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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공정위 칼날에 지배구조 개편 속도


한진, 한화, SK케미칼 잇따라 지배구조 개편 계획 밝혀

[아이뉴스24 윤선훈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문재인 정부 들어 처음으로 지난 18일 이중근 부영 회장을 검찰에 고발하자 재계가 긴장하고 있다. 이 회장이 친·인척 경영 계열사 7개를 계열사 명단에서 누락하고 6개 계열사의 주주를 차명으로 기재한 혐의다.

특히 부영의 불투명한 지배구조가 결과적으로 차명 계열사 운영으로까지 이어졌다는 점에서, 공정거래위원회의 이번 고발은 불투명한 지배구조에 대한 경고일 수 있다는 관측이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제재가 본격화됨에 따라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지배구조 개편작업에 나서고 있다. 한편으로는 이를 통해 일감 몰아주기에 대한 의혹의 눈초리에서도 벗어나려는 모습이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인사청문회 때 지속적으로 대기업의 일감몰아주기 근절 의지를 피력했고, 지난 19일 기자간담회에서는 "3월부터 45개 대기업집단 일감몰아주기를 점검하고 있다"며 "심각한 문제점이 파악되면 직권조사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이에 대응하기 위한 기업들의 움직임이 부산하다.

먼저 한진그룹은 지난 15일 그룹 내 IT계열사 유니컨버스 지분 전량을 대한항공에 무상 증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유니컨버스는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5.54%),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38.94%),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27.76%), 조현민 대한항공 전무(27.76%) 등 총수 일가가 100% 지분을 갖고 있다.

조원태 사장이 유니컨버스를 포함해 진에어, 한진칼, 한국공항, 한진정보통신 등 그룹 내 5개 계열사 대표 자리에서 물러남과 동시에 이뤄진 조치다. 공정위는 대한항공과 조 사장은 지난해 11월 대한항공과 유니컨버스 간 일감몰아주기를 통한 부당이익 제공 건으로 검찰에 고발한 바 있다.

당시 공정위는 유니컨버스와의 거래에 대해 "유니컨버스에 콜센터 운영 업무를 위탁한 후, 시스템 장비에 대한 시설사용료와 유지보수비를 과다하게 지급하는 방식으로 유니컨버스와 그룹 총수 자녀들에게 부당한 이익을 제공했다"고 고발 이유를 설명했다. 공정위의 제재는 이미 지난해 이뤄졌지만, 대한항공 측은 "일감 몰아주기 의혹 등 일각에서 제기된 오해들을 불식시킬 것으로 기대한다"며 무상 증여 이유를 밝혔다.

한화그룹은 지난 21일 한화S&C의 사업부분을 물적분할해 외부 투자자에게 일부 매각하겠다고 발표했다. 시스템종합(SI) 기업인 한화S&C는 김승연 회장의 세 아들인 김동관 한화큐셀 전무(50%), 김동원 한화생명 상무(25%), 김동선 전 한화건설 팀장(25%)이 지분을 나눠 가진 비상장 계열사다.

한화 S&C의 지난해 매출액 중 67.56%가 내부거래에 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5년보다 10% 이상 급등한 수치다. 한화 S&C는 현재 공정위로부터 일감몰아주기 조사를 받고 있다.

한화그룹 측은 아직 논의 초기 단계라 어느 정도의 지분을 어느 정도의 가격에 매각할지에 대해서는 정해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이번 지분 매각은 공정거래법의 취지에 부합하는 지분 구조로 변화시키려는 첫번째 단계로 향후 추가적인 조치들이 있을 수 있다"고 언급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한화S&C의 IT서비스사업부를 물적분할을 통해 신설한 뒤 신설법인의 지분 49%를 외부에 매각할 예정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같은 날 SK케미칼도 인적분할을 통한 지주회사 전환을 결정했다. 기존의 조직에서 지주회사인 SK케미칼홀딩스(가칭)와 SK케미칼 사업회사(가칭)으로 조직을 분할하기로 결정했다.

SK케미칼 측은 "투자와 사업 기능을 분리함으로서 기업 경영의 투명성 강화와 책임경영 확대를 통해 주주가치를 증대하기 위한 것"이라고 분할 이유를 설명했다. 또 자사주 13.3% 중 8%는 소각하고, 나머지 5.3%도 시장에 매각하겠다고 밝히며 자사주를 대주주의 경영권 강화에 쓰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지주회사 전환 및 자사주 소각을 마치면, SK케미칼홀딩스와 SK케미칼 사업회사에 대한 최창원 부회장 외 특수관계인의 지분율은 22.5%까지 늘어난다. 이에 따라 SK케미칼홀딩스 체제로 계열사가 재편되면서 지배구조가 보다 단순해진다.

한편 지주회사 전환 시 자사주를 소각·매각한 것은 국내 기업 중 SK케미칼이 첫 사례로,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상법 개정안을 염두에 뒀을 가능성이 있다.

개정안은 특정인에게 자사주 매각 금지, 인적분할시 자사주에 분할 신주 배정 금지, 기업 분할·합병 시 보유 자사주 소각, 기업 분할 시 자사주의 의결권 제한, 분할 신주에 대해 법인세 부과 등이 골자다.

자사주 관련 언급은 김상조 위원장도 한 적이 있다. 김 위원장은 지난 2일 인사청문회에서 "자사주가 가공자본을 만들어냄으로써 지배주주의 지배권을 강화하고,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지렛대가 된다는 문제는 알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윤선훈기자 krel@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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