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뉴스



[장유미]韓 소비자, 명품에 '호갱' 취급 받는 이유


[아이뉴스24 장유미기자] 국어사전에서 '명품(名品)'이라는 단어를 찾아봤다. '뛰어나거나 이름난 물건, 그런 작품'이라는 뜻을 가진 이 단어는 어느 브랜드 앞에 수식어로 붙여졌다 하면 몸값을 크게 올려주는 묘한 마력을 가지고 있다.

특히 한국에선 유명하지 않던 브랜드도 가격을 높이고 '명품'이라고 불리기 시작하는 순간 곧바로 귀하신 대접을 받는다. 장기 침체가 이어진다해도 명품만은 비쌀수록 더 잘 팔린다는 '베블렌 효과'가 여전히 통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청담동 며느리백'으로 불리는 일부 명품 가방들은 돈 있어도 못 살 정도로 불티나게 팔린다. 최근에는 에르메스의 켈리백·버킨백·가든파티백, 샤넬 코코핸들 라인·보이 클러치 등이 대표적인 '잇백'으로 꼽히며 인기를 얻고 있다.

실적 악화로 고민에 빠진 백화점에서도 명품 브랜드들은 여전히 고공성장을 하고 있다. 실제로 소공동 본점에서 진행한 롯데백화점 해외명품대전 매출은 지난 11일부터 15일까지 28.7%나 늘었다. 지난해 4분기 백화점 평균 기존점 성장률이 전년 대비 2% 안팎으로 하락한 것과 대조적이다.

이처럼 한국에서 명품의 인기가 사그러들지 않는 이유로 업계에선 고가품에 대한 사람들의 과시욕이 강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또 과시욕이 사라지지 않는 한 명품 매출 역시 계속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올 만큼 한국 시장에서 해외 브랜드들의 입지는 날로 높아지고 있다.

이로 인해 '명품'이라고 불리는 해외 브랜드들은 한국 시장에서 자신들이 가진 파워를 무기로 삼고 소비자들을 우롱하는 행태를 자주 보인다. 특히 일부 해외 브랜드들은 연초만 되면 연례행사처럼 원가 인상 등의 이유를 들어 매년 제품 가격을 인상하고 있다. 비쌀수록 잘 팔리는 한국 소비자의 심리를 교묘히 이용해 '배짱 인상'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특히 올해는 한국 소비자들에 대한 이들의 태도가 도를 넘어섰다. 새해가 되자 마자 연초부터 에르메스는 1~6%, 샤넬은 일부 화장품 가격을 최고 5% 가량 올렸다. 에르메스의 경우 지난해 2월 가격을 올린지 1년여 만에 다시 제품 가격을 올렸다.

버버리는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결정 이후 파운드화 폭락의 영향을 반영해 국내서 일부 제품 가격을 평균 9% 가량 내렸으나 중국·일본 등에서 두 자릿수 가격 인하를 추진한 것이 들통나며 소비자들의 불만이 폭발했다. 루이비통은 이미 지난해 말 일부 제품 가격을 평균 7% 가량 올렸다.

더불어 정부는 지난해 개별소비세 부과 범위를 축소했으나 샤넬 등 수입 명품 브랜드들은 가격을 내리지 않았다. 샤넬은 최근 2015~2016년 시즌 제품을 최고 50% 할인하는 행사를 진행했으나 가격 인상 전 안팔리는 제품의 '재고떨이'라는 비난이 빗발쳤다.

한국 시장을 우롱하는 해외 브랜드의 행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최근 서울 시내면세점 신규 사업자들이 많아지며 명품 유치 경쟁이 치열해지자 몸값이 치솟은 이들의 '갑질'은 갈수록 더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갤러리아면세점63에서 에스티로더와 로레알이 입점 조건을 더 유리하게 해달라고 요구하며 실력 행사에 나선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면세점 숫자가 늘어난 한국 시장은 이들로선 몸값을 높이기에 최상의 환경이다. 이들은 희소가치 유지를 위해 면세점 공급 물량도 제한하고 있다. 하지만 신규사업자들은 명품 업체들의 마진율 압박으로 인해 그만큼 수익성을 보장받을 수 없게 됐다. 결국 신규면세점들의 명품 유치 경쟁은 이들의 배만 불려주는 꼴이다.

이처럼 한국 시장을 만만하게 보는 이들의 모습은 '명품'에 집착하는 소비자들이 자초한 결과로 볼 수 있다. 이름이 잘 알려졌다고 해서 명품 대접을 받고 있는 해외 브랜드들이 한국 소비자들의 심리를 교묘히 이용해 가격만 높이려는 '꼼수'를 벌이고 있음에도 여전히 지갑을 여는 이들이 아직도 있기 때문이다. 결국 해외 브랜드에 대한 소비자들의 맹목적 집착과 미비한 국내 규정이 이들의 배짱 영업을 더 부추기고 있는 셈이다.

소비자들 스스로가 명품에 대한 집착을 버리지 못한다면 우리는 여전히 해외 유명 브랜드들 앞에 '호갱'일 수밖에 없다. 가격이 비싸고 '이름 난' 브랜드가 아닌 '뛰어난' 제품으로 승부하는 진정한 명품 브랜드를 선택하는 안목을 소비자들도 이제는 좀 길러야 하지 않을까.

장유미기자 sweet@inews24.com






alert

댓글 쓰기 제목 [장유미]韓 소비자, 명품에 '호갱' 취급 받는 이유

댓글-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로딩중
포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