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상훈기자] '이 사람이 혹시 날 좋아하는걸까?' '이거 그린라이트 인가요?'
그린라이트(green light). JTBC 채널 인기 예능프로그램 '마녀사냥'에 코너 이름으로 쓰이면서 등장한 말이다. 단어의 사전적 의미로는 '허가'를 의미하지만 최근에는 상대방을 향한 또는 상대방이 나를 향한 호감의 의미로 더 많이 쓰인다.
만약 통화를 하는 상대방이 나에게 호감을 갖고 있는지 알 수 있다면 어떨까? 음성 분석을 통해 이를 알려주는 앱이 등장해 화제가 되고 있다. 목소리의 높낮이, 톤, 미세한 떨림 등을 분석해 호감 지수를 판별해낸다.
지난 4월 창업한 신생 스타트업 디벨락(대표 이상민)이 개발한 '밀리'앱은 통화하는 상대의 목소리 톤과 높낮이, 말하는 속도 등을 분석해 호감 지수를 분석해낸다. 통화 종료 후에는 전구 모양의 창이 스마트폰 화면에 뜬다. 여기에 녹색 불이 켜지면 그린라이트다.
이상민 디벨락 대표는 이 앱을100% 정확하다고 말하지 않는다. 사실 목소리 분석만으로 호감 지수를 판별해낸다는 것에 선뜻 고개를 끄덕이긴 힘들다. 그러나 이 대표는 분석할 음성 데이터가 쌓이면 쌓일수록 정확도는 향상된다고 강조했다.
"기술적인 부분은 기밀이기 때문에 구체적으로 말씀드릴 수는 없지만 좋아하는 사람과 이야기 할때는 자신도 모르게 상대방의 목소리 톤과 높이, 버릇 등을 흉내내게 됩니다. 이 데이터들을 쌓고 쌓아서 정확도를 올려가는 겁니다. 첫 판별을 위해서는 최소한 3번 이상은 통화를 해야 하죠."
◆원래는 '헬스케어' 목표로 하는 '힐링' 서비스
이상민 대표의 이력은 독특하다. 2003년 MBC 대학가요제 대상(솔레노이드) 출신인 그는 원래 가수의 길을 꿈꾸던 음악인이었다.
하지만 당시 MP3가 범람하면서 음반시장이 급속도로 위축되던 시기였고 본격적으로 데뷔를 준비하던 그는 오랜 기다림의 세월을 감내해야 했다고 한다.
다시 학교로 돌아와 졸업하고 직장인의 길을 걸었던 그는 지난 2012년 지인과 동영상 재생 앱 스타트업 '이톡'을 창업했다. 그러나 뜻이 달라 올해 초 다시 갈라섰고 핵심 개발자, 디자인 총괄과 함께 세명이서 새로 구상해 '밀리'를 개발하게 됐다.
이 앱은 원래 헬스케어 서비스를 목표로 개발된 앱이다. 주 기능은 음성 분석을 통해 스트레스 지수를 알려주는 것.
누군가와 통화를 하고 나면 스트레스 지수, 피로도 지수, 감성 지수를 분석해 그래프로 보여준다. 한번 설치해두면 평소에는 잠잠하다가 스마트폰으로 전화 통화를 할 때면 자동으로 앱이 구동되어 목소리를 분석한다.
"지금 시대는 정신건강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지는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궁극적으로 이를 케어하는 서비스가 필요해 질 것이라고 믿습니다. 아직은 '헬스케어'라고 부르기엔 부족한 점이 많아 '힐링 서비스' 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따라서 재미를 위해 그린라이트 기능을 추가했던 것이죠."
여러 사람과 통화 데이터가 쌓이게 되면 정신건강 스트레스 관리를 위한 빅데이터가 된다. 이 데이터를 활용해 정신건강을 위한 다양한 헬스케어 서비스로 거듭나는 것이 이 앱의 최종 목표다.
지난 1일 출시된 밀리 앱은 현재 베타서비스 중이다. 4분기중 업그레이드 될 정식 버전부터는 사용자의 음성 정보를 다양하게 분석하는 기능이 추가될 예정이다.
"누구랑 통화할때 가장 많은 스트레스를 받는지도 대한 분석 서비스도 제공할 생각입니다. 직장인 분들이라면 아마 이 부분에서 떠 올리는 사람이 있을 것 같은데요. 일, 월, 계절 별로 감정 변화 추이를 분석해 자신의 스트레스 지수를 관리할 수 있도록 할 예정입니다."
성상훈기자 hnsh@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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