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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쿠팡 자축파티 속 물류센터는 '잔업잔혹사'


주문량 증가에 새 시스템 도입으로 출하속도↓…새벽 6시까지 강제 잔업

[아이뉴스24 윤지혜기자] 쿠팡은 최근 두 달 간 본사 임직원을 대상으로 피자·치킨 파티를 열었다. 6·7월 거래액이(GMV)이 역대 최고치를 연달아 경신했기 때문이다. 리차드 송 최고재무책임자는 직원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쿠팡의 GMV가 신기록을 세웠다"며 "3분기도 멋지게 시작됐다"고 자축했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두 달 사이 쿠팡의 GMV는 23% 가량 늘었다. 이를 가장 직접적으로 느끼는 사람들은 물류센터 직원들과 쿠팡맨이다. 일반적으로 '거래액 증가=주문 건수·수량 증가'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이들은 주문이 밀려들면 더욱 바쁘게 몸을 움직여야 한다. 사상 최대 거래액이라는 단어에 이들이 흘린 땀부터 곱씹어 보게 되는 이유다.

더욱이 노역장을 방불케 한 쿠팡 덕평물류센터가 보도(관련기사)된 지 두 달이 지났다. 당시 덕평물류센터의 일용직 근로자들은 오후 7시부터 새벽 5시까지 꼬박 10시간을 서서 일하면서도 근로기준법에 보장된 휴게시간을 제공받지 못했다. 간선 마감후 주어졌던 10분간의 휴식시간이 사라져 근로자들은 화장실도 보고하고 가야했으며, 일급이 2,3일 늦게 지급되기도 했다.

기사가 나간 후 쿠팡의 자회사 컴서브는 잔업 시 휴게시간 30분 제공, 장기 근무자에 대한 4대 보험 적용 등을 약속했다. 그로부터 두 달이 지난 현재, 덕평의 근로 환경은 나아졌을까. 이를 확인하기 위해 기자 신분을 밝히지 않고 휴가시즌으로 성수기를 맞은 덕평물류센터를 방문해 일용직 야간 집품 업무를 직접 해봤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개선점은 기대에 못미쳤다. 새벽 5시까지 근무 시 오전 3시부터 휴게시간이 제공됐으나 법정휴게시간보다 5분 부족한 25분에 불과했다. 매주 지급되던 주휴수당은 매월 첫째 주 수요일에 지급되는 것으로 변경됐다. 그마저도 예정일보다 일주일이나 늦게 들어와 하루 한 푼이 아쉬운 일용직 근로자들 사이에서는 볼멘소리가 터져 나왔다.

증언에 따르면 장기 근로자에 대한 4대 보험 가입 역시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쿠팡은 기사 보도 후 4대 보험에 가입하겠다며 월급에서 일정 금액을 공제했으나, 한 달이 지나도록 4대 보험에 가입되지 않았다고 한다. 한 근로자가 쿠팡 본사에 항의하고 나서야 4대 보험에 가입하지 않았다며 공제한 금액을 되돌려줬다는 것이다.

넉 달 간 집품을 담당한 일용직 근로자 A는 "6월 공제분을 돌려준 후 7월에 또다시 4대 보험 비용을 공제해 갔으나 여전히 가입되지 않았다"며 "월급에서 얼마를 빼가는 지도 알려주지 않아 이에 대해 항의하자 휴게실에 대상자들의 이름과 생년월일, 전화번호, 공제금액을 게시해놨다. '비정규직 근로자는 개인정보도 보호받지 못하는구나' 싶어 화가 났다"고 말했다.

현행법에 따르면 1인 이상의 근로자를 고용하는 사업장에서 주 15시간, 한 달 60시간 이상을 근무하는 근로자는 4대 보험에 의무가입해야 하지만 쿠팡은 이를 제대로 지키지 않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쿠팡 덕평물류센터 야간 아르바이트 모집 글에는 8일 이상 근무 시 4대보험이 적용된다고 나와있으나, 넉 달을 근무한 A씨는 여전히 4대보험에 미가입된 상태다.

이에 대해 계약직으로 근무했던 근로자는 "일용직 대부분이 급전이 필요하거나 신용이 안 좋은 사람들이라 보험료 공제에 민감하다는 점을 악용하고 있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일급 입금이 지연되는 사례도 여전히 나타났다. 근로를 마친 후 12시간 안에 들어와야 하는 일급이 하루 이틀씩 늦어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A씨는 "관리자가 '일용직 근로자가 퇴근시간을 미기재하거나 계좌번호를 오기했을 경우 전산상의 오류가 나 전체 인원의 일급 지급이 늦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며 "상식적으로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첫 보도 후 컴서브 측은 "아웃소싱업체 차원의 문제"라며 "본사는 입금을 제때 지급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관리자의 말대로라면 아웃소싱업체가 아니라 컴서브 측의 잘못으로 일급 지금이 지연되고 있는 셈이다. 일급 지연에 대한 여론에 뭇매에도 시스템 개선 등이 없었다는 점이 아쉬웠다.

아울러 쿠팡은 야간 근로자의 업무 부담을 줄이겠다며 오후 10시에 출근하는 심야반을 새로 편성했다. 그러나 이마저도 현재는 사라져 야간 근로자들이 모든 업무를 짊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일부 근로자는 오전 8시까지도 근무했다. 문제는 오후 7시~오전 8시까지 총 12시간(휴게시간 제외)을 근무했음에도 30분간의 휴게시간이 또 제공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근로기준법 위반사항"이라고 꼬집었다.

◆쿠팡의 新 물류실험에 야간조는 '잔업잔업잔업…'

직접 집품 담당으로 근무해본 결과, 쿠팡의 새로운 물류실험이 야간 근로자들의 업무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었다.

성인 남성 키를 훌쩍 넘어선 상자 탑을 이끌며 집품 근로자들은 "오늘은 몇 시에 퇴근할 수 있을까?" "보나마나 잔업이겠지 뭐" 등의 이야기를 나눴다. 통상 여름철이면 주문이 늘어나는데 광복절 연휴를 앞두고 근로자 수가 눈에 띄게 줄어든 데다 쿠팡이 새로운 포장 시스템을 들여오면서 새벽 5시를 넘어 6시까지 잔업하는 날들이 비일비재했기 때문이다.

수원에서 온 근로자 B씨는 이달 초부터 지난 13일까지 총 20시간의 연장근무를 했다. 주 5일씩 근무했을 때 거의 매일 잔업을 한 셈이다. B씨는 "보통 새벽 3시에 통근버스를 타고 퇴근을 하는데, 잔업이 있는 날에는 잔업이 끝날 때까지 버스 운행을 중단하기 때문에 강제적으로 남아야 한다"고 토로했다.

이달 초 쿠팡은 소비자가 여러 개의 제품을 동시 주문할 경우, 물류센터 2·3층의 물품을 1층으로 모아 한 번에 포장하는 시스템을 도입했다. 예컨대 소비자가 물티슈와 장난감을 주문하면, 과거에는 3층에서 택배 박스에 장난감을 담아 아래층으로 내려 보내고 2층에서 물티슈를 넣어 1층으로 전달했다. 2·3층에 모두 포장인력이 있었기에 가능한 방식이었다.

이달부터는 2·3층에서 각 물품을 노란색 카트에 담아 1층으로 내려 보내면 1층에서 최종 포장을 담당한다. 이렇게 되면 포장 인력을 1층에만 배치하면 되기 때문에 쿠팡으로서는 운용 인력 수를 줄일 수 있다. 그러나 이 시스템 때문에 그날 물량을 그날 안에 처리하지 못하는 일이 늘고 있다.

앞서 A씨는 "저 시스템이 들어온 후부터 출하 속도가 현저히 줄어들었다"며 "새로운 시스템이 들어온 후 본사 외국인 임원이 매일 물류센터를 방문하는데, 주로 인력 배치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이 때문에 센터장과 계약직 근로자들이 비정규직 아르바이트생을 쪼는 정도가 더 심해졌다"고 토로했다.

덕평에서 1년여 간 근무한 C씨는 "2차선 고속도로를 만들었는데, 차가 많이 몰려 정체가 이뤄지는 이치"라며 "일정 양을 넘어가면 의미가 없는 시스템으로, 주문량은 느는데 출하속도는 떨어지니 관리자들이 장시간 잔업을 강요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이동만 레일로 할뿐, 사람이 각 층의 물품을 지역·개인별로 나눠야해 자동화시스템이라 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쿠팡이 추진 중인 '종이박스 없는 배송'도 근로자들의 업무 부담을 늘리는 요인 중 하나다. 쿠팡은 종이박스 비용과 택배 부피를 줄이기 위해 플라스틱 백(비닐류 PB) 포장 비율을 늘리고 있다. 다만 제품 규격에 따라 PB를 어디까지 접어야 하는지 가이드라인을 정하고, 이를 어길시 경고를 줘 포장 속도가 늦어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최근 물류센터를 그만둔 D씨는 "박스는 선대로 접어서 제품과 송장을 넣고 보내면 되는데, PB는 1~3호 규격에 따라 어디까지 테이프를 붙여야 하는지가 다 다르다"며 "예컨대 사이즈가 제일 작은 PB 1호의 경우 쿠팡 로고를 가리는 수준까지 접어야 하는데, 일을 빨리빨리 하다보면 그렇게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비판했다.

◆부실한 식단·적은 휴게시간·고압적인 문화…3중고 계속

이날 방문한 덕평물류센터의 공기는 예상보다 더 무거웠다. 숨이 턱턱 막히는 물류센터 안에서 "3번과 6번 작업대에서 이탈한 분들 1층으로 오세요. 얼굴 다 알고 있습니다. 퇴근 때 불이익 받기 싫으시면 지금 당장 오세요"라는 위압적인 방송이 끊임없이 흘러나왔다.

B씨는 "관리자에게 토를 달았다간 업무가 힘든 곳으로 밀려나거나, 블랙(Black) 처리돼 전 지역 물류센터 출근이 금지되기 때문에 다들 억울한 점이 있어도 쉬쉬하는 분위기"라며 "최근에는 관리자의 성희롱에 이의를 제기한 장기 근로자도 블랙 처리됐다"고 귀띔했다.

일반 아르바이트생보다 1~2만원을 더 받는 조장은 전동이동수단을 타고 다니며 잠시라도 앉아있는 근로자들은 끊임없이 채근했다. 전날 전동이동수단과 부딪혀 발목 부상을 입은 A씨가 잠시 압박붕대를 고치는 것도, 송장을 떼고 붙이기 위해 잠시 쪼그려 앉는 것도 허용되지 않았다. 옷이 땀에 쩔어 '소금 옷'이 돼도 밖에 나가 시원한 바람 한번 쐐기가 어려웠다.

체력만큼은 자신 있었던 기자도 컴서브 관리자와 계약직 근로자들이 모여 있는 중앙을 제외하곤 선풍기조차 없는 찜통센터를 수십 번씩 횡단하다 보니 점점 다리가 무거워졌다. 10kg 넘는 박스를 들어 올리다 손과 팔이 수차례 긁혔지만 "사원님 더 빨리 움직이세요"라는 관리자의 목소리에 바쁜 걸음을 재촉했다.

특히 30분의 식사시간이 지나자 다리는 더 후들거렸다. 4층 식당에 가려면 한 층당 57개씩 총 171개의 계단을 올라야 하기 때문이다. 4층 규모의 광화문 현대빌딩이 1층부터 꼭대기층까지 총 계단이 66개인 데다, 2층 높이의 세종문화회관 중앙계단도 33개에 불과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부담이 가는 높이인 셈이다.

더욱이 계단 높이도 일반 건물보다 높아 식당으로 향하는 근로자들 사이에서는 거친 말이 쏟아져 나왔다. "식사도 부실한데 식당만 다녀오면 온 몸이 땀으로 젖는다"며 밥을 포기하는 근로자도 있었다.

이날 저녁 식사로는 건더기 없는 말간 닭개장에 흰 밥과 깍두기가 제공됐다. 앞으로 약 7시간동안 3만㎡의 센터를 누벼야 하는 사람들이 먹기에는 부실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물며 수십kg의 택배박스를 하루 종일 오르내리는 상·하차 근로자에겐 어떠했을까. 부랴부랴 밥을 먹고 내려오니 남은 식사시간은 5분 남짓. 물 한 잔 더 마시는 것 외엔 할 수 있는 게 없는 시간이었다.

D씨는 "덕평에 온 후 잠깐이나마 엉덩이 붙이고 바람을 쐬기 위해 끊었던 담배도 다시 피게 됐다"며 "예전에는 간선 마감을 하면 '고생했으니 담배 한대 피라'며 잠깐의 쉬는 시간이 주어졌지만 이제는 그것마저 사라지고, 흡연실 앞 벤치도 없어졌다. 일을 게을리 하겠다는 게 아닌데 왜 이렇게 빡빡한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또 다른 근로자도 "다들 소셜커머스와 CJ계열 물류센터에서도 일 해봤지만 이렇게 휴식시간에 인색한 곳은 처음"이라며 "일부 사람들은 다른 택배사도 근로환경이 크게 다르지 않으니 참으라고 이야기 한다. 그러나 모두가 다 그렇게 하고 있다고 해서 잘못을 지적하지 않는다면 근로 환경 개선은 영원이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지혜기자 ji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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