 보태는 방식이라고 한다"고 설명했다.

부담이 적을 뿐 없는 것은 아니다. 직영점은 모기업이 수익 수수료를 다시 주유소 지점에 분배하는 방식인데, 짧은 기간 사업비가 급등하며 셀프주유소에 떨어지는 수수료도 낮아질 수 있다는 걱정이다.

김 씨는 "회사에서 수익이 남는 기준을 생각하면 한 달은 마이너스를 기록하지 않겠느냐"며 "기본적인 경상비는 발생하는 데 추가금이 더 나오는 거니 직영점도 우려스럽다"고 덧붙였다.

개인이 운영하는 셀프주유소는 아예 영업 중단도 검토하고 있다. 개인 셀프주유소 업주 A씨는 "IC단말기 교체로 힘든 곳을 꼽으라면 지방, 영세, 개인이 운영하는 셀프주유소일 것"이라며 "우리 가게만 해도 낙후 기계를 쓰는 조그만 주유소라 기계를 전부 바꿔야 한다. 개인사업자라 전부 내 지갑에서 나가는 돈인데 1억원을 넘게 쓰느니 사업을 접을 것도 깊게 고민 중"이라고 이야기했다.

강북구 셀프주유소의 운영자 이 씨는 "개인 사업자는 지원해주지 않는 것으로 아는데, 지원해주는 곳이 있었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서울 지역의 잘 되는 주유소도 걱정인데 지방 같이 영세하고 손님 들지 않는 주유소는 앞길이 막막할 것"이라고 답했다.

IC단말기 교체를 미처 생각하지 못하고 최근 2~3년 사이 주유소를 인수한 업주들은 기계의 기대수명에서도 손해를 봤다. 셀프주유소 키오스크의 기대수명은 10년 가량으로 원칙적인 보장은 5년이지만 내부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만 해주면 기계 자체가 쉬이 망가지지는 않는다고 점주들은 설명했다. 때문에 기대수명의 절반도 채 쓰지 못하고 IC단말기 교체로 기계를 바꾸면서 이중부담에 시달린다는 전언이다.

이와 함께, 셀프주유소 업주들은 영업 편의와 별개로 카드 보안성 향상이 필요하다면 취지에 동의한다고 답했다. 다만 기계 교체 비용이 합당하게 책정됐는지를 확인하고 싶다(관련기사-정부 시책 IC카드단말기 교체…주유소 불만폭주 "부르는 게 값")고 의문을 제기했다.

허인혜기자 freesia@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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