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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배송상자에 담은 즐거움, '티몬 물류센터'를 가다


'오늘도 나는 득템왕'…12기 수습기자의 눈에 비친 스마트물류시스템

[아이뉴스24 김나리, 도민선, 오지영, 윤선훈 기자] 오전 11시, 휴식 중이던 컨베이어 벨트가 육중한 소리를 흘리며 가동을 시작했다. 설비 곁으로 작업자들이 모여들어 검수, 송장 부착 업무에 매달렸다. 수많은 박스 더미와 비닐 사이로 티켓몬스터(티몬) 고객이 주문한 상품이 배송 라인을 타고 옮겨지고 있었다.

지난 2015년 10월 문을 연 서울 송파 장지동 티몬 물류센터에는 현재 8천여 개의 SKU(Stock Keeping Unit. 재고보관단위)가 고객의 부름에 따라 옮겨지고 있었다. 이 중에 주문이 활발한 6천여 개를 '러닝 SKU(Running SKU)'라 부른다.

물류센터 4층에는 라면, 음료수, 화장지 등 식료품과 생필품이 주를 이뤘다. 지하 1층에는 달걀 등 신선식품과 냉장·냉동식품을 저장해 놓았다. 물류센터의 하루 평균 출고량은 1만5천~2만 박스에 달한다. 이곳은 티몬이 직접 물건을 사다 파는 '직구매' 상품만을 보관하는 곳으로 티몬은 물류센터 내 취급 품목을 1만여 개까지 늘릴 예정이다.

◆티몬 물류센터의 심장 '물류 자동화 시스템'

현재 소셜커머스 티몬을 운영하는 티켓몬스터는 통신판매업사업자다. 중개거래만을 다루는 경쟁사들과는 달리 직접 판매를 늘려 "티몬이 상품을 책임지기 위해서"라고 티켓몬스터 관계자는 설명했다.

티몬의 물류는 크게 묶음배송과 단품배송으로 나뉜다. 묶음배송의 경우 고객이 주문한 여러 상품을 한꺼번에 보내고자 상품이 재포장된다. 묶음배송은 DPS(Digital Picking System)가 적용돼 송장부착·물건담기·검수 등을 제외한 모든 공정이 자동화됐다. 배송라인에 놓인 상품은 전자태그(RFID)를 기반으로 상품 이름과 수량을 자동으로 분류해 주문과 배송에 걸리는 시간을 단축하는 MPS시스템을 타고 신속하게 이동하고 있었다.

해당 자동화 시스템은 인건비와 작업시간을 동시에 감축해 작업 비용을 줄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고객에게 신속한 배송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티켓몬스터 최양환 홍보팀 과장은 "티몬 장지 물류센터의 자동화 시스템은 작년 2월에 도입됐다"며 "원래 한 개 레일에만 자동화 시스템을 운영하다가 작년 10월에 설비를 증설해 더 고도화된 시스템으로 운영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4차 산업혁명 붐이 일며 이 같은 '스마트 물류 시스템'은 이커머스를 비롯한 유통업체들의 핵심 경쟁력으로 자리 잡은 듯 보였다. 일정 부분 물류 자동화가 이뤄졌다고 하지만 물류센터 운영이 주는 고용효과도 충분하다. 현재 티몬 장지 물류센터 주·야간 근무인력은 하루 평균 250명~300명에 이른다.

◆신선식품 후발주자 티몬, 한 달여 만 매출 240% 증가

물류센터 한편에는 티몬이 직접 만든 박스가 쌓여 있었다. 박스에는 '오늘도 당신은 득템왕'처럼 재치 있는 문구가 적혀있었다. 묶음배송을 원하는 고객은 대형마트에서보다 작은 용량의 상품을 추가 배송료 없이 주문할 수 있다. 티몬 관계자는 "고객이 쇼핑 자체를 즐거워 할 수 있게 박스에 문구를 넣기 시작했다"며 "고객들은 티몬 만의 배송상자에 담긴 즐거움에 만족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장소를 신선식품센터로 옮기자 한기가 먼저 반겼다. 천 평의 창고 곳곳으로 주황색 점퍼를 입은 십여 명의 직원들이 분주하게 오가고 있었다. 온도계는 영상 5~6도를 가리킨 채였다. 상온에서라면 그냥 보관하지 못했을 파, 마늘, 방울토마토 등이 포장된 채 품목별로 렉(선반) 위의 바구니에 놓여 있었다.

창고 오른편에는 업소용 냉장고가 일렬로 죽 놓였고 그 안에 각종 냉동·냉장식품들이 분류됐다. 각 품목별로 바코드 번호가 매겨져 있어 필요한 물품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지난해 말 조성된 장지동 티몬 물류센터 C동 지하 신선식품센터는 티몬의 신선식품 배송 서비스인 '티몬프레시'의 핵심 장소라 할 수 있다. 여러 곳에서 티몬 쪽으로 넘어온 신선식품들이 이곳에 한데 모인다. 한 직원은 "슈퍼마트에서 소비자가 주문한 품목들은 포장 후 DPS(digital picking system)를 통해 자동으로 검수를 마친 뒤, 묶음배송을 통해 한데 모아 배송된다"고 설명했다.

신선식품의 특성상 장기 보관이 어렵기 때문에 들어온 물품은 빠른 시간 내에 서울 곳곳으로 배달된다. 이 직원은 "요즘은 달걀, 두부, 냉동삼겹살, 파프리카 등이 많이 나간다"고 언급했다.

올해 1월부터 신선식품 배송 서비스를 처음 도입한 티몬은 사실 위메프, 쿠팡 등 경쟁 소셜커머스 업체에 비해 서비스 도입 자체는 늦은 편이었다. 그러나 매출 신장 효과는 컸다. 티몬 슈퍼마트(티몬의 생필품 직매입 판매 채널)의 3월 첫 주 매출은 티몬프레시 서비스 시작 첫 주(1월24~30일) 대비 240% 늘었으며, 구매자 수도 3배 가까이 늘었다.

◆ 교차구매율 79%…싸게 팔아도 결국은 '남는 장사'

티몬은 장지동 물류센터 1시간 이내의 거리에 있는 업체들과 파트너관계를 맺고 물품을 조달하고 있다. 티몬 관계자는 "서울청과(주)와 MOU를 맺고 있고 현재 채소와 과일은 대부분 서울청과에서 조달한다"고 설명했다. 실제 서울청과는 송파구 가락동 농수산물도매시장 안에 위치해있다. 장지동 물류센터와의 거리는 불과 3.6km다.

주목할 점은 티몬 측이 서울청과에서 물품을 떼 오는 조달비용보다 실제 판매비용이 더 싸다는 것이다. 현재 '티몬프레시' 서비스가 제공되는 '슈퍼마트'에서 친환경 계란 15구의 가격은 1천980원. 시중 마트의 절반 가격이다. 채소·과일 외에도 티몬프레시의 인기상품 냉동삼겹살은 500그램 기준 3천980원으로 저렴하다. 티몬 홍보실 최양환 과장은 "매입비용을 밝힐 수는 없지만 매입해오는 가격보다 판매가격이 더 싸다. 일부 손해를 감수하면서도 알뜰한 구매를 원하는 고객을 위해 티몬 차원에서 비용을 댄다"고 말했다.

적자 구조를 가진 가격정책을 가져가는 이유가 뭘까. 티몬 측은 교차구매율이 높아 이익보전은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티몬이 제시한 신선식품과 비(非)신선식품의 교차구매율은 79%. 100명이 신선식품을 사러 들어오면 그 중 79명이 다른 제품도 구매한다는 의미다. 신선식품 판매만으로는 이익을 낼 수 없는 구조지만 타 제품과 교차구매가 이루어지기에 전체 매출에선 이익을 내는 구조다.

최 과장은 "신선식품과 생필품은 함께 사는 교차구매 뿐만 아니라 여행상품까지 교차구매가 이루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신선식품은 제품 특성상 구매빈도가 잦아 타 제품과 교차구매율을 높일 훌륭한 품목이다. 이미 기존 마트에서 활발히 진행 중인 신선식품 온라인 직배송 사업에 소셜커머스 업체가 뛰어든 이유다.

◆우수한 배송정책, 배송지역 확대는 '과제'

티몬 측은 기존 마트와의 차별점으로 예약배송 시간대와 배송비 절감을 내세웠다. 출·퇴근 시간대에 예약배송을 지정할 수 있는 시간대가 대형마트보다 세분화돼 있다. 티몬프레시의 예약배송시간은 오전 7시부터 밤 10시까지 9개의 시간대로 나뉘어져 있고 출·퇴근 시간엔 오전7시~8시, 오전7시반~8시반, 오후7시~8시, 오후7시반~8시반이다. 반면 온라인 배송을 진행하는 시중 대형마트는 2시간(홈플러스), 3시간(이마트) 간격으로 배송하고 있다.

또 시중마트가 오전 10시에 첫 배송을 시작하는 것과 달리 오전 출근 시간에 배송을 하는 것도 차별점이다. 배송비 무료 기준도 주문금액 2만원 이상으로 시중 대형마트 평균 4만원보다 낮다.

문제는 제한적인 배송지역이다. 티몬은 장지동 물류센터를 중심으로 서울 17개구에만 예약배송을 진행 중이다. 그래서 강서구, 강북구, 노원구 등 7개구는 예약배송이 불가하다. 구매자들은 배송이 제 때 잘 되나 확인해보려 신중하게 물품을 담았다가 배송지 입력창에서 배송불가지역 팝업창 앞에서 당황스러움 겪기도 한다.

최 과장은 "배송지역 확대 차원에서 물류센터에서 가까운 지역부터 서울 전 지역, 가능하면 경기도까지 확장해 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배송지역 확대는 수익성 개선 측면에서도 서둘러야 할 과제다. 온라인몰의 특성상 교차구매가 가능해지려면 배송지역 확대는 필수다. 배송지역이 한정되면 신선식품을 사러왔다가 다른 제품을 구매하는 교차구매 타깃도 그만큼 좁혀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소셜커머스 업체들이 신선식품 온라인 직배송 시장에 뛰어든 지는 불과 3~4달에 지나지 않는다. 신선식품은 소비자의 사이트 및 모바일 앱(App) 유입을 증가시키는 데 기여했지만 시중 대형마트와 피할 수 없는 경쟁에 맞닥뜨렸다. 배송에는 특화됐지만 물류보관 인프라 경험이 부족한 소셜커머스 업체가 앞으로 어떤 생존전략을 취할지 관심사다.

김나리, 도민선, 오지영, 윤선훈 수습기자 webpoem@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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