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방된 느낌이죠."
지난 3월 29일 이사회를 통해 그라비티의 새로운 대표이사로 선임된 윤웅진 신임 사장이 지난 29일 기자를 만나 털어 놓은 게임업계 입문 소감이다.
그라비트는 전 세계 26개국에 온라인 게임 '라그나로크'를 수출, 큰 성공을 거둬 들인 뒤 올초 나스닥에 상장한 국내 게임 회사다.
그는 이날 하루동안 김정률 그라비티 회장과의 면담, 임원진 회의, 해외 파트너 미팅, 내부 전략회의 등의 바쁜 일정을 보냈으면서도 지친 기색 없이 힘있고 차분한 목소리로 인터뷰에 응했다.
그가 전입 소감을 '해방감'으로 표현한 데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
그 중 최근 한국전자인증의 대표를 수년간 맡은 경험은 한동안 '수인'의 기분에 젖게 했다.
공인인증서 시장 자체가 정부 규제에 큰 영향을 받는 탓에 "손발이 다 묶여 개인의 역량을 발휘하기에는 매우 어려웠던 바닥"이라는 회고다.
그런 그가 게임업계에 발을 딛으면서 느낀 예감은 해방감이었다. "지난 20년간 쌓아온 경험을 쏟아 붓겠다"는 각오도 해방감에서 나온다.
그는 "회계 감사로 시작해 컨설팅에 이어 IT업체들도 운영해 오면서 다양한 경험을 쌓았다"며 "이제는 그 어느 때 보다도 일욕심이 많이 생긴다"고 각오를 내비쳤다.
또 그라비티를 맡아 1개월을 지내 보니까 "'국물 뿐 아니라 뼈다귀도 하나도 버릴 게 없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그만큼 해볼만한 게 무척 많다는 것이다.
짧은 역사동안 개발에 치중해 온 게임업계에 와 보니까, 자신처럼 자본 시장의 매커니즘도 잘 알고 전략도 많이 실행해 본 '외래인'이 그 어느 때 보다도 쓸모가 있을 것 같다는 것이 자신의 역할론이다.
역할론 만큼 윤 대표는 세 가지 과제를 풀어야 한다.
우선 전 세계에 3천300만명에 달하는 사용자를 확보할 정도로 큰 성공을 거두고 있는 라그나로크의 해외 사업 위상에 맞춰, 그에 미치지 못하는 국내 사업 위상을 높여 놓아야 한다.
그동안은 경쟁이 치열해 투자대비 효과가 크지 않은 국내 시장보다는 해외에 신경을 썼지만, 이제는 국내도 신경을 쓸 때가 됐다는 판단이다.
연말까지 30여개국에 라그나로크를 수출하게 된다. 이제는 각국에 마케팅 노하우도 전수하고 교육도 시키고 테스트 베드 역할도 해줘야 하는 본사의 역할을 생각하면 그에 걸맞는 면모를 국내에서 회복할 필요가 있다.
그는 이를 위해 내부에 전담팀을 구성해 국내 사업 위상을 강화하기 위한 복안을 짜고 있다.
그와 동시에 세계 각국의 시장 선점 효과를 이어가야 한다. 그라비티는 라그나로크로 일본, 대만, 태국 등의 온라인 게임 시장을 압도하고 있지만, 포스트 라그나로크 시대를 준비해야 한다. 그 길이 현지 파트너로부터 휘둘리지 않는 길이기도 하다.
마지막으로 중국 온라인 게임 업체인 샨다가 나스닥에서 제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는 반면, 그라비티는 저평가를 받고 있고 있다. 때문에 북미 대륙에서 제 값어치를 입증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수십여개국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는 자사의 안정된 성장 기반을 적극 알려야 할 뿐 아니라, 2~3년뒤에는 최대 시장으로 떠오를 북미 시장에서 승기를 잡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그라비티 신임 대표인 그의 과제다.
게임업계에 입문하면서 해방감을 느낀 그가 과연 앞으로 어떻게 과제를 풀어 갈지 궁금하다.
이관범기자 bumi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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